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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속삭임
하용성 지음 / 행복우물 / 2017년 1월
평점 :

최근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이를 바라보는 세계 각국의 안보불안과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위협,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가상이지만 남북통일을 주제로 펼쳐지는 통일한국을 그리고 있고, 여전히 우리 안보와 국익에 위협이 되는 중국의 언급도 현실감있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불러온 참극으로 보여집니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보다 약한 국가가 하나도 없습니다. 선진국 혹은 강대국들의 틈에 끼여있고, 이는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동북아 정세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미래에 대한 실질적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남과 북의 통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겠지만, 통일이 된다면 새로운 변수나 문제가 제기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식대로 통일을 하고 싶어하며, 강한 국가, 주변국들에게 당당한 국가로 남고 싶겠지만, 이는 이상에 불과합니다.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문제는 철저한 이해타산과 주변국들의 국익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 북한이 필요한 러시아, 우리를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미국과 변화무쌍한 전략으로 자국 국익 극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 주변국의 협조와 양해가 필요한 것이 통일입니다. 그리고 통일이 된 이후에도 자칫, 동북아의 긴장국면이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과 중국의 신패권 대결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북한 김정은을 비롯한 노동당 수뇌부가 중국으로 가는 순간, 통일이 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망명정부를 세운다거나, 국제사회로 인정받지 못해도, 북한 지도층의 중국편입은 우리에게 애매한 포지션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자본주의의 우월성,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기회창출과 자유가 좋다고 하더라도, 통일 이후에도 산적한 과제가 많고, 힘든 시간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반 세기 넘게 이어진 남북대결은 통일이라는 필요성을 약하게 했고, 실질적인 전후 세대들의 소멸은 평화와 전쟁에 대한 경각심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오래살아서, 다양성과 존중, 이질감 극복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책에서 등장하는 고려연방제, 일각에서는 북한의 적화통일 전략 혹은 북한 주도 남한 흡수통일 전략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 대통령이 된 문재인 후보도 이런 고려연방제를 주장해서 큰 홍역을 치른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안보와 이념, 정치제도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고, 때에 따라서는 큰 오해와 편견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책에서는 고려연방제를 언급하고 있지만, 철저한 존중과 권력의 분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 통일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정치적 안정과 번영인 만큼, 이를 핵심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은 괜찮았습니다. 우리가 너무 먼 일이라며,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관심을 이끌 수 있고, 통일한국과 미래한국을 그려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분명, 남북통일은 우리 모두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인데, 제대로 이용하며 대응해야 이룰 수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무조건 빠른 게 능사가 아니며,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다양한 설정과 가상은 무조건 작가의 상상이 아닌, 현실 가능한 부분이 많아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또한 통일과정에서 특정인사나 정치인에 대한 피의 보복이나 숙청도 불가피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북한을 인권유린과 공포정치로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착한 이들에 대한 관대한 포용, 이게 가능해야 통일도 수월하겠지만, 많은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와 이를 두고 벌어질 반대여론이나 국론분열은 또 다른 문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미래한국과 통일한국,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색다르며 생동감있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을 읽고 한반도 정세와 통일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