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성주의 - 미국이 낳은 열병의 정체
모리모토 안리 지음, 강혜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미국발 변화가 심상치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시발점으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 책도 그런 종류의 하나입니다. 이를 획일화해서 보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워낙 광범위한 분야로의 해석이 가능하며, 어느 하나의 잘못이나 결과로 볼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전 세계가 겪는 비슷한 현실과 상황, 그 동안 우리가 우수하고 우월하다고 자부했던 자본주의의 몰락, 경제질서의 혼란 등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심해지는 양극화와 현실경제의 마비, 사람들이 겪는 박탈감과 좌절, 희망이 없는 새로운 시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엘리트로 대변되는 사람들의 국가경영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존중하며 많은 사람들이 추종했지만, 변하지 않는 모습과 일부가 독과점하는 모습에 강한 회의감을 느끼면서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사례가 트럼프 당선으로 볼 수 있고, 트럼프의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이런 흐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미 극우정당의 득세가 가속화된 유럽만 봐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인정했던 세계화, 글로벌이라는 키워드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참아왔던 사람들과 세력은 본격적으로 자국 우선주의와 국익과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사회의 변화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많은 파장과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산업과 분야에서 일류를 자부하는 미국마저 이런 물결이 일어난다면, 더 많은 국가들에게 유사한 피해와 새로움을 줄 것입니다. 이것이 긍정적이다, 부정적이다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가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나라의 대응은 어떤가요? 여전히 시끄러운 내홍으로 대립과 갈등을 겪고 있고, 여전히 국내 문제로 시끄러운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반지성주의 물결은 단순한 시위나 집회로 치부되어서는 안됩니다.


누적되었던 모든 것이 표출되는 것이라서, 자칫 가볍게 넘기다가는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엘리트에 대한 실망, 기득권에 대한 불만, 양극화를 방치하는 모든 제도권의 장치들을 경멸하는 사람들, 과연 이들의 잘못이며, 극단적인 혁명으로만 봐도 될까요?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민중주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회의 균등, 공정한 분배, 부에 대한 확실한 법의 장치와 보장 등 항상 말하는 기본에 대한 갈망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굳이 엘리트가 아니더라도, 역량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무조건 많이 알고, 배움을 통한 문제접근, 이것이 모든 것에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을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그들이 무조건 잘한다는 인식이나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가 왜 소통을 강조하며, 타인에 대한 경청과 끊임없는 토론과 합의가 중요한지, 우리는 다시 한번 느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의 이런 변화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주는 만큼, 단순한 의미의 소요로 치부해서는 빠르게 변하는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 것입니다. 


무조건 대응하며 모든 것을 모니터링하며 정책이나 의사를 바꾸는 것이 가벼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요소, 국민들에게 직결되는 문제, 우리의 판단만으로 어려운 난제들에 대해서 만큼은 이런 반응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제도권에만 매몰되지 말고, 다양한 계층과 업종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을 믿고, 다같이 포용하며 연구하는 자세도 견지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획일화된 사회는 독재와 독점을 부르면서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기도 합니다. 이미 경험하고 있는 만큼, 만반의 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미국발 반지성주의 접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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