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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 7대 조선 가마 편 ㅣ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6년 6월
평점 :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도자기 탄생 400주년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임진왜란이 끝난 시점입니다. 씁쓸한 우리 역사의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 도자기가 주는 그들만의 관리와 교류를 통한 발전, 오늘 날까지도 화려함과 멋을 갖추고 계승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일본 도자기가 아니라 우리의 조선 도자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관리와 보존을 소홀히 하고 자기공을 아끼지 않고 천대했던 것이 얼마나 크게 되돌아 오는지 절감했습니다.
일본과 우리는 뗄 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와 잇몸으로 많이 비유됩니다. 역사적으로 일본을 절대 옹호하거나 좋아할 수 없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말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철저하게 짓밟았고 우리의 모든 것을 뺏어 갔습니다. 중국 못지 않게 우리에게 득보다는 실만 줬던 존재입니다. 하지만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냉정한 판단과 분석, 과거를 교훈삼아 오늘 날을 잘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도자기 자체의 멋과 미는 정말 감탄만 흘러나왔습니다.
왜 일본이 조선에게 계속해서 문화의 전파를 원했고 그들 정권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조선에 대해 집착했는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근대화 이전의 일본은 볼품없는 국가였습니다. 국가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무식했고 섬나라 특징으로 발전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도자기를 비롯한 조선에서 뺏어간 문물과 인재를 활용하여 발전의 토대로 삼았고 우리와 중국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며 간극을 좁히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바다에 대한 관심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섬나라라는 특수성이 작용했지만 우리와 중국이 해금정책으로 일관했던 행보와는 차이를 보입니다. 결국 이런 노력은 유럽의 선진 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효과를 낳았고 그들은 이를 바탕으로 탈아시아를 외칠 수 있었습니다. 오늘 날의 일본의 태도나 극우들의 극성맞은 행동을 보면 우습기 그지 없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들이 우리를 얼마나 한심하게 볼까하는 생각에 화가나기도 합니다.
일본이 뺏어가서 발전시킨 도자기는 일본을 넘어서서 유럽으로 뻗어갔고,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도자기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일본의 도자기를 위해 그들이 자랑하는 많은 것들을 내어주기 시작합니다. 오늘 날의 개념으로 보면 적극적인 무역이 시작된 것입니다. 일본의 메이지유신은 거저 온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노력과 끊임없이 열망이 이뤄낸 성과입니다. 우리도 기회는 있었지만 스스로 걷어찼습니다. 조선 왕조를 이끈 위정자들을 욕할 마음은 없지만 판단과 선택이 너무나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우리가 제대로만 대우해줬더라면, 기술자들과 상인들의 가치를 빨리 알고 의식의 계몽이 진행됐더라면 하는 생각이 너무나도 강하게 남습니다. 사대의 명분에 젖어, 실용과 실리를 놓쳤고 결국 국가를 망국으로 가게 했습니다. 민본과 사대, 농업, 양반의 국가 조선이 아닌 다른 합리적인 국가였다면 오늘 날의 역사가 크게 바뀌었을 것입니다. 일본의 모방력과 노력, 실리를 쫓는 태도는 인정하지만 그들의 것이라고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놓친 것을 잘 파악하고 이용한 것입니다.
오늘 날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경제의 장기 침체로 많은 국가들이 힘들어 합니다. 우리의 대처는 어떤지, 그리고 일본은 위기를 어떻게 넘겼고 지금 일본이 어떤 모습을 떠올리며 정책을 추진하는지, 꼭 참고해야 할 사항이라고 판단됩니다. 역사는 모든 것을 대변합니다. 그저 옛날의 캐캐묵은 얘기가 아니라 진행형이라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일본 도자기를 보면서 슬픈 마음이 많이 들었고 우리가 놓친, 그리고 아직까지 돌려받지 못한 많은 문화재와 유산들이 떠올라서 책이 주는 자체의 모습보다는 사색에 더 잠기게 됩니다.
문물에 대한 가치와 인재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존중하는 문화가 여러 방면에서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성장과 발전의 동력이 되는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도자기를 보면서, 그들이 관리, 유지에 노력하는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오래된 기업이나 가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본인들의 그런 열정 말입니다. 이 책을 통해 일본과 우리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고 우리가 놓친 것에 대한 반성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도자기가 아닌 조선 도자기라는 아련함은 지울 수 없지만 현재가 더 중요합니다. 앞으로 이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