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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전문학의 에로스 - 열정과 관능의 장면을 들추다 ㅣ 대우휴먼사이언스 6
조광국 지음 / 아카넷 / 2015년 12월
평점 :

고전문학에서 사랑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입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성을 대했고, 어떤 욕망에 사로잡혀 실수를 하거나 법을 어겼는지,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을 이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을 말할 때 구분이 모호할 때가 많습니다. 그것이 아무리 순수한 사랑이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서양에서도 유명한 고전작품이 많지만 우리의 고전에는 사랑을 주제로 하는 작품은 접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욕망과 관능이라는 것은 금기시 되었기에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오늘 날과 비교하면 정말 어이가 없겠지만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면 이 책에서 펼쳐지는 스토리는 제법 시대를 앞서갔던 분들이 많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지금의 관점에서 말입니다. 신분이라는 높은 벽에 가로 막혀 많은 남녀가 상처를 받거나 좌절했습니다. 각자 표현 방법의 차이는 있었지만 사랑이라는 숭고한 정신은 같았습니다. 솔직한 것이 용서받지 못하고 죄로 다스려졌던 시대에서 이성에 대한 관심과 호감, 그리고 욕망과 본능에 충실하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본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의 비애가 더 컸습니다. 차별이 존재하였고 같은 죄를 지어도 벌의 가중은 여자의 몫이였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문학이나 예술적 가치가 잘 발달한 것 같습니다. 오늘 날의 그 무엇과 비교한다면 순수함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치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한 욕정과 욕심보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전제로 이성에게 다가갔고 목적으로 이용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신분을 이용하여 탐하거나 가지려고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오늘 날과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사랑과 욕망. 인간의 본능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다스리기 힘든 감정을 예전의 시선과 오늘 날의 시선으로 비교하며 생각해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유교적 문화와 보수적인 관계, 서양과는 차원이 다른 압박감 속에서 시대를 살아갔던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미묘합니다.
문학작품의 특징답게, 묘사가 생동감이 있고 빠져드는 몰입감도 느꼈습니다. 서로를 생각하며 하는 몸짓이나 독백 등 극의 구성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알아가는 듯 하면서도 알지 못하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부분에서는 공감도 많이 갔습니다. 앞에서는 성에 대해 숨기면서 뒤에서는 음탕할 정도로 문란했던 모습에서는 오늘 날의 모습과도 흡사함을 느꼈습니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크게 기인했겠지만 이것이 과연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애매한 것 같습니다.
고전문학 중에서도 솔직한 남녀 간의 이야기, 사랑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은 흔하지 않습니다.
앞선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감정으로 주고받고 표현했는지, 알아보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문학이지만 역사와 시대를 알 수 있고 오늘 날과 비교해서 교훈도 얻을 수 있습니다. 책이 흥미로운 것도 있지만 목차별로 분류가 잘 되어 있고 읽기에도 부담이 없어서 좋습니다.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