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농서

풍기농서 - 이름 없는 영웅들의 비밀 첩보 전쟁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우리가 흔히 아는 삼국지, 매우 유명한 중국소설이다. 중국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읽으면서 공감했고 영웅들이 전해준 삶의 교훈이나 다양한 인물 간의 심리묘사, 사건에 대한 전말, 전개 등은 소설 그 이상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다. 이 책도 생소하게 보일 수 있지만 기존의 삼국지와는 다른 느낌으로 전해온다. 첩보라는 이름, 간첩이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면서 펼쳐지는 나라들의 대립상, 치열한 두뇌싸움과 심리전이 그것이다. 반전의 반접을 거듭하는 책의 내용전개나 단순한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일차원적인 접근이나 평가가 아닌, 어떤 일이 일어날 때 수반되는 다양한 형태에 대해 깊이있게 조명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인 책이다. 

특히 위나라와 촉나라의 전쟁사는 단순한 군사력 대립이나 특정 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패권행보가 아니며 각 나라를 이끌었던 수장들의 지략싸움, 지형지물을 이용한 전략적 접근, 뛰어난 인재를 포섭하거나 견제하기 위한 암투극, 각종 계략 등을 통해 자신의 국익을 위해 철저히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스토리를 전개할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전에서도 중요한 것은 정보력의 싸움이다. 적을 알아야 대응할 수 있고 일정한 전략이나 전술을 통해 전쟁이나 전투에서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고대시대였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움직였고, 이름 없는 영웅들의 활약은 우리가 왜 주목해야 하는지, 일반적인 삼국지 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상대적으로 위에 비해 국력이 약했던 촉나라, 그들의 지형을 활용해서 수성전은 쉬웠지만 반대로 말하지만 중원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로가 정해져 있었고 이는 위의 입장에서도 특정 지역만 방어하면 촉의 북진을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결국 이런 팽팽한 대립각은 사소함에서 무너지기 마련이라 판단했고, 각 나라들은 인재에 주목했으며 정보력을 얻기 위해 간첩을 파견하거나 상대의 고급 정보를 알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며 전략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게 된다. 특히 삼국지 전체를 통틀어도 가장 뛰어난 인물로 추앙받는 제갈량에 대해서도 새롭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며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했지만 대등한 싸움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공도 컸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심리전, 첩보전의 양상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대륙이라는 특수성, 워낙 물자와 인재가 풍부했던 지역이라 이를 단면적으로 보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 단순히 누가 죽었다, 그는 뛰어났다 등의 해석이 아닌 덜 알려진 영웅들의 활약상을 통해 움직였던 사람들에 대한 주목,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존재, 각자의 위치에서 목숨을 걸고 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나 심리적인 부분까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해당 시대를 조명하며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소설적 기법에 더해진 책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스토리의 전개나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독자들의 이해를 더 쉽게 돕고 있다는 점에서 책이 갖는 장점이 뚜렷하다. <풍기농서> 를 읽으며 지금도 중요한 정보력, 첩보전쟁, 간첩사의 의해 풀이할 수 있는 전쟁사의 묘미, 읽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