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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평점 :
어린 시절, 누구나 읽었을 법한 이야기, 바로 걸리버 여행기이다. 단순히 아동용 동화나 책으로 오해했다면, 이제 그 본질을 제대로 알며, 이 책이 주는 교훈이나 메시지가 무엇인지 탐독해 봐야 한다. 단순한 거인국 사람들, 이에 맞서는 여러 인물들의 정서나 감정을 공유하는 책이 아니다. 서양근대문학으로 소개되는 이 책은 어쩌면 서양인들이 행했던 인간성 상실이나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을 억압했던 지난 과오의 역사를 풍자하며 말하는 그런 책이다.
책에서 받는 느낌은 어린 시절 우리가 접했던 그런 동화적인 요소나 선과 악에 대한 단순한 나열이나 반복이 아니다. 결국 서양인들의 무지, 자신들의 탐욕과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침략을 행했던 역사, 그리고 나름의 민주주의 정당사회, 정치인들의 제국주의 독려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 했던 그 시대를 향한 외침이며, 시대가 변했기에, 우리는 역사적인 판단을 통해, 나름의 옳고 그른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서 이런 가치를 배울 거라곤 생각치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이 주는 궁극적인 메시지, 결국 인간 사회에 만연한 모순이나 위선,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박해했던 대상에 대한 성찰적 자세가 담겨져 있고, 결국 누구나 틀린 것이 아닌, 다름에 대한 인정이나 존중이 왜 필요하며, 이 같은 보편적 질서나 가치가 지금 현대사회에도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보게 한다. 누구나 입신양명, 출세나 명예, 성공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사람의 본성을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만, 선한 영향력을 통해 일정한 사회 구성원으로 편입될 수 있는지, 책에서는 지금도 문제가 되는 다양한 사회문제나 정치인들, 고위 공직자나 종교인, 부를 독점하고 있는 상류층을 향한 외침, 풍자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인간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단면적으로 보기에는 매우 판타지적 요소가 많고, 재미를 위한 극의 몰입적 요소로 보겠지만, 책 속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며, 성인들의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하거나 바라보는 기준의 평가, 이 자체적인 접근 만으로도 책은 매우 다양한 관점에서 열린 시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일반적인 해석이 나쁜 것도 아니며, 보편적으로 바라 봐도 충분하겠지만, 조금은 특별한 의미로 생각하며, 접근해 본다면, 인간과 사회, 사회학이나 역사학 등 우리가 중요시 여기는 보편적인 정서나 가치를 말하며, 이를 통해 인문학적 의미를 함께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 색다르게 느껴지는 서양 풍자문학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 보자. 가볍게 읽으며, 많은 것을 배워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