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 라이징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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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기발한 상상력과 현실 가능한 주제를 통해 말하는 이야기가 일품인 책이다. 양들의 침묵, 한니발에 이은, 계속되는 범죄/스릴러 소설로 한니발 라이징은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삶이나 사회의 모습, 나아가 사회학적인 관점과 인간본성에 대해 통찰력있는 분석을 통해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이 책은 전후 유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구 사회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는 분들에게, 전쟁이나 선과 악의 대립적 구도,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을 누가 내릴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이나 배경은 실제와 유사할 수도, 또 다른 국가나 인물을 생각하게도 하지만, 결국 사람 사는 세상에서 실현 가능한 일, 모든 체계나 사회구조나 몰락하는 순간, 발생하게 되는 인간의 내면심리나 동요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발전적인 현대사회에선 생각하기 힘든 부분이나, 왜 세계인들이 평화나 안정 등을 통해 모든 이들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대변하게 되는지, 극단적인 선택이 불러오는 부정적인 영향이나, 이를 통해 고통받는 사람은 결국 정해져 있다는 논리로 귀결될 것이다.


하지만 전쟁속에서도 사랑이 꽃피듯, 부정적인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실수나 실패를 통해 성장하며, 지양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이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지향해야 하는 가치는 또 무엇인지, 나름의 비교, 평가, 분석을 통해 일정한 답을 얻거나, 사회구조나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개인의 원한이나 복수심, 이게 사람들에게 주는 심리적 반향이나 이를 통해 절대적인 기준이나 우리가 진리나 정의라고 치부하는 것들도, 때로는 모순적일 수 있다는 역발상의 힘이 돋보이며, 소설적 기법을 통해 이를 심리적으로 극대화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화와는 또 다른 기법, 감정으로 다가오는 책이라, 서구 사회의 근대화 이론이나 지금은 보편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우리의 정서, 이 같은 분야에 어떤 영향을 줬으며, 결국 저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며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고,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읽기가 주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인간본성과 사람들의 심리, 사회가 갖는 상징성, 더해지는 역사적 의미를 함께 고려하며 접해 본다면,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일정 부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단순한 범죄/스릴러 소설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말하고 있기에,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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