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은 방어의 이음동의어 - P41

어느 날 나는 일기장도 식탁 위에 놓인 포스트잇도 아닌데서 엄마의 메모를 확인하게 되었다. 그것은 엄마가 당신에게 보내려다 나에게 잘못 보낸 메시지였다. "갖지못한거에대해절망"이라고 쓰여 있었다. 오전 일곱 시 사십 분이었는데, 나는 엄마가 아무리 원하고, 원하지 않으려고 원해보아도 가질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사실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올까 봐 두려워하던 나는, 엄마의 절망을내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두려워졌다. - P1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의 여러 이름을 배우는 것은 안을 알아가는 일과 비슷하다. 나는 안과 몇 달을 함께 보냈다. 그러면서 안이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직 안을 알아가는 중이다. - P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을 관찰하는 데에 소설의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음을 무엇보다도 먼저 넌지시 보여주지 못한다면, 글쓰기라는 예술은 몹시 허망한 일이 될 것입니다. - P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학번 아래의 S와 왜 친해지게 되었는지는 애매한데, 나와 내친구들이 모일 때 S도 낀 지 오래되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말의 농도가 비슷한 게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만나는 내내 자기 이야기만 늘어놔서 숨이 막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좀처럼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상대에게 그 여백을 숨 가쁘게 채우게 하는데 말의 농도가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편하니까. 
그 농도가 비슷하지 않은 사람끼리 길게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S와도 대충 그런 이유로 친한것 같았지만, S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나ㅡ너는 왜 우리랑 계속 노는 거야?
Sㅡ보통 맛없는 맥줏집에서 매일 똑같은 이야기만 하는데 누나들이랑 놀면 제일 맛있는 디저트를 먹고 대화의 질도 높아서 좋아요. - P63

멀리, 뉴욕에서 반갑게 만난 우리는 같이 가고 싶은 곳은 같이 가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따로 다녔다. 신나게 메트로폴리탄과 자연사 박물관을 함께 갔고, S가 양키스 스타디움을 가는 날엔 내가 첼시의 갤러리를 가는 식이었다. 느슨한 동행이 있어 한층 즐거웠다. 우정은 차갑고 기분 좋은 아이스 와인의 느낌으로 지속되고 있다. - P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 밑으로 시선을 던지자, 시든 국화 울타리에 우무(寒天]처럼 서릿발이 서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