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학번 아래의 S와 왜 친해지게 되었는지는 애매한데, 나와 내친구들이 모일 때 S도 낀 지 오래되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말의 농도가 비슷한 게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만나는 내내 자기 이야기만 늘어놔서 숨이 막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좀처럼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상대에게 그 여백을 숨 가쁘게 채우게 하는데 말의 농도가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편하니까.
그 농도가 비슷하지 않은 사람끼리 길게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S와도 대충 그런 이유로 친한것 같았지만, S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나ㅡ너는 왜 우리랑 계속 노는 거야?
Sㅡ보통 맛없는 맥줏집에서 매일 똑같은 이야기만 하는데 누나들이랑 놀면 제일 맛있는 디저트를 먹고 대화의 질도 높아서 좋아요. - P63
멀리, 뉴욕에서 반갑게 만난 우리는 같이 가고 싶은 곳은 같이 가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따로 다녔다. 신나게 메트로폴리탄과 자연사 박물관을 함께 갔고, S가 양키스 스타디움을 가는 날엔 내가 첼시의 갤러리를 가는 식이었다. 느슨한 동행이 있어 한층 즐거웠다. 우정은 차갑고 기분 좋은 아이스 와인의 느낌으로 지속되고 있다. -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