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몬스터 차일드 - 제1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아동문고 104
이재문 지음, 김지인 그림 / 사계절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를 사랑해야 살 수 있는 아이들, 변이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하늬, 연우, 산들, 승아가 그들이다.

 

돌연병이종양 증후군(MCS)’을 갖고 태어난 하늬와 동생 연우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병을 숨기기 위해 잦은 전학을 다니다가 시골 학교에까지 가게 된다. 그 마을에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박사님이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간 것이다. 하지만 그 곳에서 하늬는 예전처럼 철저하게 자신의 병을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과 다르게 완전히 변이된 모습을 세상에 노출한 연우를 만나게 된다. 같은 병을 갖고 있는 연우에게조차 자신이 MCS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한 하늬이지만 연우의 아지트에서 자신의 변이를 처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인 후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변한 자신의 모습을 이해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MCS괴물이라 칭하는 사람들 앞에 스스로 인정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내려는 한 발자국을 내딛는다.

 

이야기가 단순히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운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 마음에 들었다. 다 자란 성인들조차도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린이들은 아직 덜 자란 모습, 아니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가정에서, 학교에서, 미디어에서 보고 들은 포장된 어른들의 모습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MCS는 병균을 옮기는 것처럼 병이 옮는 것이라고 피하는 하늬와 연우네 반 다른 아이들이 그렇고, 변이된 모습을 괴물이라고 부르며 배척하는 아이들이 그렇다. 세상의 편견에 하늬와 연우는 맞서 싸우지 않는다. 대신 자신을 더 사랑하기로 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내 안에 나를 지켜주려는 또 다른 내가 있는 한 외롭지않다. 나는 소중하니까.

 

처음에는 변하는 자신의 모습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꽁꽁 감추었던 하늬가 자신의 아지트에서 변한, 자유로운 모습으로 아지트를 뛰어다니는 연우를 만나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엇다. 마음의 상처를 적대적인 방식으로 표출한 연우가 하늬를 선물같다고 말하며 연우 또한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이 멋있다. 스스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아이들이 참 멋있다.


연예인처럼 날씬하고 잘생기지 않았다고 자신을 미워하는 아이들, 무엇이든 잘하는 아이들과 비교되어 스스로가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며 포기해버리는 아이들이 연우처럼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말해주고 싶다. “너희는 있는 그대로 참 아름다워.”라고.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나는 소중하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니 더는 미룰 수 없다. - P180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현정 2021-11-17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합니다. 저랑 같은 제목을 쓰셨군요! 글이 참 멋있었습니다. 글의 줄이 저와 차원이 다르시군요! -초등학생, 엄마의 아이디를 빌려서 썼습니다.
 
소꿉놀이가 끝나면 사계절 그림책
황선미 지음, 김동성 그림 / 사계절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이름만으로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선택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두 분, 황선미, 김동성 작가님이 소꿉놀이가 끝나면에서 만났다. 황선미 작가님의 이야기는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의 마음을 다시 흔들어 놓고, 김동성 작가님의 그림은 우리들을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게 한다.

 

그림책의 첫 문장부터 연지의 상상의 세계가 활짝 펼쳐질 것을 예고한다. 이제는 열두 살이 된 언니는 이제 연지와 놀아주지 않는다. 작년에만 해도 자매가 둘이 함께 앉아 서로 엄마도 되었다가 강아지도 되었다가 놀았을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혼자 놀아야 하는 연지는 가엾은 어린아이가 되어 집안일을 하고 있는 엄마 곁에서 심심한 시간을 버틴다.

 

심심한 연지에게 예고도 없이 찾아온 수줍은 무지개. 무지개의 끝을 찾아 나선 연지는 그곳에서 무지개를 놓친 대신 동갑내기 지오를 만난다. 열두 살이 되어 연지의 곁을 떠나버린 언니 대신 지오가 연지의 소꿉놀이 친구가 될 것이 예상되어 나는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살구나무에서 떨어진 살구를 다 담지도 못해 치마폭을 펼쳐야 했지만 지오랑 노는 시간은 연지를 행복하게 한다.

 

지오가 어미를 잃은 새끼 쥐를 보살펴주기 위해 토란 잎사귀를 들고 와 보살피는 순간, 연지와 지오는 새끼 쥐보다도 더 작아진다. 이 장면에서 독자는 어린 시절 다 해봤음직한 소꿉놀이의 세계로 풍덩 빠져들게 된다. 숲 속에서 연지와 지오, 인형, 새끼 쥐, 강아지와 고양이가 소꿉놀이를 하는 장면은 그 중 단연 압권이다. 빨간 벽돌을 빻아 고춧가루를 만들고, 이름 모를 열매와 꽃을 따와 큰 호박잎에 싸먹는 저녁을 준비했던 어린 시절이 기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소꿉놀이로도 모자라 종이 비행기 날리기, 땅따먹기, 고무줄 놀이 등 시간만 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골목에 나와 놀던 우리들. 골목에 나와 있던 우리들은 시간을 달리하며 정해진 친구 없이 모두 하나가 되어 끝도 없이 놀이를 이어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지오가 잡아온 물고기를 연지가 요리하려고 하면서 연지의 상상 속 소꿉놀이는 급작스럽게 끝이 난다. 연지는 지오를 만날 때처럼, 준비할 틈도 없이 열두 살 언니처럼 커버린 것이었을까? 물고기를 요리하다가 당황한 연지와 지오의 클로즈업 된 얼굴이 잔상이 되어 마음에 남는다. 진짜 소꿉놀이는 끝났지만 연지처럼 커서도 말하지 못한 어린 시절의 비밀이 마음속에 남아있는 한, 그 시절의 추억을 계속 꺼내볼 수 있을 것 같다

언니가 달라졌어요. 이제는 나랑 놀아주지 않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 사계절 아동문고 103
이진하 지음, 정진희 그림 / 사계절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준보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여름 방학 숙제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방학 숙제 안내문에서 할 수 없는 방학 숙제를 하나 하나 지워나갑니다. 이건 이래서 못하고, 저건 저래서 못하고...... 대체 방학까지 쉬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뭔지, 선생님이 원망스러워지려는 찰나, 엄마는 여름 방학 숙제 상을 받으면 원하는 플레이스토리 게임기 세트를 사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해옵니다. 그리고 여태까지 방학 숙제를 제대로 해 본적이 없는 준보와 구봉이는 방학 숙제 공략법을 배우기 위해 우리 반 1, 경수를 소환하게 됩니다. 그런데 뭐든지 다 알 것만 같던 경수에게 비밀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여태까지 경수 아빠가 방학 숙제를 대신 해준 것이었습니다. 경수의 자존심을 묘하게 자극한 결과 경수는 준보와 구봉이와 함께 진짜여름 방학 숙제를 시작합니다. 셋이 마음을 합해 진짜 어린이들의 마음이 담긴 동시를 짓고, 엄마를 대상으로 그럴 듯한 실험 관찰 보고서도 작성해 나갑니다. 엄마에게 받아 낸 현장 체험 학습비를 PC방에서 탕진하고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동네 탐방도 나서게 되지요. 마지막 방학 숙제를 함께 모여서 하려던 준보와 구봉이는 결국 아빠 뜻대로 방학 숙제를 마무리하려던 경수에게 상처받고 뜻하지 않게 늘 최고의 친구사이였던 준보와 구봉이 사이도 틀어지며 개학을 맞이합니다. 진심을 다했던 세 친구의 여름 방학 숙제는 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여름 방학만 되면 기상--공부-놀기-공부-놀기-꿈나라로 이어지던 동그란 계획표를 만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사실은 밥-놀기-놀기--놀기-놀기만 하다가 꿈나라로 가고 싶었던 바람과는 달리 계획은 창대했으나 여름 방학의 끝은 늘 급하게 일기를 몰아 쓰며 초라하게 마무리되곤 했지요. 그 기억이 남아있어서 여름 방학을 내주는 입장인 교사가 된 후로 방학 숙제를 내지 않아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실제로 실행해 본 적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좋아했지만 방학 때도 열심히 무언가 계획하고 실행해 결과물을 만든 아이들의 열정까지 몰라주는 것 같아 개운치 않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요. 무엇을 하든 안하든 방학은 쉼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기 중엔 늘 열심히 살기를 강요당하는 아이들이 방학 때는 정말로 아무것도 안하고-백수처럼 말이죠!-시간을 보내보면 어떨까요? 늘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이기에 며칠이 채 가지 않아 금방 무언가 재미있는 일들을 계획하지 않을까요? 처음엔 누가 시켜서 억지로 여름 방학 숙제를 시작했지만, 자신들도 모르게 여름 방학 숙제가 진짜로 재밌어진 준보, 구봉이, 경수처럼 말이죠. 내가 보내고 싶은 진짜 여름 방학의 시간들은 어떤 일들로 채워질지 아이들의 여름 방학 계획표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들을 즐겁게 채워 간 어린이들에게 모두 여름 방학 숙제 상을 주고 싶습니다. 즐거웠다면 무엇을 꼭 하지 않아도 되었다구요

"친구는 소중한 것을 조금씩 양보하는 거 아냐?" - P1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너마이트 사계절 아동문고 101
김민령 외 지음, 이윤희 그림 / 사계절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 책, 인생 영화, 인생 여행...’ 우리 안에 내 인생을 흔들어 놓은 많은 사람과 사건과 시공간이 존재합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시대에 어린이들의 인생은 어떤 방향으로 흔들리고 있을까요? 사계절아동문고 100권 출간 기념 작품집 다이너마이트는 그 물음에 답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어린이들은 성장하고 있다고.

 

두 달 째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재난 상황에서, 엄마는 비가 내리지 않는 남쪽 이모네로 떠날 결심을 합니다. 소윤이와 윤소는 폭우 속에서 구조해 온 새끼 고양이를 두고 갈 수 없어 엄마 몰래 차에 함께 태웁니다. 차 안에서 엄마에게 들키지 않도록 새끼 고양이를 숨기는 동안 엄마는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습니다.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제일 우선이 되어야 할 때에도 우리는 서로를 도울 수 있다고 아이들은 배웁니다. 그리고 사실 어린이들도 그 도움의 손을 이미 작은 동물에게 내밀고 있었습니다. (고양이가 한 마리도 오지 않던 날)

 

다은이는 이사 온 집에서 신기한 구멍을 발견합니다. 친구 해송이는 시계의 시와 분의 숫자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때, 마법 같은 일이 펼쳐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 구멍이 빛나는 순간 기다리던 놀라운 마법의 시간이 다은이에게 찾아옵니다. 그 시간 속에서 다은이는 마스크도 하지 않고 예전처럼 친구들과 즐겁게 웃고 있습니다. 이제는 까마득해 잘 기억나지 않는 코로나 이전의 시절, 그 마법 같았던 순간이 우리에게도 다시 찾아올까요? (구멍)

 

동완이는 탄두리 치킨처럼 까무잡잡한 영주를 좋아합니다. 사귀자고 고백도 하지요. 흔쾌히 고백을 받아 준 달달한 시작과 달리 동완이의 연애는 어쩐지 자꾸 꼬여만 갑니다. 여자친구인 영주가 같은 반 윤민준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영주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동완이의 말은 영주를 찌르고,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와 동완이도 찌릅니다. 회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이기적이고 비겁한 마음을 돌아보며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끝나버린 연애의 끝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나의 탄두리 치킨)

 

모든 것이 낯선 3월의 학교. 최대한 천천히 학교를 가기 위해 어린 시절의 이모는 징검다리를 딛고 개천을 건너가는 길을 택합니다. 그곳에서 도인처럼 바위 위에 앉아 장기를 두고 있는 할아버지를 만나지요. 그런데 할아버지의 장기 말 모양대로 바뀌는 징검다리를 건너가면 신기하게도 그날의 장기 말의 이름과 같은 일이 이모에게 벌어집니다. 그러는 동안 늘 힘들었던 3월의 학교는 친한 친구들이 많이 생겨서 빨리 가고 싶은 5월의 학교처럼 편안해집니다. 이모의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도와준 할아버지처럼 코로나 시대에 가장 많은 희생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상병차포마)

 

2년 째 코로나 상황을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이제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온라인 화상 수업으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는 일이 당연하게 되어 오히려 등교일이 어색한 시간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또 학교의 교사들은 코로나로 인해 오히려 학교폭력사례가 줄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정말로 코로나 상황은 학생과 교사 모두의 삶을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코로나 상황의 달라진 삶의 모습과 어린이의 성장을 잘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다이너마이트)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예전처럼 매일 등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일 등교할 수 없게 되자 매일 얼굴을 봐야 안심이 되는 몇몇의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인호가 만난 하늘이도 그 중 하나입니다. 어린이들이 매일 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놀고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동안 우리는 아동학대의 징후를 세심히 살피고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온라인 수업에도 참여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 아이들이 생겨날 때마다 하늘이 같이 학대받는 아이들의 안위가 걱정이 됩니다. 외로운 시간을 홀로 견디고 있을 하늘이 같은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나와 보호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습니다. (멍한 하늘)

 

고백을 받는 일이야말로 12년 인생의 최대 이벤트가 아닐까요? 형준이는 주영이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카드로 전달하고 주영이로부터 그 답을 편지로 받게 됩니다. 하루 종일 펼쳐보고 싶었던 편지를 꺼내보려고 가방을 살핀 순간 형준이는 편지를 도둑맞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범인을 가려내는 것에만 집중하던 형준이에게 주영이는 이렇게 돌직구를 던지죠. ‘네 마음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많은 것을 따지고 재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역시 훨씬 더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니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얼굴이 문득 더 보고 싶어집니다. (5학년 1반 연애편지 사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 사계절 그림책
야누시 코르착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는 어린이를 어른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길 바라는 야누시 코르작의 소망이다.

 

표지에서 마치우시 왕 1세는 왕관으로 눈이 가려져 있다. 그는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인 것 같다. 주홍색 옷 왼쪽 자락은 누군가 잡고 있는 모양인데 마치우시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게 끌어주는 최후의 손길인 듯 하다. 마치우시를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그 손은 누구의 것일까.

 

왕이 죽고 고작 열 살인 마치우시가 왕위를 물려받는다. 어린 왕을 얕잡아보기라도 하듯 주변 나라에선 전쟁을 벌이지만 그의 나라는 다행히 전쟁에서 승리를 한다. 하지만 전후 상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마치우시의 미숙한 경험은 그가 어른인 장관들에게 결국 조언을 구하게 한다. 어린이로서 어른들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버거웠던 것일까? 마치우시는 어른들의 일은 어른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어린이의 왕이 되겠다.’고 선언한다. 본투비 왕세자였던지라 마치우시는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개혁을 단행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그 과정에서 마치우시는 자연스레 국민 스스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대의를 깨닫게 되고 국민이라는 정의에 어린이를 당연하게 포함시킨다. 어른과 동등한 존재, 어른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고 그래야 하는 존재, 그들와 함께 일하는 어린이들의 왕이 되고자 한다. 세상의 목소리에, 어린이들의 목소리에 누구보다 귀 기울이려 했지만 편향된 소리만 들을 수 밖에 없어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된 마치우시. 알고 보니 그의 옷자락을 잡아 끈 것은 그에게 제대로 된 어린이들의 소리를 들려주려 한, 그도 어린이였다.

 

그 어떤 책보다도 어린이들과 나눌 이야기가 많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우선 어린이조차 자신들을 어른의 부록처럼 여기는 태도에서부터 이야기가 출발해야 할 것 같다. 얼마 전 읽었던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 출판사)에서도 어린이는 그 자체로 독립된 존재로 인정받고 그에 맞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현재 어린이날을 제외하고 어린이에게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날이 또 얼마나 될까. 그것은 어떤 특정한 날에만 국한되어야 하는가. 어린이날을 제외한 364일에 어린이들은 그저 늘 그랬듯 어른들에 딸린 부록으로 존재해도 상관없는 것일까? 어린이를 대우해주는 날은, 아니 대우가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인정해주는 날은 특정한 날만이 아니라 매일이어야 한다. 그래야 어린이 스스로도 자신들과 관련된 일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결정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이 될 것이다.

학교에서는 학생 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교 어린이회를 구성하고, 대표를 뽑아 어린이들의 의견을 대변하게 한다. 그러나 그 내용과 형식은 대부분 그저 어른의 것을 흉내 내는 데 그친다. 코믹한 내용으로 아이들을 웃기는 어린이가 학생회장으로 뽑히는 일이 종종 있는 것을 보면 어린이들의 어린이회 활동 내용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독립된 삶의 주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자신들이 대표하고 있는 대다수의 어린이들의 의견을 존중할 때, 그들은 진정한 어린이들의 대표()가 될 것이다.

또한 마치우시가 행했던 일을 책을 읽는 어린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권력 행사와 책임, 직접 민주주의, 대의 민주주의, 대표성, 국회의 역할, 개혁의 정당성 등 정치 문제를 심도깊게 나눠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