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 사계절 그림책
야누시 코르착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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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는 어린이를 어른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길 바라는 야누시 코르작의 소망이다.

 

표지에서 마치우시 왕 1세는 왕관으로 눈이 가려져 있다. 그는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인 것 같다. 주홍색 옷 왼쪽 자락은 누군가 잡고 있는 모양인데 마치우시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게 끌어주는 최후의 손길인 듯 하다. 마치우시를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그 손은 누구의 것일까.

 

왕이 죽고 고작 열 살인 마치우시가 왕위를 물려받는다. 어린 왕을 얕잡아보기라도 하듯 주변 나라에선 전쟁을 벌이지만 그의 나라는 다행히 전쟁에서 승리를 한다. 하지만 전후 상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마치우시의 미숙한 경험은 그가 어른인 장관들에게 결국 조언을 구하게 한다. 어린이로서 어른들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버거웠던 것일까? 마치우시는 어른들의 일은 어른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어린이의 왕이 되겠다.’고 선언한다. 본투비 왕세자였던지라 마치우시는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개혁을 단행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그 과정에서 마치우시는 자연스레 국민 스스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대의를 깨닫게 되고 국민이라는 정의에 어린이를 당연하게 포함시킨다. 어른과 동등한 존재, 어른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고 그래야 하는 존재, 그들와 함께 일하는 어린이들의 왕이 되고자 한다. 세상의 목소리에, 어린이들의 목소리에 누구보다 귀 기울이려 했지만 편향된 소리만 들을 수 밖에 없어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된 마치우시. 알고 보니 그의 옷자락을 잡아 끈 것은 그에게 제대로 된 어린이들의 소리를 들려주려 한, 그도 어린이였다.

 

그 어떤 책보다도 어린이들과 나눌 이야기가 많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우선 어린이조차 자신들을 어른의 부록처럼 여기는 태도에서부터 이야기가 출발해야 할 것 같다. 얼마 전 읽었던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 출판사)에서도 어린이는 그 자체로 독립된 존재로 인정받고 그에 맞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현재 어린이날을 제외하고 어린이에게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날이 또 얼마나 될까. 그것은 어떤 특정한 날에만 국한되어야 하는가. 어린이날을 제외한 364일에 어린이들은 그저 늘 그랬듯 어른들에 딸린 부록으로 존재해도 상관없는 것일까? 어린이를 대우해주는 날은, 아니 대우가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인정해주는 날은 특정한 날만이 아니라 매일이어야 한다. 그래야 어린이 스스로도 자신들과 관련된 일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결정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이 될 것이다.

학교에서는 학생 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교 어린이회를 구성하고, 대표를 뽑아 어린이들의 의견을 대변하게 한다. 그러나 그 내용과 형식은 대부분 그저 어른의 것을 흉내 내는 데 그친다. 코믹한 내용으로 아이들을 웃기는 어린이가 학생회장으로 뽑히는 일이 종종 있는 것을 보면 어린이들의 어린이회 활동 내용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독립된 삶의 주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자신들이 대표하고 있는 대다수의 어린이들의 의견을 존중할 때, 그들은 진정한 어린이들의 대표()가 될 것이다.

또한 마치우시가 행했던 일을 책을 읽는 어린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권력 행사와 책임, 직접 민주주의, 대의 민주주의, 대표성, 국회의 역할, 개혁의 정당성 등 정치 문제를 심도깊게 나눠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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