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네모 건물에 네모 창문이 7개다.
창가로 보이는 사람들은 전직 기간제 교사와 7명의 학생들이다.
김혜정 작가는 에필로그에 이렇게 밝혔다.
"이 글은 학교에 관한 8인의 고백이자, 나의 고백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텐텐 영화단>을 떠올린 터라 이러한 작가의 고백이 사뭇 진지했다. 영화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당당한 발걸음을 기억하며 즐거움이 솟아났다가, 이 책에 등장하는 학생들을 보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에게 학교는 어떤 의미였을까?"
솔직히 학생때의 기억은 따스함, 엄격함, 꿈, 절친, 존경하는 선생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선생님, 인정 등이다. 그래서 우리가 학교에 다니며 만났을 거라는 '한영주, 차선빈, 이한아, 서지우, 이주리, 김아인, 박재준, 위진성'이란 캐릭터들에 고스란히 공감하긴 어려웠다.
오히려 그래도 여전히 남아있는 학교 안에서의 순수함과 열정과 사랑을 무색하게 하는 사연만 담아둔 책 같아서 살짝 거부감도 들었다.
아니, 너무나도 사실이라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연도 있기에 외면하고 싶어서 드는 거부감인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서평가들이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SNS에 올라오는 협박성 메시지로 사건이 시작된다. 학교 안에 갇힌 8명뿐만 아니라 학교 밖의 어느 누구도 교문을 통과하면 폭탄이 폭발하게 될 거라는 거였다.
세상은 가십거리가 생기면 불 붙듯이 달려들고, 더이상 빨아먹을 게 없다 싶으면 그냥 외면한다.
고립된 학교, 갇힌 학생들과 교사 그리고 폭발 협박. 이거야말로 세상의 야릇한 호기심을 충동하기 좋은 소재다.
그러나 진정 그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은 하는 건지, 아니면 적절히 다루며 세간의 시선만 집중 받고 내버려두려는 건지 마땅히 한걸음에 달려와야할 폭발물 감식반도 좀처럼 오지 않는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단다.
도대체 언제까지 마냥 기다려야하는 걸까? 범인에 대한 추적도 외부에서 내부로 옮아간다. 어쩌면 범인은 너희와 같이 있으니 서로 불신하고, 의심하며 알아서 찾아내라는 건가?
기다림의 연속 속에서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여덟 명의 학교 안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사연도 느릿느릿 함께 전개된다. 그럴수록 범인에 대한 추적도 느슨해진다. 이 점이 스릴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답답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뭐! 도대체 왜 이 아이들과 교사를 남긴거냐고~!!"
작가는 분명 자신의 고백이라고 밝혔지만 그걸로는 성격 급한 독자를 달래기엔 무리였다.
들썩인다. 페이지를 이리 저리 넘기기도 한다.
도대체 이 아이들, 어떻게 살아온거야! 싶으니까 안쓰러움도 생긴다.
순간 한 아이가 생각났다.끊임없이 교사의 관심을 구애하던 아이.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대하는데도 그 아이는 같은 미소나 같은 칭찬에도 과하게 반응했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다른 교사들에게도 똑같이 다가갔다가 순식간에 질려버린 교사들로부터 외면받은 아이였다. 여러 이유가 존재했다. 그러나 누구의 탓을 하기가 참 애매한 관계였다. 결국 그 아이는 학교를 그만뒀다.
교사 편에선 같은 사랑의 정도로 대했으나 지나친 아이의 태도에 에너지 소모가 컸던거다.각종 격무에 시달리고, 살펴아하는 수많은 학생들을 두고 한 아이에게만 집중할 순 없는 구조였다.
학생 편에선 그냥 선생님의 시선, 말 한마디가 필요했던 거다. 그러나 그 사랑을 독차지하려해선 안되는 곳이 학교였다. 그리고 그 결핍은 가정에서부터 기인했다.
이 책에 나오는 학생들의 아픔은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참 딱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학교를 마냥 탓하기엔 더 살펴야 할 점도 분명히 있고, 학생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우리 사회의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큰 것 아닐까 싶다.
학교 안에서의 다양한 아픔을 다루는 시도와 그로 인해 우리가 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보게 하는 의도는 참신하다. 그러나 소위 학교가 무너진다는 표현이 일상화되려하는 시대에 또 학교 흠집내기 아닌가 싶어 아쉬운 책이다. 그나마 '정규' 학교에선 그렇지 않다는 장치로 사립학교와 기간제 교사를 소재로 쓴 것도 씁쓸한 현실이다..
한 사람의 문제가 이미 사회구조 문제로 번져간 건 이해되면서도, 또 다른 한 사람들까지 잘못된 학교문화의 일원이라 호도당하는 것도 이젠 싫다. 언제까지 그들만의 문제고 난 아니야..라고 방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