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유니버스 독고독락
조규미 지음, 이로우 그림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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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끄는 단편소설을 만났다.

시간여행자라는 소재는 한번 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해본 독자들이 많을거다. 이런 공상과학류의 소재를 지독하게 싫어하는 사람만 아니라면 첫 발을 들이기에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다.

믿지 못하겠지.

자신이 시간여행자라고 밝힌 '박람'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나'에게 이 말을 던진다. 아주 익숙하다는 듯이.

시간여행, 믿기 힘든 건 사실이지만, 꽤 흥미롭고 또 진지하게 꿈꿔보고 싶은 일이다. 지금 이 세계가 아닌 과거나 미래의 나 또는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니!

박람이 머무는 원룸 건물 아래 편의점에서 두 소년은 저녁마다 만나서 소박한 식사를 즐긴다. 한 명은 부모의 손에 떠밀려서 학원으로 방랑하는 고1. 한 명은 시간여행을 와서 과거인들과 과거 세계를 열심히 살펴보는 고1이다.

어느 날 도대체 박람이 어디를 돌아다니는 걸까 궁금해진 '나'는 슬쩍 람이 타는 버스에 따라 오른다. 그가 종일 돌아다닌 곳이 '고향'이라니!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머리 속에서는 '진짜 시간여행을 왔나??' 하는 의문과 동시에 '그래서 어떻게 될까?'라는 호기심이 경쟁하듯 달린다. 람의 언행과 '나'의 꿈 같은 경험들 속에서 독자도 어느 덧 또 다른 세계의 블랙홀 앞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대형 참사가 나는 고층 쇼핑몰에 대해 무심결에 말하는 람.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이후 17편의 시리즈가 나올거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람.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잘 자랄거라고 말하는 람.

이 정도면 시간여행 중이라는 람이 거짓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학원에서 배운 것들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람과 돌아다니며 본 것들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57쪽

억지로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체육관에 다니기 시작한 '나'는 가끔 람을 쫓아다녔다. 세상 모든 것을 공부하고 있는 람과 함께하며 서서히 삶을 배워가는 '나'.

이제 나도 돌아갈 날이 멀지 않았어.

58쪽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람이 떠날 시간도 성큼 다가왔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람은 자신의 본명을 밝힌다. '시미람' 그건 별 이름이었다. 담임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별 이름!

할아버지가 좋아하셨던 별 이름이라......

62쪽

람은 왜 시간여행을 했을까?

대형 사고도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되고, 과거의 흐름을 함부로 바꿀 수 없는 시간여행은 오히려 안타까움만 남기지 않을까?

과거를 살아가는 할아버지 앞에서 그 무엇도 밝힐 수 없는 람이지만, 미래를 알지 못하는 할아버지가 딸이자 람의 엄마에게 아주 따스하고 소중한 선물을 남기도록 돕는 마음이 이 작품의 마지막을 훈훈하고 아름답게 장식한다.

평범한 고등학생 같지만, 알고 보면 머나먼 시간 여행을 통해 엄마를 위한 소중한 유서를 남기도록 도운 람의 미래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시간여행이라는 설정 하에, 원래는 빗물에 지워져서 읽지 못했던 할아버지의 편지(엄마에겐 아버지의 편지)를 다시 읽을 수 있는 미래의 삶에서 엄마를 비롯한 람의 가족들은 어떤 삶의 변화를 겪고 있을까?

람이 '나'에게 말한 것처럼 '멋진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은 또 어떨까?

내가 만약 시간 여행을 한다면, 람처럼 과거의 흐름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무언가 아주 약간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소설을 분명 다 읽었는데, 계속 생각이 맴돈다. (이런 소설, 좋다! 맘에 든다!)

어서 학생들과도 읽고 토론해보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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