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서 혹은 병을 고치기 위해서 의사가 처방해준 식이요법과 운동을 지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먹지 말아야 할게 너무 많은 제한적 식단은 우리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빼앗고 상대적 박탈감을 줄 뿐이다. 또한 쉴 시간도 부족한 현대인에게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한다는 것은 그림의 떡이 아닌가. 그러다 보면 “이거 먹는다고 어떻게 되겠어?” “이렇게 사느니 그냥 병 걸리고 말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일본의 저명한 의사이자 <식사순서혁명>이라는 책으로 큰 이슈가 된 가지야마 시즈오 박사는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되 단지 식사순서만 바꾸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오랜 연구와 많은 사례들을 통해 밝혀냈다. 가지야마 시즈오 박사는 3대 성인병인 고혈압, 고지혈증, 고혈당(당뇨병)을 고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던 중 병의 가장 큰 원인을 인슐린이라고 보고 인슐린을 극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닌 ‘어떻게 먹느냐’에 포커스를 맞춰 식사 순서를 바꿈으로써 인슐린이 제어되는 획기적인 치료 방법이었다.
식사순서요법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다. 메뉴는 그대로 하되 먹는 순서를 ‘채소-단백질-곡류(식사)’로 하면 된다. 너무도 간단하다 보니 오래 지속할 수 있고 효과도 좋다. 이 식사순서요법을 적용한 환자 중 98%가 1년 동안, 94%의 환자는 2년 동안 이 치료법을 지속하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오랫동안 서서히 진행된 성인병은 하루 아침에 고치기 힘들다. 그래서 치료법 자체보다는 치료법을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가 더 중요한데 식사순서요법은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식사의 속도를 의식적으로 천천히 조절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가지야마 시즈오 박사는 왜 채소를 먼저 먹으라고 강조하는 걸까. 채소를 먼저 먹으면 인슐린 분비가 줄어들고,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있는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적게 분비했는데도 혈당이 높아지지 않는다. 또한 채소를 먼저 먹고 밥을 먹었을 때 소화되는 탄수화물에서 ‘인크레틴’이라는 인슐린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채소-단백질-탄수화물’의 식사순서요법은 평소 생활습관과 취향을 응용해서 힘들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식사 전 오이 1개, 토마토 1개를 먹는 식사순서요법을 실행하고 있는데 부득이하게 외식을 해야 한다면 채소주스라도 챙겨서 가서 식사 전 주스를 마시고 식사를 시작할 수 있다. 아니면 평소에 돈 아깝다고 생각한 에피타이저 샐러드를 추가해 먹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고기 위주의 메인 음식을 먹고 가장 나중에 밥을 먹되 배가 부르면 수저를 놓는 습관을 들이면 효과는 배가 된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채소의 섭취량은 늘고 밥, 빵 등 간식의 섭취량은 줄어들게 되어 체중이 감량되고 혈압과 당 치수가 떨어진다.
식사순서를 바꿨는데도 만일 몸에 변화가 없다면 식사시간을 체크해봐야 한다. 음식을 꼭꼭 씹어 먹을수록 GLP-1(혈당을 상승시키는 글루카곤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물질)의 분비가 촉진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음식을 오래 많이 씹으면 턱 주변의 근육을 많이 쓰게 되고 뇌로 가는 혈류의 순환을 돕는다. 그래서 껌 많이 씹으면 똑똑해진다는 말이 있었다. 이런 작용이 뇌의 동맥경화를 예방해주고 치매도 예방해준다.
또한 음식을 많이 씹으면 다량의 침이 분비되는데 침은 충치와 치주질환을 예방하고 소화를 도와 위의 부담을 덜어주며 구취를 예방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음식을 씹을 때마다 히스타민이 분비되어 뇌의 중추신경에 자극을 주어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므로 과식을 막을 수 있다. 그러므로 식사순서요법을 철저히 지켰는데도 몸의 변화가 없다면 나의 식사시간을 살펴보고 한 번에 30번씩 씹기와 타이머의 도움을 받아 식사시간이 30분이 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우엇을 '어떻게' 먹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채소부터 먹는 식생활-이것만으로 생활습관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