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순서혁명 - 소리 없는 살인자,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 잡는
가지야마 시즈오, 이마이 사에코 지음, 이소영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식사순서혁명

가지야마 시즈오. 이마이 사에코 지음




요즘 내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창피하지만 다이어트다.

왜 다이어트를 창피하다고 생각하냐면, 나름 살이 찌지 않는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장착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열성적으로 다이어트에 목매달게 될지는 정말 알지 못했다. 여느 때와 다름이 없이 먹고 활동하고 자고 생활하는데 작년부터 야금야금 찌던 살은 내가 허용할 수 있는 범주를 여지없이 벗어나 버렸고, 그깟꺼 삼일만 굶으면 제자리로 돌아올거라 생각했던 나의 오만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렇다. 나는 지금 한달 째 소식과 나름의 간헐적 단식 그리고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태어나 처음으로 하는 나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몸무게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심지어 하루종일 굶었는데 다음 날 1kg가 쪄 있는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심한 체력저하로 피검사를 했더니 당뇨전단계라는 정말 하늘이 노래지는 결과도 보았다. 다행히 다시 검사하니 정상이었지만.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철저히 나의 컨트롤 아래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몸 상태가 주인을 배신하자 나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지금까지 자신했던 나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처음부터 찬찬히 들여다보고 어쩌면 새판을 짜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 <식사순서혁명>이 나에게는 구원같이 느껴졌다.

 

 

 

 

1장 식사순서만 바꿔도 장수한다

2장 같은 음식, 다른 결과를 만든다

3장 무조건 채소 먼저 먹어라

4장 외식을 피할 수 없는 현대인을 위한 실천법

5장 식사순서요법과 함께하는 운동

<식사순서혁명>





건강을 위해서 혹은 병을 고치기 위해서 의사가 처방해준 식이요법과 운동을 지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먹지 말아야 할게 너무 많은 제한적 식단은 우리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빼앗고 상대적 박탈감을 줄 뿐이다. 또한 쉴 시간도 부족한 현대인에게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한다는 것은 그림의 떡이 아닌가. 그러다 보면 “이거 먹는다고 어떻게 되겠어?” “이렇게 사느니 그냥 병 걸리고 말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일본의 저명한 의사이자 <식사순서혁명>이라는 책으로 큰 이슈가 된 가지야마 시즈오 박사는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되 단지 식사순서만 바꾸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오랜 연구와 많은 사례들을 통해 밝혀냈다. 가지야마 시즈오 박사는 3대 성인병인 고혈압, 고지혈증, 고혈당(당뇨병)을 고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던 중 병의 가장 큰 원인을 인슐린이라고 보고 인슐린을 극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닌 ‘어떻게 먹느냐’에 포커스를 맞춰 식사 순서를 바꿈으로써 인슐린이 제어되는 획기적인 치료 방법이었다.

식사순서요법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다. 메뉴는 그대로 하되 먹는 순서를 ‘채소-단백질-곡류(식사)’로 하면 된다. 너무도 간단하다 보니 오래 지속할 수 있고 효과도 좋다. 이 식사순서요법을 적용한 환자 중 98%가 1년 동안, 94%의 환자는 2년 동안 이 치료법을 지속하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오랫동안 서서히 진행된 성인병은 하루 아침에 고치기 힘들다. 그래서 치료법 자체보다는 치료법을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가 더 중요한데 식사순서요법은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식사의 속도를 의식적으로 천천히 조절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가지야마 시즈오 박사는 왜 채소를 먼저 먹으라고 강조하는 걸까. 채소를 먼저 먹으면 인슐린 분비가 줄어들고,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있는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적게 분비했는데도 혈당이 높아지지 않는다. 또한 채소를 먼저 먹고 밥을 먹었을 때 소화되는 탄수화물에서 ‘인크레틴’이라는 인슐린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채소-단백질-탄수화물’의 식사순서요법은 평소 생활습관과 취향을 응용해서 힘들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식사 전 오이 1개, 토마토 1개를 먹는 식사순서요법을 실행하고 있는데 부득이하게 외식을 해야 한다면 채소주스라도 챙겨서 가서 식사 전 주스를 마시고 식사를 시작할 수 있다. 아니면 평소에 돈 아깝다고 생각한 에피타이저 샐러드를 추가해 먹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고기 위주의 메인 음식을 먹고 가장 나중에 밥을 먹되 배가 부르면 수저를 놓는 습관을 들이면 효과는 배가 된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채소의 섭취량은 늘고 밥, 빵 등 간식의 섭취량은 줄어들게 되어 체중이 감량되고 혈압과 당 치수가 떨어진다.

식사순서를 바꿨는데도 만일 몸에 변화가 없다면 식사시간을 체크해봐야 한다. 음식을 꼭꼭 씹어 먹을수록 GLP-1(혈당을 상승시키는 글루카곤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물질)의 분비가 촉진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음식을 오래 많이 씹으면 턱 주변의 근육을 많이 쓰게 되고 뇌로 가는 혈류의 순환을 돕는다. 그래서 껌 많이 씹으면 똑똑해진다는 말이 있었다. 이런 작용이 뇌의 동맥경화를 예방해주고 치매도 예방해준다.

또한 음식을 많이 씹으면 다량의 침이 분비되는데 침은 충치와 치주질환을 예방하고 소화를 도와 위의 부담을 덜어주며 구취를 예방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음식을 씹을 때마다 히스타민이 분비되어 뇌의 중추신경에 자극을 주어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므로 과식을 막을 수 있다. 그러므로 식사순서요법을 철저히 지켰는데도 몸의 변화가 없다면 나의 식사시간을 살펴보고 한 번에 30번씩 씹기와 타이머의 도움을 받아 식사시간이 30분이 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우엇을 '어떻게' 먹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채소부터 먹는 식생활-이것만으로 생활습관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식사순서혁명>, p166




식사순서요법은 조금만 신경 쓰면 실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치료법을 지속하면서 드는 힘들고 참아야 하는 부정적인 감정보다 쉽고 스트레스가 줄었다라는 긍정적인 감정이 더 크다. 즉, 실천에 대한 부담감이나 스트레스 없이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식사순서요법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단지 몸무게에 집착하고 있는 내가 한심했다. 하지만 <식사순서혁명>을 읽고 나에게 다이어트를 넘어선 건강을 위한 한줄기 빛을 본 것 같다. 무엇이든 지속적으로 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식사순서를 바꾼 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기대해봐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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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프로젝트 100 - 본업을 그만두지 않으면서 부업으로 돈 버는
크리스 길아보 지음, 신솔잎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사이드 프로젝트 100

크리스 길아보



본업을 그만두지 않으면서 부업으로 돈을 번다.


라는 말이 얼마나 매력적인 말인지는 열정없는 일을 오랫동안 지속한 회사원들이라면 핵공감할 것이다. 아니면 나처럼 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라던가. 아이들이 어느정도 크니 애들 학원비라도 벌어볼까, 생활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데... 슬슬 경제적 욕구가 꿈틀거렸다. 하지만 아직 아이들이 다 큰 것도 아니고 나의 본업인 가사와 육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도 못하니 부업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찰라에 내 눈에 띈 책이 바로 <사이드 프로젝트 100>. 이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은 '4차 혁명'시대에는 더이상 영원한 직업은 없으며 유일한 직업도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투잡, 쓰리잡이 기본인 미래사회에서는 부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지도 모른다.

저자인 '크리스 길아보'는 벤처 사업가로 <사이드 허슬 스쿨>이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축적된 성공한 부업의 사례를 모아 이 책을 내게 되었다. 어쩌면 이 또한 '크리스 길아보'에게는 또 하나의 부업이었을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이드 프로젝트 100>에 실린 100가지의 부업은 과연 무엇일까 호기심에 470페이지나 되었던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1장 부업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


2장 아이디어는 어디에나 있다


3장 이미 갖고 있는 기술을 활용하라


4장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


5장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라


6장 사람을 모으고 커뮤니티를 만들어라


7장 손재주를 발휘해 돈을 벌어라


8장 수입을 자동화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9장 돈 걱정 없이 세계를 경험하라


10장 먹고, 마시고, 은행계좌를 불려라


11장 선한 영향력을 베풀면서 돈도 벌어라


12장 앱 시장을 공략하라


13장 가족이나 파트너와 함께 운영하라


14장 브랜드화로 가치를 업그레이드하라


15장 100만 달러 가치의 부업으로 성장시켜라

<사이드 프로젝트 100>




<사이드 프로젝트>는 굉장히 디테일하게 섹션이 나눠져있다. 부업의 종류를 나누고 그에 관련된 성공사례를 5-6개씩 실었다. 차례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관심있는 분야나 도전해볼만한 부업의 종류가 딱 구분이 되었다. 그런데 관심가는 부업에 밑줄을 치다가 문득, '이런 것도 부업이라고?' '이건 이미 나도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많았다. 저자가 서문에 말한대로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엄청난 각오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진 않았다. 현재의 직업이 주는 안정적인 수입을 지키면서 얼마의 여윳돈을 벌고 싶었던 것뿐이기 때문에 시작은 매우 소소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이 책에 소개된 부업이 현재도 진행이 되고 있을지 혹은 변화가 있는지 저자도 장담 못할 정도로 부업은 말 그대로 부업, 평생할 일이라 생각지도 않고 매달릴 필요도 없는 가벼운 용돈벌이식으로 가볍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자신감과 도전의식이 싹튼다. 그럼 다음 단계로!

 

 

부업을 시작하는 데에는 틀린 길도 없어요. 무조건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죠. 처음에는 컨페티 프로젝트로 큰 수입을 얻지 못했지만 이제는 잠재성 높은 하나의 브랜드가 됐어요.

사이드 프로젝트 100_p89




이들의 부업은 창업 비용이 고작 몇 만원인 소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천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 부업까지 다양하지만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리고 초기 자본 대비 큰 수익을 냈다. 이들의 소소한 부업을 보고 있자니 솟아나는 부업 아이디어를 주체할 수 없어 책 빈 곳에 메모를 하기 바쁠 정도였다. 물론 성공사례가 모두 외국이다보니 우리와는 정서가 사뭇 달라 "이런 게 먹힌다고?" 의아한 경우도 많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면 수많은 기회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고의 유연성을 갖는다면 부업의 블루오션을 반드시 찾을 수 있으리라.

또한 <사이드 프로젝트 100>은 책 편집이 참 잘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례를 소개할 때 지역, 창업비용, 수입 등 자세한 정보를 메모형식으로 요약해주고 '액션 플랜'를 짚어주어 부업을 실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팁을 제공한다. '포인트!'에서는 소개된 부업의 특징을 콕 짚어주어 참고하기 좋았다. 책을 읽다 보니 이런 정보성 책은 편집이 유독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업의 가장 좋은 점은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제가 원치 않을 때는 언제든지 직장을 그만둘 수 있는 '안전망' 역활을 해준다는 것이죠. 삶에 주도권이 생기면 많은 것들이 달라집니다.

<사이드 프로젝트 100>_p403



<사이드 프로젝트 100>에 소개된 부업은 정말 기발한 것부터 대단한 것까지 다양한 부업이 소개되어 있는데 나는 이것들이 부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도 부업으로 시작했다가 본업을 그만두고 부업에 올인한 경우도 있고 본업보다 훨씬 수입이 좋은 부업들도 있다. 결국 이 책은 좀더 다양한 직업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고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좋아하는 것만 해서는 절대 잘먹고 잘살기 힘들다라는 보편적인 고정관념에 우리는 갇혀있다. 그래서 노예같은 회사 생활 따로 퇴근 후 생활 따로 이중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부업을 통해서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삶은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좀더 윤택해지는 것은 확실하다.

당장 종이를 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의 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돈이 될만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지. 부업이니까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꿈을 향한 나의 희망과 의지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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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 공부그릇 - ‘진짜 공부력’은 가정에서 만들어진다, ‘진짜 공부력’ 향상을 위한 실전 TIP & 참고도서 수록
심정섭 지음 / 더디퍼런스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짜 공부력'은 가정에서 만들어진다

공부보다 공부그릇

심정섭




책을 받아들고 문득, 저자 심정섭 선생님과 나의 인연이 언제부터인가를 생각해본다.

부부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결혼을 했고, 부모가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아이 셋의 엄마가 되었다. 이 미지의 세계에 대해 속시원히 길잡이 해주는 이도 없었고 공부할 여유도 없었다. 학부모가 되고 모두가 향하고 있는 그 대열에 끼어 속절없이 끌려가다가 솔직히 그 대열에 앞에 서고 싶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심정섭 선생님의 <대한민국 학군지도>를 만나면서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엄청난 데이터를 간결하고 핵심만 집어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학군을 이야기하고 입시를 분석하는 냉철한 그의 글 행간 사이에서 정작 그가 강조하고 있는 뜨거운 메세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1% 유대인의 생각훈련>, <질문이 있는 식탁, 유대인 교육의 비밀>, <강남에서 서울대 많이 보내는 진짜 이유> 등 저자의 다른 책을 섭렵하고 강의까지 듣게 되었다. 심정섭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한바탕 웃고 나오면 머리가 가벼워지고 침침했던 눈이 선명해지는 명안현상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그 날 뿐이지만.

 

너무 중요하지만, 간과되는 '몸'

입시멘탈을 넘어 후회 없는 삶을 위한 '마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진짜 공부 '머리'

문제지 푸는 공부를 넘어 행복한 인생을 위한 '진짜 공부'

희망의 교육을 가정에서부터 시작하자




심정섭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 그의 교육에 대한 철학을 확실히 알 수가 있다. 이른바 엄친아, 서울 대학교를 나와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20년 동안 강의와 입시지도를 한 저자라면 속칭 입시 베테랑이 틀림없을진데 학군과 입시지도의 노하우를 듣고자 앉아있는 엄마들에게 그는 하브루타 교육이라든가 유태인의 가정교육 등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나는 저자의 교육에 접근하는 근본적인 관점과 방식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꼭 학군, 입시를 떠나 그의 교육 철학이 담긴 책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강의는 매번 내가 원할 때 들을 수 없으니 책을 옆에 두고 지침서로 삼으리라. 그런데 그 날이 진짜 왔다. <공부보다 공부그릇>을 받아든 이 순간 가슴이 벅차다.



주중에 집중해서 공부하고, 주말에는 자연과 교감하며 땀 흘리고, 공부하는 중간 피곤하면 스트레칭 하는 등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올바른 공부 습관을 길러 주어야 한다. 어릴 때 이런 공부 그릇을 만들어 주지 않고, 학원만 보내고 문제지 푸는 인지적인 훈련만 시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공부보다 공부그릇_p41



저자는 우선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체력을 키우라고 하면 당장 태권도, 수영 등 학원부터 보내는게 답이 아니다. 저자는 반드시 자연과 함께 오감을 사용하며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섭취하는 음식조차도 건강하고 무해한 것이어야 한다. 몸과 정신은 하나가 아니던가. 당장 주말 등산을 계획했다. 남편이 옆에서 팔랑귀라고 놀린다. 우리는 적인가 동지인가.

 

<공부보다 공부그릇>은 이렇게 챕터마다 바로 실천하기라던가 추천도서를 수록해서 실전편처럼 바로 응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음은 저자가 몸, 마음, 머리의 공부 그릇 중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말한 마음이다. 무엇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마음 그릇. 사실 사춘기를 앓고 있는 집에서는 공부도 중요한 게 아니다. 내 아이가 정신적으로 병들어가는 혹은 부모와 등을 지는 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명문대를 가고도 방황하는 아이들, 성공했지만 불행한 주변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것은 애초 부정적인 성취동기로 삶의 원동력을 삼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성취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이와 가족의 소통이 되고 있어야 한다. 소통은 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범죄가 아닌 것은 한번 하게 해주자'라는 저자의 말이 우숩지만 아팠던 이유는 '사랑'과 '안전'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너무 나의 울타리에 가두지 않았나, 나의 잣대로 아이의 선택권을 무시하지 않았나 하는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설프게 10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자신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을 10번 반복하거나 비슷한 주제의 책을 10권 읽을 때 독서 근육이 길러진다. 이와 함께 조바심 내지 않는 부모의 정서적 지원과 여유가 필요하다.

공부보다 공부그릇_p129




그릇을 만드는데 있어 몸과 마음 그 다음이 머리다. 저자 역시 머리는 우선 독서 그 중에서도 몰입독서를 강조한다. 내 아이가 '사색형 두뇌'인지 '행동형 두뇌'인지 파악한 후 그에 맞는 독서활동을 하면 된다. 하지만 여타의 다른 독서 강조 책들과는 달리 실전편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인생의 바이블이 될만한 책을 선정해 평생 반복해서 읽는 '지혜독서'나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는 재능독서로 상호보완하는 방법도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시도는 초등때만 가능하고 중고등부터는 문제지 푸는데 올인하라는 대목에서 저자의 직업병(?)을 엿볼 수 있어 빵 터졌다. 여타 다른 독서 강조 책들과는 달리 일상의 사례들을 통해 대화의 예시까지 들어있다. 독서 특히 요즘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에 대한 해결책도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이 책의 네가지 챕터 중에서 가장 절절히 와닿았던 마지막 챕터. 행복을 위한 '진짜 공부'.

나는 점점 사라지는 명절과 제사가 아쉬운 사람이다. 물론 허례허식으로 며느리들만 골병들게 하는 그 형식과 절차가 문제이지 일년에 한두번 가족들이 다 모이고 돌아가신 분을 추억하는 일은 아이들을 위해서도 지속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의 뜻과 비슷한 것이 저자가 말한 아이를 장례식에 데려간다는 것이다. 나만해도 엄마가 할머니, 외삼촌의 장례식에 데려가지 않았다. 엄마는 그런데 아이는 오는게 아니라고 하셨지만 나는 추억이 많았던 가족들과 이별할 기회를 잃어버린 서운함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왠지모를 죄책감까지 덤으로. 아이의 진정한 삶의 행복을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할 공부 그릇은 바로 철학과 영성이라는 저자의 말에 진심으로 동감이 갔다. 또한 반드시 아이가 경험해봐야할 절제와 결핍의 경험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준다.

 

 

 

가끔 자신의 신념대로 아이를 키우다가 본격적으로 입시 경쟁에 들어갔을 때 죄책감을 느끼며 힘들어하는 주변 엄마들을 보게 된다. 아이의 성적을 보며 못하면 못하는대로 잘하면 잘하는대로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바로 이 죄책감이 아닐까. 심지어 자식에게 왜 자신을 이렇게 키웠냐는 원망을 듣는다면 그 무너지는 마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스카이캐슬'에서 영재 엄마가 자살하려고 맨발로 눈길을 걸을 때 그 허망한 눈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다. 그 불안함에 대한 저자의 명쾌한 비유가 인상적이다. 풀타임을 뛸 체력을 갖추었으니 이제 죽도록 슈팅연습만 하면 된다는 것. 그 사이 체력도 안되면서 슈팅연습만 한 아이들은 지치거나 포기할테니.

단숨에 읽어내려갔던 <공부보다 공부그릇>.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머리가 가벼워지고 눈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저자가 책에 제시한 구체적인 실천팁들을 모조리 실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종이를 펴고 가능한 것들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며 내가 느낌 점을 공유하고 내가 쓴 가능한 것들에 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다행히도 아이들을 꽤 흥미로워했고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사실 교육에 관하여 인성과 철학 등을 강조하는 책들이 끊임없이 나오지만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바뀌는 않는 이유는 다름아닌 환경 때문이다. 유태인의 교육에 감탄하면서도 만일 유태인 한 가족이 한국에서 애를 낳아 키운다면 그 아이는 자신이 받는 유태인 교육에 그렇게까지 충실하게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매번 강의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아도 아이 친구들을 보거나 엄마들을 만나면 금새 흔들리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 입시 시스템에서 독야청청하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걸 간파한 저자는 '같은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연대하고 공동체를 만들어야'한다고 설파하지만 그것조차 녹록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끊임없이 이런 책을 읽고 신념을 세워야 하는 것은 어쩌면 낙수가 바위를 뚫는 기적을 보는 것처럼 아이를 사랑하고 나라를 생각하며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와 같은 부모의 숙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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