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보다 공부그릇 - ‘진짜 공부력’은 가정에서 만들어진다, ‘진짜 공부력’ 향상을 위한 실전 TIP & 참고도서 수록
심정섭 지음 / 더디퍼런스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짜 공부력'은 가정에서 만들어진다

공부보다 공부그릇

심정섭




책을 받아들고 문득, 저자 심정섭 선생님과 나의 인연이 언제부터인가를 생각해본다.

부부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결혼을 했고, 부모가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아이 셋의 엄마가 되었다. 이 미지의 세계에 대해 속시원히 길잡이 해주는 이도 없었고 공부할 여유도 없었다. 학부모가 되고 모두가 향하고 있는 그 대열에 끼어 속절없이 끌려가다가 솔직히 그 대열에 앞에 서고 싶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심정섭 선생님의 <대한민국 학군지도>를 만나면서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엄청난 데이터를 간결하고 핵심만 집어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학군을 이야기하고 입시를 분석하는 냉철한 그의 글 행간 사이에서 정작 그가 강조하고 있는 뜨거운 메세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1% 유대인의 생각훈련>, <질문이 있는 식탁, 유대인 교육의 비밀>, <강남에서 서울대 많이 보내는 진짜 이유> 등 저자의 다른 책을 섭렵하고 강의까지 듣게 되었다. 심정섭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한바탕 웃고 나오면 머리가 가벼워지고 침침했던 눈이 선명해지는 명안현상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그 날 뿐이지만.

 

너무 중요하지만, 간과되는 '몸'

입시멘탈을 넘어 후회 없는 삶을 위한 '마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진짜 공부 '머리'

문제지 푸는 공부를 넘어 행복한 인생을 위한 '진짜 공부'

희망의 교육을 가정에서부터 시작하자




심정섭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 그의 교육에 대한 철학을 확실히 알 수가 있다. 이른바 엄친아, 서울 대학교를 나와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20년 동안 강의와 입시지도를 한 저자라면 속칭 입시 베테랑이 틀림없을진데 학군과 입시지도의 노하우를 듣고자 앉아있는 엄마들에게 그는 하브루타 교육이라든가 유태인의 가정교육 등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나는 저자의 교육에 접근하는 근본적인 관점과 방식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꼭 학군, 입시를 떠나 그의 교육 철학이 담긴 책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강의는 매번 내가 원할 때 들을 수 없으니 책을 옆에 두고 지침서로 삼으리라. 그런데 그 날이 진짜 왔다. <공부보다 공부그릇>을 받아든 이 순간 가슴이 벅차다.



주중에 집중해서 공부하고, 주말에는 자연과 교감하며 땀 흘리고, 공부하는 중간 피곤하면 스트레칭 하는 등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올바른 공부 습관을 길러 주어야 한다. 어릴 때 이런 공부 그릇을 만들어 주지 않고, 학원만 보내고 문제지 푸는 인지적인 훈련만 시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공부보다 공부그릇_p41



저자는 우선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체력을 키우라고 하면 당장 태권도, 수영 등 학원부터 보내는게 답이 아니다. 저자는 반드시 자연과 함께 오감을 사용하며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섭취하는 음식조차도 건강하고 무해한 것이어야 한다. 몸과 정신은 하나가 아니던가. 당장 주말 등산을 계획했다. 남편이 옆에서 팔랑귀라고 놀린다. 우리는 적인가 동지인가.

 

<공부보다 공부그릇>은 이렇게 챕터마다 바로 실천하기라던가 추천도서를 수록해서 실전편처럼 바로 응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음은 저자가 몸, 마음, 머리의 공부 그릇 중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말한 마음이다. 무엇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마음 그릇. 사실 사춘기를 앓고 있는 집에서는 공부도 중요한 게 아니다. 내 아이가 정신적으로 병들어가는 혹은 부모와 등을 지는 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명문대를 가고도 방황하는 아이들, 성공했지만 불행한 주변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것은 애초 부정적인 성취동기로 삶의 원동력을 삼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성취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이와 가족의 소통이 되고 있어야 한다. 소통은 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범죄가 아닌 것은 한번 하게 해주자'라는 저자의 말이 우숩지만 아팠던 이유는 '사랑'과 '안전'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너무 나의 울타리에 가두지 않았나, 나의 잣대로 아이의 선택권을 무시하지 않았나 하는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설프게 10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자신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을 10번 반복하거나 비슷한 주제의 책을 10권 읽을 때 독서 근육이 길러진다. 이와 함께 조바심 내지 않는 부모의 정서적 지원과 여유가 필요하다.

공부보다 공부그릇_p129




그릇을 만드는데 있어 몸과 마음 그 다음이 머리다. 저자 역시 머리는 우선 독서 그 중에서도 몰입독서를 강조한다. 내 아이가 '사색형 두뇌'인지 '행동형 두뇌'인지 파악한 후 그에 맞는 독서활동을 하면 된다. 하지만 여타의 다른 독서 강조 책들과는 달리 실전편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인생의 바이블이 될만한 책을 선정해 평생 반복해서 읽는 '지혜독서'나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는 재능독서로 상호보완하는 방법도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시도는 초등때만 가능하고 중고등부터는 문제지 푸는데 올인하라는 대목에서 저자의 직업병(?)을 엿볼 수 있어 빵 터졌다. 여타 다른 독서 강조 책들과는 달리 일상의 사례들을 통해 대화의 예시까지 들어있다. 독서 특히 요즘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에 대한 해결책도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이 책의 네가지 챕터 중에서 가장 절절히 와닿았던 마지막 챕터. 행복을 위한 '진짜 공부'.

나는 점점 사라지는 명절과 제사가 아쉬운 사람이다. 물론 허례허식으로 며느리들만 골병들게 하는 그 형식과 절차가 문제이지 일년에 한두번 가족들이 다 모이고 돌아가신 분을 추억하는 일은 아이들을 위해서도 지속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의 뜻과 비슷한 것이 저자가 말한 아이를 장례식에 데려간다는 것이다. 나만해도 엄마가 할머니, 외삼촌의 장례식에 데려가지 않았다. 엄마는 그런데 아이는 오는게 아니라고 하셨지만 나는 추억이 많았던 가족들과 이별할 기회를 잃어버린 서운함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왠지모를 죄책감까지 덤으로. 아이의 진정한 삶의 행복을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할 공부 그릇은 바로 철학과 영성이라는 저자의 말에 진심으로 동감이 갔다. 또한 반드시 아이가 경험해봐야할 절제와 결핍의 경험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준다.

 

 

 

가끔 자신의 신념대로 아이를 키우다가 본격적으로 입시 경쟁에 들어갔을 때 죄책감을 느끼며 힘들어하는 주변 엄마들을 보게 된다. 아이의 성적을 보며 못하면 못하는대로 잘하면 잘하는대로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바로 이 죄책감이 아닐까. 심지어 자식에게 왜 자신을 이렇게 키웠냐는 원망을 듣는다면 그 무너지는 마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스카이캐슬'에서 영재 엄마가 자살하려고 맨발로 눈길을 걸을 때 그 허망한 눈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다. 그 불안함에 대한 저자의 명쾌한 비유가 인상적이다. 풀타임을 뛸 체력을 갖추었으니 이제 죽도록 슈팅연습만 하면 된다는 것. 그 사이 체력도 안되면서 슈팅연습만 한 아이들은 지치거나 포기할테니.

단숨에 읽어내려갔던 <공부보다 공부그릇>.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머리가 가벼워지고 눈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저자가 책에 제시한 구체적인 실천팁들을 모조리 실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종이를 펴고 가능한 것들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며 내가 느낌 점을 공유하고 내가 쓴 가능한 것들에 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다행히도 아이들을 꽤 흥미로워했고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사실 교육에 관하여 인성과 철학 등을 강조하는 책들이 끊임없이 나오지만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바뀌는 않는 이유는 다름아닌 환경 때문이다. 유태인의 교육에 감탄하면서도 만일 유태인 한 가족이 한국에서 애를 낳아 키운다면 그 아이는 자신이 받는 유태인 교육에 그렇게까지 충실하게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매번 강의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아도 아이 친구들을 보거나 엄마들을 만나면 금새 흔들리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 입시 시스템에서 독야청청하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걸 간파한 저자는 '같은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연대하고 공동체를 만들어야'한다고 설파하지만 그것조차 녹록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끊임없이 이런 책을 읽고 신념을 세워야 하는 것은 어쩌면 낙수가 바위를 뚫는 기적을 보는 것처럼 아이를 사랑하고 나라를 생각하며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와 같은 부모의 숙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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