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평점 :
오래전에 개미를 너무 재미있게 읽은 후 베르베로씨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너무나 독특한 이야기라 그 당시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 후에도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다. 그 후에 몇 편을 더 읽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고 매우 반가웠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라고 하니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왜 나는 잘 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에 힘들어져 쓰는 것을 멈추게 되는 시기가 있다. 물론 나도 그 시기를 잘 넘기지 못하였다. 그러나 잘 쓰는 것이 타고난 것이 아닌 쓰는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였다. 개미를 책으로 내기 위해 120여 번이라는 개작을 하였다니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얼마나 오랫동안 생각하고 생각하였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그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아주 사실적으로 쓰고 있다. 꾸임이 더해지지 않은 오히려 너무 담백한, 그래서 어떻게 보면 너무 솔직한. 솔직함에 너무라는 단어가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현실을 일종의 영화나 비디오 게임처럼 대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내가 내 삶을 멀리서 바라보는 구경꾼이라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가끔 나 역시 그렇게 멀리서 나를 볼 때가 있다. 그래서 조금은 덜 상처받고 덜 힘들어지기를 바라며. 자라면서 받는 어려움을 탈바꿈 중인 애벌레로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 친구와의 대화에서 받는 위로이다.
그것이 존재의 진화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며 그래서 다른 이에게서 공격을 받는데 그것은 너에 대한 질투의 표현이라고. 그러니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다른 이가 싫어하거나 화를 내도 신경 쓸 것 없다고. 그래야 자신을 잃지 않는다고.
때로는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내가 아닌 모습으로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있다. 특히 지난 학창 시절에는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혼자인 것보다는 무리에 있는 것이 보호받고 있는 생각이 들어 나도 의도치 않게 그렇게 행동하였다. 물론 그래서 친구들과의 관계도 크게 고민되지 않았고 잘 보내었다. 다만 지나고 보니 잘 보내것만이 최선이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여러 과정을 거치며 쓰는 것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더해진다. 단편 쓰기의 필요성이라는 것. 그리고 상상력은 마치 근육과 같아 쓰면 쓸수록 탄력이 붙고 강해진다고 한다. 그러니 꾸준히 쓰야 한다고. 그 꾸준함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누구도 인정없는 시간 속에서 홀로 나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 없이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용기는 도대체 어디서 올 수 있는 것인지.

타로카드로 자신이 지나온 삶에서의 의미를 해석하여 정리한 에세이는 솔직함을 품고 담백하게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서 언제나 삶의 순간순간을 더 음미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려 한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살피며 이해하기를 바라며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쓴다고. 그렇게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지나온 시간들을 살펴보아야겠다 생각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