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옥 - 도심 속에서 다른 삶을 짓다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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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EBS에서 건축탐구 집 <나를 닮은 집, 나를 담은 집>이란 방영이 있었다. 집에 관한 프로그램은 종종 나에게 힐링을 주며, 내 집을 그리게 만든다. 특히 그 중에 한옥이 방영이 될 때면, 전통적 한옥을 현대적으로 꾸민 것에 관심을 둔다. 한옥이 주는 매력이 있다. 김대균 건축가도 들어가는 말에 언급하듯이 50년 된 아파트를 상상하면 낡았다는 생각을 하는데 80년 된 한옥은 멋짐을 넘어 고풍스러운 미를 풍긴다. 즉 시간의 촉감을 느끼게 한다. 그 이유는 한옥에서 쓰이는 나무, , 한지, 기와 등의 재료가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적 건축도 좋지만 전통적 한옥의 차분함과 자연을 품은 건축미는 독자에게 계속 한옥을 품으라고 말한다. 실제 집이 지어지는 시기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한옥을 통한 설계도는 분명 내 건축 가운데 이미 들어와 선명한 발자국을 남겨 놓았다.

 

첫 장을 열면 이미 디자이너 양태오의 계동 한옥에 정신을 잃어버린다. 없던 탐심도 생기게 만드는 그의 한옥은 어쩌면 독자인 내가 바라는 현대적 한옥 그것이다. ''자 한옥으로 지어진 이 집은 이미 행복이 가득한 집에 소개될 정도로 현대적 한옥의 감각이 뛰어나다. 건축가 김영섭 선생이 해외로 떠나면서 새 주인이된 양태오 디자이너는 100살 된 한옥을 모던 한옥으로 너무나 근사하게 바꾸어 나갔다. 능소화와 소나무 한 그루가 있어 능소헌과 청송재라 이름 지어 공간을 설명해 주는데 능소헌과 청송재는 두 채의 아담한 고택이 나란히 연결된 형태이다. 여기 능소헌은 사무실 겸 생활 공간으로, 청송재는 미국에 오가는 부모님이 머무는 공간이자 지인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된다.

 

이 집은 역사가 있는 집이라고 했다. 본디 1910년대에 지어진 보급형 생활한옥으로서 처음으로 개조가 이루어진 1997년에는 윗집 사랑채 능소헌과 아랫집 안채 청송재를 이어붙여 공간 면적을 넓혔 나갔다. 그리고 2012년에 양태오 소장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지금의 모습을 이루었다.

 

어쩜 이리도 독자가 원하는 감각을 다 갖추고 있으니 부러울 뿐이다. 김대균 건축가가 말하듯 도시에 살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건물 내부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외부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의 결핍으로 인해 몸과 마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집 마당과 같은 사적인 외부 공간은 공원과 같은 공적인 외부 공간과는 쓰임이 다를 뿐 아니라 심적인 면에서도 다르다. 즉 집 마당에서는 닫힌 공간에서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고, 복잡한 머릿속을 비울 수도 있다. 동시에 헤르만 헤세처럼 조그만 정원을 가꾸거나 바깥 공기를 느끼며 취미 활동을 할 수도 있어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다양하게 만들어 준다. 특히 한옥의 구조적인 특징은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어 안마당, 뒷마당, 사랑 마당, 행랑 마당 등과 같은 다양한 마당이 내외부적으로 교차된 풍경을 준다. 그래서 계절과 날씨를 느끼고 아침과 밤을 느낄 수 있으며, 이것을 통해 집은 몸과 마음이 하늘과 땅에 연결되도록 느끼게 해준다는 말이 너무 공감되어 진다.

 

한옥은 양태오 소장 말처럼 건축학적 요소를 제대로 갖춘 집임을 새삼 느낀다. 즉 아무리 평범한 한옥일지라도 공간 구성과 건축 요소가 유명 건축가가 지은 웬만한 현대 건축물보다 우수하다. 하늘이 보이고 땅을 밟을 수 있는 자연과 가장 가까운 집이면서 창과 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집 안팎의 구분을 개방적으로 확장시킨다. 또한 마당과 대청은 열려 있어 사고를 유연하게 만들어 주고, 대신 방은 아주 내밀해 사적인 적막을 즐기는 행복을 준다. 그래서 이 한옥 공간 안에 있으면 일에 더 집중하게 될 뿐 아니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샘솟게 만든다.

 

한옥은 이제 21세기 힐링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 이유에 대해 양태오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한다.

 

한옥에서는 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를 충실히 느끼면서 살아요. 계동 골목이 복작복작하잖아요. 한옥 문을 닫고 들어오는 순간 나만의 시간, 나만의 세계가 되죠. [...]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쉽게 반응할 수 있는 공간의 언어들이 있어요. 좁았다 넓어지고, 어두웠다 밝아지고, 높았다 낮아지고, 낮은 데서 높아지고. 그러한 일상의 건축 언어를 정말 잘 차용한 집이 바로 한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좁은 문을 통해 들어오면 큰 마당이 펼쳐져 먼저 자신을 낮추고, 작은 방에서 트인 대청으로 나가면 어깨가 절로 펴지니까요. 예전에는 디자인을 하면서 좀 더 다르게, 좀 더 잘하고 싶었다면 요즘은 그런 마음을 많이 털어 낸 것 같아요.” p.22-23

 

한옥이 좋은 것은 알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더더욱 매력을 느낀다. 사람마다 풍기는 모습이 다르듯 소개되는 한옥의 다양함은 한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느낌이다. 이미 한류 열풍을 통해 한옥이 가진 미가 세계적인 미로 탈바꿈하고 있는 시대다. 이제 한옥 카페, 한옥 호텔, 한옥 미술관 등은 한국적 미를 뽐내며 우리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고급스럽다 못해 독특하며, 차분함과 선비스러운, 고풍스러움이 풍겨나와 누구나 이곳에 살아가게 되면 대감마님이 되었다고 착각할 정도이다.

 

더 한옥에서는 이러한 대세를 담아 한옥을 보금자리로 선택한 사람들의 한옥살이 계기, ·보수 및 신축 과정, 한옥 생활의 장단점 등의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잘 담아 주었다.

 

그렇다. 한옥을 보면 눈이 즐겁고, 마음에 안정을 준다. 자연과 가장 어울리는 집이면서, 평온하고 자적한 삶을 거주자에게 선사한다. 그리고 자연속에서 선적인 미, 공간적인 미, 세련된 미를 잃지 않는 단아하면서 고전적인 미를 매일 선사한다. 그러므로 다른 공간을 부러워할 시간도 없다. 단지 이 공간 안에서 삶을 향유하고 누리면 된다.

 

"주거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한옥은 만만하고 편한 집은 아니지만 '호텔'로 접근하면 단점이 모두 장점으로 바뀌어요. 주차할 필요가 없고 냉난방 전기료 걱정 없이, 기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며칠의 불편함은 낭만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한옥은 그대로 있는 것만으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죠." p191

 

"한옥을 선택한 사람들이 현대인의 편의에 맞춰 설계된 아파트를 떠나 한옥의 단점들에 적응하기도 하고, 개선해 나가거나 없애기도 하면서 저마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한옥을 꾸며 나가는 이유는 경제적 가치와 실용성보다도 더 큰 의미를 얻었기 때문이다. 한옥은''의 의미를 충실히 담아내는 그릇이다. 하늘을 보고 땅을 밟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고, 큰 창과 문을 통해 안과 밖을 연결하면서도 내밀한 방은 고요한 적막을 선사한다. 공간을 바꾸면 자신도 저절로 바뀌므로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을 바꾸라는 어느 프랑스 철학자의 말처럼 한옥에서의 삶은 나만의 세계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 한옥이라는 책은 한옥이 주는 매력을 다 발산해 보이는 책이다. 소개되는 집마다 다 독자의 마음을 훔치고, 그 집에 대한 사연을 통해 그 집이 더 살아나는 느낌이다. 살고 싶은 집, 앞으로 한국에 더 많이 건축되어야 하는 집은 바로 한옥이다. 독자의 개인적 의견이지만 아파트는 흉칙한 물건 덩어리다. 편리성을 주는 공간이지만 인간의 탐욕이 서린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점점 더 삭막해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한옥이라는 예술적 주택을 편집자를 통해 너무나 멋지게,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소장하면서 이 책을 바탕으로 한옥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한옥에 살리라!!


"배고프면 밥 먹고해 뜨면 눈뜨고목마르면 물 마시고과거에 읽은 선시禪時 속 삶이 이제야 와닿는 것 같아요일상이 도라더니한옥에 와서야 오롯이 느끼네요." p.147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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