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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책, 오 ㅣ 파란 이야기 19
황선애 지음, 모차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협찬 #솔직후기

익숙한 K 설화에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장편동화를 읽어 보았어요. 표지가 환상적이어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뺏어간 [비밀의 책, 오], 마지막 장을 읽고서도 쉽사리 책장을 닫을 수 없었답니다.
어린이 책인데도 희한하게 읽고 나서 여운이 오래 남더라고요. 마음을 단단히 혹은 생각을 유연하게 만들어 주는 신비로운 이야기였습니다. [비밀의 책, 오]는 호흡이 느렸다가 가빴다가 완급 조절도 신의 경지인 황선애 작가님의 작품이에요. 잔잔하던 마음의 물에 작은 돌이 던져지고, 그 작은 소용돌이에도 온몸이 흔들리던 아이, 선오가 주인공입니다.
선오는 불행을 느끼고 있어요. 부모님은 이혼 직전이시고, 이런 상황 때문에 학교에서는 놀림을 자주 받습니다. 어릴 적에 선물 받은 태엽 인형 태오만이 유일한 위로의 대상이에요. 그마저도 태엽이 망가져 버렸지만요. 마음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선오에게 낯선 일들이 연이어 일어납니다. 아빠와 찾은 바닷가에서 우연히 지네와 만나게 되지요.
때마침 선오는 새로 전학 온 오승천과 짝꿍이 되고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엉뚱한 승천이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됩니다. 승천이는 항상 무엇인가에 쫓겨 보였고, 다른 아이들에 관심이 없었어요. 오로지 선오 주위만 맴돌았는데요. 알고 보니 승천이는 사연이 많은 지네였습니다.

의로운 비책으로 서책을 가득 채우면 하늘로 승천해 용이 될 수 있었던 지네. 그 곁에는 남의 덕으로 손쉽게 용이 되고 싶어 한 구렁이가 있었습니다. 구렁이는 사람의 형색으로 오승천의 주변에 머물고 있었어요. 지네는 서책을 잃어버렸고, 구렁이는 서책을 찾고 있고, 그 서책은 우연히 선오에게 있습니다. 킁킁, 우리에게 익숙한 K 설화 <지네와 구렁이의 다툼> 냄새가 났습니다. 쫓고 쫓기는 시간 사이에 선오 또한 위기에 처하는데요. 부모님의 이혼 위기로 마구 흔들렸던 선오는 자신만의 선택을 내리게 됩니다.
선오는 자신의 선택과 부모님의 선택이 다를 수 있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또한 자신을 괴롭혔던 우일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사과도 받아내지요. 무한히 흔들리던 작고 연약한 아이는 이제 한층 성장했습니다. 선오는 자신의 힘으로 지네 오승천의 승천을 도와주면서 더욱 단단해지는데요. 인형 태엽이 서책의 열쇠였다니, 어떻게 된 일이죠?
오승천은 하늘로 올라가기 직전에 선오에게 따뜻한 말을 남기고 갑니다. "비가 오는 걸 두려워 마. 비를 맞아도 해를 향해 나아가기를 선택한다면 그렇게 꾸준히 나아간다면, 언제가 비는 그쳐 있을 거야." 힘을 얻은 선오는 친구들과 함께 자신만의 비책을 하나씩 채워 넣어가게 됩니다. 구렁이 또한 반성하고 자신의 노력으로 비책을 채워가는 이야기로 의미 있는 결말을 맞이합니다.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어 인간 세계에 출몰한 지네와 구렁이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이끌었어요. 구렁이가 모두를 상대로 위협할 때에는 그 위태로움이 지면을 뚫고 나오는 듯 등골이 서늘하기도 했지요. 반면에 구렁이가 탱탱볼을 여의주로 착각하고 소중하게 문다든지, 휘파람 소리에 맥없이 끌려다닐 때에는 희미한 웃음도 나왔습니다.
부모님을 기다리던 아이들, 용이 될 시간을 기다리던 지네. 기다리다 지쳐 외롭기까지 한 상황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음에 위로를 받았답니다. 성장과 K 판타지의 오묘한 조화가 재미있었어요. 읽는 이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신비한 이야기, [비밀의 책, 오]였습니다. 모차 작가님의 그림을 한눈에 알아본 우리 초5 어린이 ㅎㅎㅎ 그림에서 이미 합격이었다고 합니다!! 초등 고학년 이상은 푹 빠져 읽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