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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메일
이시자키 히로시 지음,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참신한 소재에 담은 짧은 추리소설 - 체인 메일 - 이시자키 히로시

(1) 작품 전체적인 평  
 일상이 지겨워 어디론가 탈출을 하고픈 세 소녀가 엮어가는 연쇄창작소설을 소재로 현실세계와 상상세계를 교묘히 엮어 만든 한 편의 소설이다.  
 현실에서 시작하여 가상세계인 인터넷 메일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현실과 중첩을 이루는 작품의 플롯을 보면서 이시자키 히로시 작가가 지닌 역량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이 작가의 문학세계를 좀 더 들여다보아야겠다.) 말미에서는 사와코가 쓴 글귀의 몇 부분을 니체의 글에서 인용함으로 철학적 언의가 현실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하였다.  

 내용의 깊이나 전개의 짜임새는 없으나, 현실과 상상세계의 결합을 시도하여 현실의 문제를 부각시킨 점(가정-학교-친구와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청소년의 갈등)과 가상세계가 갖는 긍정성을 보여주려고 한 점은 이 작가가 자신의 책에서 의도한 목적이 크게 빗나가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작가가 말한 가상세계가 갖는 긍정성은 다분히 순수한 생각이다.  가상세계로 인한 현실 부적응이나 더 큰 현실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다분히 크다는 사실은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2) 등장인물들 각자에 대한 감상  

 등장인물은 크게 사와코, 마유미, 마이 이렇게 세 명이다.  체인메일 속의 등장인물은 넷이나 사와코가 2명의 역할을 하였기에 체인메일 실제 참여자는 세 명이다.  이들 세 명이 처한 가정환경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물론 사와코는 가정환경이 원인이 되어 삐뚤어진 성격을 가졌다기보다는 병으로 사망한 어머니의 말에 순응하여 일류학교에 가야겠다는 지나친 의지가 단체생활의 필요성을 강조한 아버지와 마찰을 빚게 되었고, 이 와중에 버팀목이였고, 우상이었던 어머니의 사망은 급기야 아버지를 ‘녀석’으로 표현할 정도의 비정상적인 성격을 갖게 만든다.  이런 소녀까지도 ‘남들과 조금 다른 소녀’(262)이고 ‘소녀들의 슬픔을 공유하며 당신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누구와도 다른 당신이 되어’(263)줄 것을 요구하는 작가의 변은 너무 지나친 감이 있다.  소외되고 즐거움이 다소 부재한 현대 청소년들의 아픔을 살짝 한 번 들쳐서 생각해 보자는 취지는 얼마든지 공감하나, 무작정 그들의 아픔이 순전히 외부환경의 탓이라거나, 그들에게 비행의 면죄부를 줘야한다거나 하는 식의 직-간접 웅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번역에 있어서의 문제점  

너무도 많은 띄어쓰기 오류로 눈의 피로를 더한 출판사측이나, 후반부에 가서 대량으로 언급된 전문용어나 한자표기에 대한 전무한 설명으로 일관한 무책임성은 과연 김수현이라는 번역가 분을 어떻게 평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안겨 주었다.  띄어쓰기 오류는 출판사측이 책임져야 할 문제기에 따로 예를 언급하지 않겠으며, 단지 설명되지 않은 전문용어들은 여기 따로 적어보겠다.

톨사이즈 블렌드 커피(201) , 파라슈트팬츠(201) / 캐러멜 마끼아또(201) / 이즈의 산(213) / v6 , 합법 드럭 (223) / 안태(230) / 보결 [-> 후보] (258) 

이 분이 번역한 책이 왜 2007년 5월에 다량으로 쏟아지고 있는 지도 무척 궁금하다.  재놨다가 5월에 맞춰서 출시했단 말인가?  그랬으면 괜찮겠지만, 한꺼번에 많은 번역을 함께 후다닥했다면, 다소 느리게라도 정확하고 올바른 번역이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읽었고, 많은 것을 배웠기에 더욱 더 좋은 글, 좋은 작품을 기대하기에 이렇게 허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작성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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