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예언, 천부경
한정 지음 / 호의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예언이나 기적과 같이 이성을 넘어선 초월사상은 잘 믿지 않지만 세상일이 논리와 상식에 전적으로 의지하여 발생과 소멸을 반복한다는 사실 또한 백 퍼센트 믿는 편도 아니다. 나는 현실과 운명은 같은 것이며 합리적인 사고의 빡빡함은 이성이 개입할 수 없는 광활한 우주의 불가지(不可知)와 더불어 비로소 정(正)과 선(善)이 실현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향을 두고 볼 때 ‘천부경’은 광활한 우주의 불가지에 대한 이론적 바탕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수 천 년 전 81자의 글자로 새겨진 천부경은 한반도 태동에서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지나 남북 대치상황에 이르는 역사 변화를 예언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 신라의 최치원은 천부경이 담고 있는 예언에 관한 여러 기록을 남긴 채 스스로 천 년 후에 돌아오겠다고 하고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과연 인간의 일이라고 하기에 너무 엄청났다.

누가 천부경을 남겼으며 최치원은 어떻게 천부경에 담긴 큰 비밀을 알았을까? 천부경은 서양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버금가는 한반도 미래에 대한 예언이다. 필자는 81자를 한 절씩 소개하고 있고 당시의 예언을 이끄는대로 읽는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천부경에서 말한 ‘환오칠(環五七)’과 후반부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정감록의 ‘女人戴禾가 人不知’라는 귀절이다. ‘환오칠’은 ‘둘러싸인 채 (5X7) 35년’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이는 일제강점기 35년을 뜻하는 예언이다. 그리고 ‘女人戴禾가 人不知’는 ‘⺅(人)+禾 +女 = 倭’의 뜻이 나오며, 이 倭가 사람인 줄 몰랐다(人不知)‘고 하면서 임진왜란을 예언하고 있다.

후반부에 실린 정감록은 몇 번 들은 바가 있어 약간 낯익긴 했지만 다시 글로 만나 읽어보게 되어 퍽 즐거운 경험이었다.

예언을 너무 신봉하면 교조적이 되어 마치 오늘, 내일 뭔가 하지 않으면 화를 입을 것 같은 착각을 갖게 되며 현재의 순간을 즐기지 못하게 된다. 이 책이 갖는 의의를 단순한 재미로 웃어 넘겨버릴 정도의 가십성 소재로 다뤄서도 안 되지만 우주의 유일한 진리가 담긴 양 니체의 초인과 같이 우르러 신봉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엄연히 존재하기에 항상 겸손하고 말을 아끼며 나를 내세우지 않는 삶을 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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