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물리학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이번주 한겨레의 북리뷰에서 눈에 띄는 건 문학관련서들이고, 리뷰 밖에서 내가 주목한 건 영화관련서이지만(이 책들에 대해선 조만간 다룰 예정이다), 리뷰로서 처음 읽어본 건 물리학책에 관한 것이다. '거울 속의 물리학'이란 책제목도 평균점 이상이지만 '물리학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란 리뷰 타이틀은 (따로 참조한 게 없다면) 이 주의 카피로 꼽을 만하다. 이래저래 심란하고 착잡한 일들이 많은 차에 제목만으로도 잠시 위안을 얻게 된다. '거울 속' 세상이 그립다...

한겨레(07. 04. 20) 물리학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그리스의 마그네시아 지방에서 쇳조각을 끌어당기는 이상한 광석이 발견됐고, 극작가 에우리피데스는 거기에 마그넷(자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스인들은 또 모피에 문지른 호박이 목재나 천 조각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힘은 2000년 동안이나 이름이 없었는데, 1600년 영국 과학자 길버트가 호박을 뜻하는 그리스어 엘렉트럼이라 명명했고 그게 오늘날 전기를 뜻하는 일렉트릭이 됐다. 이 보이지 않는 두 힘이 근대 과학혁명과 함께 세상을 바꾸고 인류의 인식 차원을 흔들었고 인간 자체를 바꿨다. 현대문명은 거기서 시작됐다. 물리학 혁명은 곧 철학의 혁명이다.

1786년 이탈리아 과학자 갈바니는 죽은 개구리 다리에 두 개의 금속판을 접촉시키면 다리가 경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금속판이 개구리 다리에 있던 전기를 방전시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볼타는 전기는 개구리 다리에 있는 게 아니라 두 금속판 접촉으로 생긴 것이고 그것이 개구리 다리를 움직이게 했다는 걸 증명했다. 이것은 전지의 발명으로도 이어졌다. 덴마크 물리학자 외르스테드는 1820년께 전류가 흐르는 도선 가까이에 있는 나침반은 바늘방향이 바뀐다고 밝혔다. 전류가 흐르면 자기가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한 그의 논문은 유럽을 흥분시켰다. 25년 뒤 이 논문이 “굳게 닫혀 어두웠던 과학의 문을 활짝 열어 빛으로 가득차게 했다”고 회상한 영국인 페러데이는 지금까지 상업적 전기생산의 원리가 된 전자기 유도현상을 정립했다. 이런 전자기역학의 법칙을 수학적으로 공식화한 사람은 맥스웰이었다.

맥스웰은 전자기파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다는 계산을 해냄으로써 전자기파가 빛 자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자기의 수학적 형식은 강력과 약력의 신비를 해결할 수 있게 했으며,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4차원 외의 다른 차원이 실제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최초의 중대한 과학적 제안으로 이어졌다. 1910년대에 이뤄진 이런 발견은 아인슈타인과 민코프스키가 제안한 시공간 4차원 연속체 개념의 원동력이 됐다.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중력이라 부르는 힘을 시공간의 곡률로 이해할 수 있다는 놀라운 발견을 해냈으며, 이를 설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의 등장은 중력과 전자기력의 통합 움직임을 낳았다.

중력이 4차원 공간 곡률에 의한 것이라면 전자기력은 어떤 차원의 곡률이 만들어낸 것일까? 이 두 힘의 통합시도가 중력장에 시간차원이 합쳐진 5차원이론으로 나아갔다. 1960년대에 양성자, 쿼크 등 미립자의 성질을 설명하기 위한 끈이론이 등장했다. 미립자 세계에선 입자들이 끈으로 존재한다는 끈이론은 끈이 진동하는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무수한 물리적 성질을 지닌 입자로 나타난다고 보는데, 우리가 사는 4차원 공간에서의 진동만으로는 입자들의 물리적 성질을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고차원 공간을 상정하게 된다. 끈이론엔 수십차원까지 등장한다.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을 연결하는 대표적 이론물리학자’라는 로렌스 크라우스의 <거울 속의 물리학(HIDING IN THE MIRROR)>(영림카디널)은 ‘여분의 차원들(extra dimensions)이 내뿜는 신비로운 매력- 플라톤에서 끈이론, 그리고 그 너머까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책을 왜 썼나. “나는 우리가 어디어 왔으며 밤의 장막 저쪽에는 무엇이 있는지와 같이, 물리학이 밝혀낸 신비에 대한 인류의 통찰력을 담은 책을 쓰고 싶었다. 어떤 사람들은 영혼을 통해 위안을 얻지만 어떤 사람들은 지식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 요컨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존재를 가능케 한, 극미세계에서 초거대 우주세계까지 관통하는 원리를 알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를 불안과 미망에서 해방시키리라는 것이다. 그러니 겁내지 말고 상상력을 총동원하라.(한승동 기자)

07. 04. 20.

P.S. 저자 크라우스 교수의 책은 <스타트렉의 물리학>(영림카디널, 1996)을 필두로 하여 <스타트렉을 넘어서>(영림카디널, 1998), <외로운 산소 원자의 여행>(이지북, 2005) 등이 번역/소개돼 있다. 지난 2005년에 출간된 <거울 속의 물리학>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스타트렉의 물리학>, <물리학의 공포>, <제5의 원소>등의 책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이자 물리학자인 크라우스는 이 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고차원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관심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인류사에 등장했던 고차원 탐구의 연대기라고도 할 수 있다." 즉, '고차원 세계의 찬란한 유혹'이란 부제답게 고차원 세계와 그에 대한 탐구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한번쯤 또다른 세계로의 '점핑'을 꿈꾸어본 독자들이라면 입맛을 다시며 읽을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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