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혈과 성배
마이클 베이전트 외 지음, 정미나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단기간에 주르륵 읽어 내려갈 수도 있는 책이기도 하고, 관심이 있다면 꼼꼼하게 읽어 볼 수 도 있는 책이다. 사실, 다빈치코드를 읽고 나서 그 여흥을 즐기기 위해서 읽는 것이라면 약간은 지루한 책 읽기가 될 것 같다.  "스릴러의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와 맞지 않게, 유럽 왕가(王家)에 대한 해설이나 다양한 자료의 출처를 밝히는 부분들은 (저자의 논지에 본질적인 부분임에는 틀림없지만) 흥미진진한 책 읽기에는 걸림돌이다. 그래도 꿋꿋하게 읽어나가다보면, 비로소 뒷 부분에서 예수의 생애와 그 후손에 대한 설명들을 만나게 되니깐 초반부터 너무 꼼꼼하게 읽으려 고생하지 않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요령이 아닐까 싶다.(누가 무슨 무슨 가문이네, 여기서 누구랑 결혼하고 저쩌고 하는 건 정서에도 잘 맞지 않거니와;)

  나로서는  예수의 삶과 가르침,  기독교 및 종교에 대한 저자들의 일반적인 통찰을 접하게 된 것이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사실 이전에도 예수가 본질적으로는(!) 인간이었다는 점,  그를 혁명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종교(와 그들의 교리)가 하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에 대해서야 대략 생각을 가지고 있기는 했고, 그래서 종교나 초월적인 것에 대한 강조를 일면 무시하는 경향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 저자들은 종교를 비롯한 초월적인 것에 대한 의식들이 현대인의 삶에서 채워져야할 부분이 아닌가하는 정당한 문제를 제기하고(저자들은 "성혈과 성배"가 종교 자체, 또는 기독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기독교 신자인 것도 아니다.)  결론에서 그 답변을 내놓는다.  현대인이 필요로 하는 예수의 가르침, 그의 신성에 대한 믿음을 위해서는 예수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역설적'인 주장이 그것이다. (이는 오늘날 종교가 '양보'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15장에 인용된 융의 인용문은 그런 의미에서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성혈과 성배"를 메로빙거 왕조와 예수의 연관성을 다루는 스릴러(사실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재미가 약간 없다;)로 축소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번역본에서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연도와 이름에서 오식이나 번역상의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첫 장부터 시작되는 연도 상의 잘못된 표기는(P.9의 7번째 줄의 1980은 1880으로 고쳐져야 한다) 여러 군데에서 보여지고 있다. 그리고 인명이나 지명은 일관된 번역이 되지 않아서, 같은 이름을 다른 한글 표기로 쓰고 있는 경우도 꽤 있다.(처음에는 공동번역때문인 줄 알았는데, 같은 페이지에도 이런 실수들이 나오는 걸 보았다.)  번역의 노고와 세세한 역주를 보면서 느꼈던 역자들에 대한 나의 고마움을 이런 실수들이 조금 더 없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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