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 - 인생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명상록 읽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지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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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을 해석한 <미움받을 용기>는 우리 부부에게 정말 큰 영향을 끼친 책입니다.

치매와 우울증으로 요양원에 계시던 어머님, 그런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던 아들. 그 두 사람의 관계회복에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그런 고마운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기대하며 첫 장을 펼쳤는데 병환 중의 어머니를 간병하며 명상록을 읽고 정리했다는 내용에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렇지 명상록은 편안할 때 집어드는 책은 아니지.'

 이번 신간에는 필사노트가 함께 들어있었는데요. 그 속에도 보석같은 문장들이 가득했습니다.

복수를 하는 최고의 방법은 자신도 같은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시시각각 죽음이 가까워져 오고 있을 뿐 아니라,

사물을 통찰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죽음보다 먼저 정지하기 때문이다.


도움받기를 부끄러워하지 말라.

이번 책은 명상록 자체가 주는 무거움과 모호함 등이 결합되어 전작 [미움받을 용기] 보다는 가독성이 높진 않았지만, 그 문장의 저변에 깔린 핵심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타자와 함께 협력하고 공생하라는 것.

중간중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싶은 내용도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슬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슬픔은 파도와 같아서 피할 수 없고, 슬픈 감정은 자신을 놓아버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이 참 위안이 되었습니다.

새롭게 알게 된 낱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善惡無記.

모든 것은 선한 것 악한 것으로 양분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모든 문제는 선과 악 2분법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죽음 그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닌데 우리가 악으로 판단하면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는 것입니다. 결국 어떤 일이 닥쳤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으니 올바르게 판단하라는 것이지요. 책 제목에 보이는 '다스린다'는 의미가 바로 그런 뜻이겠지요.

아무리 쉽게 쓰였다고 해도 철학서는 쉽지 않은가 봅니다. 차근차근 여러 번 정독하겠습니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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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어요?
로저 크루즈 지음, 김정은 옮김 / 현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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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자, 지구의 지배자가 된 근원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했기 때문이다. 언어가 있어서 역사를 기술했고, 언어를 이용해 타인을 설득하고, 언어를 억압해 민족을 지배했다. 그런 언어가 오늘날 인간의 소통을 가장 어렵게 하는 주범이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목차부터 흥미롭다. 어디를 먼저 읽을까 고민이 될 정도로 예화가 풍부해서 자투리 시간에도 한꼭지씩 읽어보기 좋다.



 

 


 

 

언어심리학과 인지심리학을 연구해 온 저자 로저 크루즈는 언어학, 심리학, 인지과학 측면에서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살펴보았는데 책에서는 오해를 낳는 요소들을 심리적 요인, 지각의 문제, 단어자체의 문제, 표현의 문제, 비언어적 표현, 인지적 요인, 사회적 요인 등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사람은 자기의 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데, 그걸 잘 인식하지 못한다. 나 또한 그러하다.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중심에 놓여 있다. "내가 지난번에 말했던 거 그거 알지?" "나는 그런식으로 말한 적 없어."

또, 사람은 상대방의 표정에 민감하다. 비언어적 표현으로 의사소통을 하도록 발달한 인간은 눈썹, 입꼬리, 동공의 크기 등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것은 민감하고도 복잡해서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데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을 잘 읽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커다란 오해의 구멍이 뚫리는 것이다. 소개팅에서 상대방이 잘 웃어주면 '나에게 호감이 있나보다.' 라고 김칫국을 마시거나 무뚝뚝한 사람의 경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화가 나 있을까' 라는 오해를 사기 쉽다. 본인은 정말 억울할 일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이 두가지 이상 겹칠 경우 의사소통이 원할하지 않게 되므로, 하나의 문제가 있을 때는 나머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하여 소통하도록 제안한다. 해결하기 어렵다면 보완에 집중하라는 의미. 합리적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법이 있었다면 소통이 큰 문제로 대두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번 책은 소통되지 않는 현대 사회의 답답함의 원인을 조명하고 다양한 예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해와 경각심을 일깨워 주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안심도 되었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구나...'하는.


다음에는 이왕이면 우리나라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우리 작가의 인지심리학 책을 만났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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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2 - 메시아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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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벙커에서 나온 7명의 아이들과 움스크린에서 태어난 선우희 그리고 서집사가 살아남은 인간의 군대를 만나서 홀랜프의 여왕이 있는 도시 파라다이스를 공격하여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인간은 자기 뜻대로 계획하고...

...신은 자기 뜻대로 실행한다.


최 박사의 예언대로 홀랜프들이 침공하고 7명의 아이들이 갑자기 등장하자 살아남은 인류는 최 박사의 예언을 믿게 된다. 그래서 인류는 파라다이스를 총공격하려고 하는데, 그 때 선우필이 재등장하게 되고 그는 홀랜프의 스파이로 의심을 받는다.

1권에서 홀랜프들은 1차, 2차 대전을 거치며 인류를 거의 몰살시켰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어빌리스를 이용해 서로 교신한다. 그런데 2권에서는 인간을 지배하게 된 홀랜프들이 인간을 전혀 괴롭히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완벽한 파라다이스를 만들어 준다. 그 이유는 인간을 홀랜프로 만들려는 목적. 홀랜프가 되고자 하는 인간은 페카터모리가 되어 인간의 모습에서 홀랜프의 모습으로 차츰 변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인간으로 남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플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철학적 메시지인가.

선우필과 아이들은 어빌리스로 작동하는 하이퍼 컴퓨터로 홀랜프에 맞서 싸운다. 예상했던 부모의 희생이 아닌 선우희의 희생으로 인류는 홀랜프를 물리치고 살아남는다. 메시아는 선우희였던 것인가.

현대 인류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세계에 비판적인 사고없이 매몰되기 쉽다, 뉴스에 보도되는 전쟁에 무심해지기도 하고, 필요없는 물건이지만 남들이 사면 사고 싶어지고, 1류 연예인의 학폭 사건에 별생각 없이 악플을 단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홀랜프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거룩한 땅을 수호하지 못하고 한없이 오염시키는 우리는 과연 홀랜프보다 나은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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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1 - 거룩한 땅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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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작소설들.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소설을 선택하는가.

나의 경우 한국소설을 선택할 때에는 작가 지명도, 내러티브, 소재, 표지, 추천의 말 등을 고려하는 편이다. 하지만 외국소설의 경우 워낙 작가풀이 방대하고 장르도 다양하다 보니 선택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물론 스티븐 킹, 하루키, 폴 오스터 등등의 세계적인 작가의 책은 뉴스 기사에도 많이 등장하므로 찾아 읽기가 쉽지만 지명도가 낮은 신예 작가의 경우 내 손에 책이 들어오는 것 하늘에 별 따기.

그래서 외국 신작 소설의 경우, 소재와 표지 그리고 작가의 참신성이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이 내 손에 들어 왔다. 이 책은 일단 표지가 환상적이다. 타이틀을 뒷표지에 배치할 정도로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제목은 <홀랜프>. 주인공의 이름인가 싶어 내용을 들춰보지 않을 수 없다. 거기다가 책날개에 안내된된 재미교포 사이먼 케이 작가 소개글에서 빙고.



 




먼저 이 책을 읽다 보면 새로운 단어들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잠시 설명해 보면

움스크린 - 인공자궁

어빌리스 - 오감을 활용하고 신체 내, 외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능력

홀랜프 Holy Land Patron - 성스러운 땅의 후원자

맨사보드 - 손오공의 근두운 정도로 설명하면 되려나...

1권의 주요 내용은 최 박사가 홀랜프(외계인)의 공격을 예견하고 대비를 주장하지만 다른 이들은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최 박사는 홀랜프의 침공에 대비해 움스크린을 만들어 인류를 멸종 위기에서 구할 수 있도록 하고 특별한 어빌리스를 가진 7명의 청소년을 훈련시키고 지하 벙커를 마련한다. 하지만 모든 준비가 완료되기 전 홀랜프들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최 박사는 죽게 되고, 중요한 인물인 선우필은 벙커로 들어가지 못하는데... 지하벙커에서는 움스크린으로 새로운 아이가 탄생하게 되고(탄생의 비밀이 숨어 있다), 최 박사가 예언한 대로 아이가 5살이 되자 벙커 밖으로 나와 그때까지 생존해 있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은 이 아이들을 인류의 새로운 신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미국의 틴에이저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10대의 남자 아이들은 멍청하고 본능적이고, 여자 주인공들은 대단한 능력에 미모까지 갖추었다는 다소 진부한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잠시 혼란스럽긴 했지만 인간을 두동강 내는 홀랜프들이 나타나면서 스토리가 급진전되어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선우민-선우필-선우희 3대를 이어 지구를 지키는 주인공의 이야기.

홀랜프는 여왕을 위해 싸우고, 인류는 누구를 위해 싸우는 것인가.

2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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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진민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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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는 많은 의미와 감정과 역사가 깃들어 있다. 그것이 어느 나라든 어떤 정치 체제이든.

단어의 유래와 의미와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보통의 인문학 공부보다도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다.


독일어는 '이히리베디히' 밖에 모르는 내가 독일어 단어에 대한 이야기에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잠깐 걱정을 했는데 <들어가는 말>을 읽는 순간 그 걱정은 전혀 필요 없는 기우였다. 작가의 경험을 끌어오는 패턴, 문장이 주는 친근함과 철학적인 단단함이 느껴지는 어투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으니.

보통 사이즈의 판형보다 조금 작게 만들어져 손에 딱 잡히고, 출퇴근할 때 가볍게 들고다니면서 읽어나가기 좋게 만들어졌다.

gefallen이라는 단어는 나를 강조하는 대신 상대방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는 배려의 아이콘이었고, gift는 영어권에서는 재능으로 독일어에서는 독으로 사용되는데 재능이 독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작가는 진지한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찾아낸 단어에서는 우리나라와 독일의 교육을 비교하며 유치원이 '어린이들의 정원'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독일의 여건을 알려주었고, 같은 나이의 아이들을 한 반으로 만들지 않고 나이차가 있는 아이들을 섞어 놓음으로써 사람마다 발달의 차이가 있음을, 또 더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는 것을 가까이에서 체험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 교육에 절실한 점이라는 것도 넌지시 귀띰해주는 듯 했다.

유치원 졸업식날 바깥에 두툼한 매트리스를 깔아놓고 아이들을 던지는 풍습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어떠한 상황에 던져지더라도 사회가 그들의 방어막이 되어 줄 것을 약속하는 모습으로 보여져 정말 부럽기도 하고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다. 비슷한 예로 우리가 비하하는 단어인 개돼지가 독일에서는 '내면의 측은하고 약한 자아'를 일컷는다니. 개돼지를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독일인의 여유가 부럽고, 비하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우리들의 현실이 서글퍼 지기도 했다.


반대로 '아르바이트 마흐트 프라이' 즉 '노동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문장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정문에 있게 된 아이러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독일인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음을, 말하지 못하는 금기어가 있음도 알게 되었다.




좋은 단어들을 선별하려 애쓴 이진민 작가의 마음이 절실하게 전해져서 나름대로 정리도 해보았다.

동양북스에서 출판된 이 책은 여기서 끝내내지 말고 시리즈물로 만들어 1편 - 독일, 2편 - 일본, 3편 - 뉴질랜드 등으로 확장시키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물론 우리나라편도 함께.

모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며 인문학적 감성도 얻게 된 흡족한 시간이었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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