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걷기 여행
윤승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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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 해파랑길이 내가 사는 곳을 지나 길게 뻗어있는 것처럼 서쪽과 남쪽으로는 백의종군길이 있다.

사실 이 길의 존재는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걷기 여행>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무척이나 상세한 목차를 보고 한 번 놀라고, 시간까지 기록한 꼼꼼한 일지에 또 한 번 놀랐다.

저자의 걷기 방식은 시간날 때 허락된 만큼 걷고 나중에 또 다시 걷는다.

나같은 걷기 초보자를 위한 안내가 잘 되어 있다.

걷는 방식은 시간이 날 때 마다 하루 또는 1박 2일, 2박 3일 정도 날을 잡고 하루 코스를 걷는다.

하루 목표 코스를 완주하면 근처 숙박시설에 묵고 다음 날 바로 출발하기도 하나, 집에 왔다가 다시 출발 지점까지 가서 하루 코스를 이어 시작하는 방식이 더 많았던 것 같다.

2019년 5월 봄날에 시작한 백의종군길은 12월 초 겨울이 다 되어서 마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일정은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있다.

백의종군길 걷기는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울,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에 이르는, 670km의 대장정이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완주까지 걸리는 기간은 20일~30일 정도라고 한다. 신청 방법 또한 상세히 나와있다.

걷기 일지는 하루 코스 안내부터 준비물, 난중일기 일부, 좋은 글귀, 풍부한 사진자료가 함께 소개된다.

이 길을 찾는 이에게 더없이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다.

굳이 걷기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너무나 상세하고 꼼꼼한 일정 정리에 책을 읽는 내내 함께 걷는 기분이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함께 걷는다.

혼자 걸을 때와 함께 걸을 때 장단점을 정리해놓은 것이 있는데 혼자 걸을 때 첫번째 장점에 아주 격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가끔 함께 하려던 길을 저자 혼자 걷게 된다든지 변수는 있지만 그래도 함께 할 수 있는 이들이 있는 것만으로 좋아보인다. 백의종군길을 2번이나 완주하셨다는 '제독님'과의 동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에게 둘러싸이고, 혀를 낼름거리는 지렁이를 보고 (뱀이다...;;;) 흠칫 놀래기도 하고, 물집이 6개나 잡힌 발을 이끌고 비내리는 고개를 넘는 등등 고생스런 길도 많다.

당시에는 괴롭고 힘들지만 이런 고행이 살아가는데 더 큰 힘을 낼 수 있는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

나도 물집이 잘 잡히는 발을 갖고 있다보니 저자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고행길은 공학박사님도 감성적으로 변모할 수 있는 힘을 가졌나보다.

저자의 자작시를 읽으며 확실히 저자는 산과 잘 안맞는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걸으며 겪은 에피소드는 다음 여행자를 위한 소중한 지침이 된다.

저자에게는 안타까운 실수가 되겠지만 읽는 이에겐 소중한 가르침을 준다.

걷기 여행을 할 때 다양한 지도앱을 써야겠다. 지도앱마다 표시되는 정보가 다르다고 한다.

곳곳에 가볼만한 유적지도 많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마을도 참 많다.

가기 힘든 다른 나라 순례길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의미있는 길부터 찾아 걸어야겠다.

요즘처럼 어딘가에 머무는 것이 민폐처럼 느껴질 때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걷는 여행이 좋을 때인 것 같다.

제독님은 말씀하셨다. 시간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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