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 현대인과 기독교의 만남을 위하여
손봉호 지음 / 샘터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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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마주하고 고민이 많았다. 어릴 때 착실하게 교회생활을 하고 성경이야기 전집을 하드커버가 닳을 때까지 보고 또 보았던 터라 익숙한 이야기지만, 삐뚤어진 신앙이 자리 잡아 읽기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다. 표지 한장을 넘기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막상 머리말을 읽고부터 거부감은 사라져버렸다. 내가 정말 의구심을 갖고 궁금해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책을 읽고 나서 새롭게 알게 된 흥미로운 것들 덕분에 읽기 잘했다고 생각한다.

☆ 책소개 / 지은이 손봉호
왜 당연히 저자는 목사님일거라고 생각했을까. 신학을 공부한 건 맞지만 목사님은 아니셨다.
제목이 클래식하다고 느꼈는데 원래 1987년에 출간되어 개정판으로 새롭게 나온 것이다. 수정을 하여 그런지 몰라도 책을 읽으면서 예스럽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거의 없다. 오늘 날 사회현상과 문제에 맞춰서 개정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금방 출간된 신간처럼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1장부터 4장까지의 질문은 얼핏 말도 안된다며 무시하면 그만인 질문일 수도 있다. 나는 이 질문에 단답형으로 답하라면 당연히 부정적인 답변을 할 것이다. 하지만 책 내용은 우리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근거로 긍정의 답변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도대체 무얼 말씀하시는지 들어나보자는 생각에 책장은 술술 넘어갔다.

여기서 크게 깨달았던 점은 과학을 맹신하지 말자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하나님을 믿지 않게 된 것도, 다 거짓말에 속았다고 배신감을 느낀 것도 차차 과학에 대해 알아가며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질 때 나를 낫게 해준건 의료기술의 발전이었지 하나님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시대나 과학이라는 것이 절대적이 아님을, 심지어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과학자들조차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니 내가 얼마나 큰 착각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모른다.
물이 100도에서 끓는다는 간단한 이론조차 사실 100도라는 건 사람이 지정해놓은 온도이고 물의 상태에 따라 환경에 따라 딱 100도에서 끓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읽고 아차! 싶었다.

유명한 철학자의 이론, 이데올로기 등으로 우리가 궁금해하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할 때면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모두 맞는 말인 것 같았다. 종교에 대해 회의적이던 마음이 약간 누그러진 상태에서 인생에 중요한 질문에 다시 답할 차례가 되었다.

나는 누구이며, 왜 살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다만 종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꼭 종교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랑을 중요시 여기는 것 처럼 사는 게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무언가 절실히 믿었을 때 나오는 에너지만큼은 나도 믿기 때문에 신앙심까지 부정하고 싶지 않다. 종교는 선택이니까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보람있고 알차게 살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하는 것에 대한 답은 의외로 싱거웠다. 사랑이 그 대답이었는데 아무래도 이 책의 진가를 느끼려면 한번더 정독해야 할 것 같다.

내가 교회에 다닐 때 전도하려 애쓰던 친구가 있었는데 아무리 친해도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딱 한번 교회를 같이 간 적이 있었는데 이후 시간이 흘러 그 친구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나자 제일 먼저 찾은 곳이 교회였고 절실한 신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 이 책을 읽으면 이러한 상황이 어째서 그런지 잘 설명되어 있다.

나를 교회로 다시 인도하지는 않았지만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믿음이 있는 분에게는 더욱 신실한 믿음이 생길 것이다. 좀더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면 다시 차분하게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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