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생의 릴레이 속에서

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리뷰] 인생의 릴레이 속에서

센다이역의 많은 인파 속에서 네명의 시점이 움직인다. 개장하는 커피숍의 할인행사로 기다랗게 줄선 모습의 사람들, 트롱프뢰유로 유명한 에셔의 작품전 포스터, 특별한 날에 올라가라는 높은 전망대, 가장 좋아하는 일본어를 써달라는 외국인 백인여성 마지막으로 거리를 떠도는 지저분한 개 한 마리....... 센다이역 거리의 이 모든 모습의 서술은 각기 다른 네명의 시각이 하나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듯 보인다. 그러나 어느 순간 결국 인식된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서로 다른 그들의 인식을 나는 바라보게 된다.

이런 같은 시각 다른 인식 속 센다이 역은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빈집털이 구로사와, 신흥종교의 간부에게 이상한 부탁을 받게 된 가와라자키, 남편과 이혼하고 정부와 결혼하려는 카운슬러 교코, 실직 후 모두에게 버림받은 도요타 이 네 명에게 다르지만 하나로 연결된 인생의 릴레이를 시작하게 된 출발 지점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러시 라이프는 처음부터 가볍지만 뿌리 깊은 무언가를 느끼게 하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것은 이 책이 가지는 매력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서장임에 틀림없었다.
이런 이 책의 매력을 몇 가지 더 알아보면 첫 번째로 책 구성을 들수 있다.
러시 라이프 이 책은 구성부터 참 신선하다. 각 장마다 번갈아가며 각각의 다른 주인공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결국에 가선 다섯명의 이야기를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로 종합해버리는 방식. 처음엔 무슨 이야기인지 헷갈릴수도 있지만 여러가지의 단편을 읽는 듯한 착각을 틀게 하는 동시에 두꺼운 책 한권을 지루하지 않게 읽게 하는 신선한 구성이라 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 구로사와의 이야기에선 괴도 루팡과 같은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워 할 수 있었고, 가와라자키의 이야기에선 살인사건의 추리적인 모습을, 그리고 교코의 이야기에선 호러와 같은 무서움을, 마지막 도요타의 이야기에선 인생을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아버지세대의 고통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며 여러 가지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러시 라이프의 두 번째 매력을 들어보면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던 점으로 이 책이 가벼우면서도 진중한 필체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 라이프는 진중한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필체를 가지고 있다.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다른 책인 중력 삐에로에서도 이점을 느낄 수 있었지만 러시 라이프에서는 그 모순된 매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잘살려내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106~108P의 구로사와가 노인들에게 강도를 당하는 모습이 경쾌하게 이뤄지는 것이나 131P에서 교쿄와 그의 정부 아오야마가 나누는 살인에 대한 모의
“할 수밖에 없어”
“해?”    
“섹스가 아냐 알고 있잖아. 한다는게 뭔지”
처럼 블랙 코미디와도 같은 가벼움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이 책엔 수없이 등장한다.
게다가 이런 가벼움 뒤에는 항시 인간의 삶에 대한, 힘든 인생을 걷고 있는 자의 모습인 도요타와 도둑임에도 카운슬러 역할을 도맡아 하는 구로사와의 진중한 인생의 통찰을 집어넣어 이사카 고타로만의 독특함을 만들어 가고 있다. 

러시라이프가 가지는 두가지 매력인 독특한 구성과 필체는 결과적으로 다른 책과는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이어나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지금까지 등장시킨 퍼즐조각과 조각을 모아 하나의 새로운 그림을 창조해냄으로서 인생의 릴레이라는 화려한 수채화작품을 탄생시키기까지 한다. 그렇게 이 책은 다른책과는 다른 독특한 책이 되어버린다. 

“만족스럽다. 인생을 담은 책으로 이 정도면 됐다.” 독서를 마친 후 내가 내뱉은 말 이었다. 평소 책에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나이기에 독서후의 충분한 만족감에 기분이 묘해졌다. 인생에 대한 다른 방향을 책으로 엿볼 수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하고 홀로 기분이 좋아진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구절을 끝으로 서평을 마무리 짓고 싶다.구로사와는 친구의 표정을 보았다.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지 말라고 쾌할하게 웃어보였다

 “아까 내가 프로 도둑이란 말했었지.”

“응.”

“하지만 말이야 인생에관해서는 누구든 아마추어야. 그렇지?”

사사오카는 그말에 눈을 크게 떴다.

“누구든 첫 출전이야. 인생에 프로가 있을 리 없어. 가끔 자기가 무슨 인생의 프로라도 되는 양 잘난 척 하는 놈도 있더라만 실재로는 모

두가 아마추어고 신인이야.”

“아마추어......”

사사오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리뷰] 용은 잠들다.

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리뷰] 용은 잠들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사람의 몸속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잠들어있던 무언가는 이 책의 주인공 신지와 나오야가 가진 강력한 사이킥이라는 형태로 나타날수도 있고 남들보다 뛰어난 감수성으로 그림이나 글을 잘쓰는 능력의 형태로 나타 날수도 있다. 이건 한마디로 우리몸속에 깃들어있는 것들이 신비하긴 할지라도 우리와 동떨어진 낯선 것은 아니라는 말일것이다,

사실 난 이 책 속에서 작가가 외치고 있는 소리가 바로 이런 비슷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는 신지와 나오야 같은 일상의 경계을 넘어버린 자들을 고사카라는 평범한 한 사람의 너그러운 시각으로 관찰하게 한다. 그리고 고사카가 점차 그들의 능력에 대한 의심보다는 남들과 다른 신지와 나오야가 받을 상처에 안타까워 하도록 하게 한다. 그것은 작가의 시점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작가는 읽는 독자에게 그들도 우리와 같은 감정을 가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똑같은 사람입니다. 하고 호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완독한 지금 나는 역시 미야베 미유키다 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전에 읽은 이유나 이코 와 같은 류의 책으로 생각하지는 못할것같다, 용은 잠들다 이 책은 이유나 이코와 같은 화려하고 강한 느낌으로 이루어진 책이 아니다. 오히려 소박하다고 말할수 있을 정도의 책이다. 사이킥 이라는 대단해 보이는 허구의 소재를 이렇게 평범하고 일상생활과 같이 편안하게 표현한 작품은 찾기 힘들것이라 생각된다. 사이킥 이라는 소재의 이용 자체가 잘못하면 너무 가볍운 노밸풍의 소설로 바뀔수도 있었다 그러나 미야베 미야키의 손에 들어간 사이킥은 사람에 대한 감정이 물씬 풍기는 초능력 소년의 성장소설로 이뤄진다. 그뿐 아니라 일본 추리소설 최고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라는 타이틀을 버리지 않고 기자 고사카를 둘러싼 미스테리적인 사건을 만들어 흥미로움을 더해간다. 이런 두가지의 흐름이 마지막 이르러 연결되면서 커다란 휴머니즘적 감동을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난 신지와 나오야와 같은 사람들이 우라 주변에 자리잡아가며 살아가는 상상을 해본다.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이가 바로 옆에 있다면 난 어떨까? 신지가 책속에서 고사카에게 지어보였던 우월감에 찬 표정을 상상한다, 난 그 앞에서 평소와 같이 행동할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힘들것이다. 날 감싸기 위해 그들에게 상처주려 하지 않을까. 이 문제에 해답은 없는듯하다. 단지 나도 내속에 있는 다른 무언가를 깨닫고 인간과 인간의 소통이 좀더 자유로워진다면 그렇다면 조금 더 조금은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이 책은 재미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감정에 휩싸인다면 눈물을 훔칠지도 모른다. 그만큼 감동적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 추리소설인 이유를 재밌게 읽어보았다면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유를 읽고 용을 잠들다를 읽는다면 당신은 유명한 만화인 유리가면의 주인공 기다지마 마야처럼 여러 가지의 가면을 지닌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리뷰] 사신 치바

사신 치바 ㅣ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사신 치바를 읽고

치바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수많은 책속 주인공들 중 이런 매력적인 주인공이 있었을까? 치바는 무서우면서 무뚝뚝한 사신 본래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죽을 인간을 바라보는 무뚝뚝한 사신의 시선은 한편으론 어린아이의 어긋난 순수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치바의 모습은 6개의 이야기 속에서 새심히 빛나 6개의 이야기 속 마다 새로운 사신 치바로 등장한다. 어떨땐 무뚝뚝한 스스로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사랑의 카운슬러 역할로 등장하기도 하고 또 어떨땐 냉소적으로 본격 추리소설속의 탐정으로서 사건을 파헤치는 역할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치바는 각 단편마다 새로운 역활로 등장하면서  6개의 단편을 한권의 책으로 이어주는 이음쇠 역활을 한다. 여기서 더 재밌는 것은 6개의 이야기 속 치바는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각기 다른 입장에 처하게 되지만 언제나 같은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무뚝뚝한 시선.

인간의 죽음은 일일 뿐이며 인간의 죽음에는 흥미가 없지만 인간이 다 죽어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이 없어져 버리는건 괴롭다고 말하는 이기적인 듯한 사신의 모습. 하지만 더불어 그런 딱딱한 말투 속에 숨겨진 배려심이 언제나 등장하기에 우린 사신 치바를 미워할 수 없다. 오히려 인간이 아닌 자의 입장에서 보통 인간이 당연하게 지나치는 인간의 심리나 모습을 더욱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여주기에 독자의 공감을 얻어내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우린 책을 읽어감에 있어 위의 차가우면서 따뜻한 이중적 치바의 매력과는  또 다른 이중적 매력과 마주보게 된다, 그것은 작가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위트 넘치는 대사로 인해 생겨난, 사신 치바를 더욱 심플하고 엉뚱한 캐릭터로 만듬으로서 생겨난 진중하면서 개구진 이중적인 매력. 이것의 예를 들면 살인자와 함께 모텔에 투숙하기 위해 들어 갔을때를 들수있다  주인이 “자네들 호모인가?”하고 물었을 때 치바는 “이 녀석은 호모사피엔스지만 나는 아니오” 하고 말한다, 이 위트넘치는 장면은 치바가 지닌 진중한 엉뚱함을 강조하기에 효과적임에 틀림없었다고 난 생각한다.

언제나 음반가게를 돌아다니며 비를 몰고 다니는 사신 치바, 사람의 죽음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무뚝뚝하게 말하는 사신 치바, 너무도 인간에 대한 판단을 객관적으로 하기에 미워할 수만은 없는 치바. 마지막으로 나는 나에게 이 사신 치바가 찾아올 때를 상상한다. 그렇게 된다면 난 남은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 살려고 발버둥칠까? 아님 삶을 포기할까?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죽음은 나완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몇 초 뒤에 죽음이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애써 무의식속에 가두어둔다. 죽음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음에도 말이다.

언제나 인간이 죽음을 인지하고 있다면 인간에게 게으름이라는 단어는 사라졌을 것이다,

난 이 책이 이런 죽음이라는 생각을 인식 속으로 잠깐이나마 이끌어 냈음에 의미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내가 이 책의 주인공 치바의 가장 큰 매력으로 인지했던 건 인간으로서 가지지 못하는 죽음의 통찰을 쉽게 이뤄내는 사신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리뷰]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리뷰]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이렇듯 서정적인 문구를 사용하는 사회파 추리소설이 얼마나 있을까 처음 이 제목을 듣는 이 라면 누구라도 추리소설보다는 연예소설의 제목으로 판단하기 쉬울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의 표지는 그 생각에 확실성을 부여하듯 여성의 몽환적인 일러스트로 꾸며져 있다.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다." 책을 읽기 전 책의 외각(책의 간략한 줄거리와 겉면의 표지, 일러스트)의 조화를 본다면 이 한마디로 이 책의 첫인상을 정의 할 수 있을 것이다.(개인적으로 난 이 책의 내용을 전혀 모르고 책장을 폈다가 처음부터 나오는 냉소적인 이야기에 조금 놀라기 조차했다.)

하지만 지금 이 책을 읽은 현재의 나에게 이 책의 표지와 스토리라는 대칭된 두 면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동시에 너무나도 다른 무언가 언벨런스적인 매력을 풍긴다.

 이렇듯 표지에서부터 다른 책들과는 다른 상반되는 느낌을 지닌 이 책은 이야기를 풀어나감과 동시 계속해서 다른 것 이면서 동시에 같은 그 무엇인가의 느낌을 이끌어낸다. 그것은 주된 줄거리인 노인들의 물건을 강매시키는 호라이클럽을 조사해나가는 자유분방한 프리터 나루세와 피해자에 해당하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어렴풋이 느낄 수 있고, 주인공 나루세의 현재와 야쿠자사건을 해결해가는 과거의 나루세의 두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또한 책 중간 중간 등장하는 호라이클럽에 이용당하는 죽음의 여인 후루야 세쓰코의 등장으로도 상대를 알 수 없는 부조화의 매력을 충분히 감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부조화의 매력은 이 책의 전반에 스며들어 이 책만의 독특한 미스테리적 분위기를 창출해내었다.

물론 이 부조화의 매력을 빼더라도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다른 매력은 더 존재한다.

다른 매력을 살펴보면 이 작품은 하나의 수제품 시계와 같은 세심한 매력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수제품 시계는 장인이 하나하나의 작은 나사와 태엽을 공들여 조립한 하나의 작품이다 이 시계는 하나의 작은 나사, 작은 태엽의 소실만으로도 제대로 된 기능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런 면에서 이 책 또한 한명의 장인에 의해 쓰여진 듯하다. 책 속에서 무심히 읽어 넘기던 나사와 태엽들(단어와 문장들)은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라는 이 작품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한 임무를 지닌 것들이었다. 이것은 충분히 작가가 뛰어난 역량을 지녔음을 알게 하는 근거로 적용되어 더욱더 매력적인 작품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더불어 책 뒷편에 쓰여진 시계의 설명서 같은 작가의 도움말은 읽는 이가 이 작품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작가의 친절한 배려가 담겨져 있었다.(난 책과 도움말을 읽고 의문나는 부분의 본문을 찾아가며 비교해서 다시 한번 보았었다. 그것은 나름대로 재밌는 책읽기 방법이었다.)이렇듯 이 책은 요즘 매력이라곤 없이 무분별하게 나오는 다른 책과는 달리 탄탄한 구성과  여러 가지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본격 미스테리 대상을 받은 것이 당연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우타노 쇼고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건 이 책을 읽은 이 라면 누구나 가지는 생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이 작품과 같은 독자가 즐거워할 수 있는 책이 많이 한국에 소개되어

 내 책 컬렉션이 많이 늘어나길 빌어보면서 나의 서평을 마무리 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