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나는 동유럽 신화 - 뱀파이어부터 늑대인간까지, 서양 신화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다 ㅣ 드디어 시리즈 11
노아 차니.스베틀라나 슬랍샤크 지음, 송민경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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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동유럽신화, 슬라브족의 신화를 한국어로 만나볼 수 있어 기쁘다. 


 널리 알려진 그리스로마신화를 비롯해 북유럽신화나 이집트신화는 심지어 만화로도 접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동유럽신화는 만나볼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


 판타지에 자주 등장하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은 오래 전 기록이 남아있는 동유럽신화에서 유래한 개념이었다.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리부셰 슬라브 문화권의 ‘보편전인’ 신인 페룬도 흥미로웠다.



 여신 모코시와 마녀의 모습을 한 바바야가와 같이 고대 유럽 문화의 여신숭배 문화가 반영되거나, 신화에 물이 많이 등장하는 것에서 슬라브신화와 다른 유럽 문화의 연결고리는 보여준다. 슬라브문화권에서만 등장하는 개념들도 흥미롭지만 서양 신화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즐거웠다.


 가장 좋았던 점은 늑대인간,뱀파이어 등 등장인물에 관한 신화를 정리하여 소개한 것이다. 다양한 지역에서 거주한 슬라브족의 신화는 방대하고 같은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문화적,이념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포괄적으로 각색하여 전반적인 슬라브신화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했다.



 상당히 친절하게 안내되어 동유럽신화를 처음 읽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동유럽신화에 앞서 슬라브족의 개념과 서사시를 먼저 소개한 점과 신화의 장면을 보여주는 삽화나 부록의 알폰스 무하의 슬라브 서사시도 이해에 큰 도움을 주었다.



 또한 발생한 배경이나 신화 등장한 요소에 대해 현대적으로 바라보는 관점, 남아있는 기록 등 ‘한 걸음 더 깊이 읽기'를 통해 신화를 뒷받침하는 학술적 내용까지 알 수 있어 책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슬라브족을 대표하는 이야기를 다룬 선집에 컬러삽화, 그리고 매 파트 뒤를 따르는 학술적 분석까지 동유럽신화를 처음 접하기에 이보다 좋은 선택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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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준비하는 시간 - 세상을 바꾸는 위험한 생각은 어떻게 살아남고 확산되는가
갈 베커만 지음, 손성화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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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이 책이 재미있는 사례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주말 저녁 앉은 자리에서 6시간 넘게 읽어버렸다.


 우리에게 혁명의 결과는 잘 알려져 있으나 그 혁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혁명을 ‘준비하는’ 시간이라는 제목처럼 크게 타오르는 광장의 불꽃이 아니라 불을 지피기 위한 도화선이 된 사건들에 주목한다.



 편지로 연결한 각국의 학자 모임을 통해 지구의 경도를 측정한 17세기의 놀라운 사례부터 2020년 해시태그 BLM으로 확산된 흑인 인권 운동까지 우리가 몰랐던 혁명 직전의 드라마틱한 순간들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순간들을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 중간의 인터미션에서 SNS의 등장을 다루고 책 후반부는 혁명을 위해 사유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SNS가 끼치는 영향을 사례와 함께 고찰한다.

 SNS는 빠른 시간에 광장에 결집시키는 추진력이 있지만 지속력이 짧다.



 또한 논쟁과 이야기를 만드는 ‘소프트파워'는 있지만, 입법 로비나 정치 지도자를 뽑아 예산을 대의를 위해 쓰도록 이끄는 ‘하드파워'가 부족하다. 저자는 아랍의 봄과 BLM운동에서 나타난 SNS의 한계에 뚜렷한 회의감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이 책은 어떻게 행동하라는 구체적인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사실상 인터넷 외의 소통창구가 부재한 시점에 무작정 SNS를 끊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는 조용한 사유의 공간에서 의견을 모은 후 광장으로 나가자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숙성되기도 전에 성급히 SNS 광장에 던져진 생각들은 늘어나는 ‘좋아요'처럼 빠르게 불이 붙고 재가 된다. 작은 채팅방, 모임 등 폐쇄적인 작은 네트워크에서 생각을 먼저 숙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혁명의 결과가 아닌 시작의 순간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던 이 책은, 단순 흥미에 그치지 않고 SNS가 사회운동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사유하게 만든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불이 붙고 재가 되는 시대이다. 천천히 사유하며 나아갈 방법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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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들
매트 존슨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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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소설의 형식을 빌린 다큐멘터리 같은 블랙코미디 풍자소설이다.


 유인 목성 탐사선에 올랐다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납치되어 미확인 돔 도시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소설이지만 도착한 뉴로어노크는 우리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목성 탐사선에 오른 주인공은 비백인 여성으로 응용사회학자로서 참여한다. 도착하기 전부터 학연을 바탕으로 한 파벌로 팀이 나뉘는데, 납치되어 도착한 뉴로어노크는 불평등과 양극화, 정치적 분열 등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너무도 우리와 같아 우습다.






 기득권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사회에 가지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수혜자가 아님에도 현실을 무시하거나 믿고 싶은 사실만 좇는다. 수혜자들은 세뇌를 이용해 거짓을 기반으로 한 체제를 유지한다.한 번 믿기 시작하면 강력한 실증적 증거를 제시해도 믿지 않고, 각자의 세계관도 변화하지 않는다.


 뉴로어노크 시민들이 두려워하는 '보이지 않는 것들'은 이 거짓 사회의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정확한 실체를 알지 못하지만 두려움에 언급조차 꺼린다. 터부가 된 것이다.


 소설의 결말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과 탐사선 팀, 뉴로어노크 시민이 모두 등장한다. 거창하지 않고 현실적인 결말이다. 영웅적 해결이 아닌, 직면과 그 이후의 선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결말은 우리 자신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풍자소설이 현실을 투영하기에, 우리의 '보이지 않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오래전부터 이어진 차별, 지나온 역사의 과오,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외면해온 수치심 등은 우리가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언급을 피하다 점점 터부가 된 것들이다.


우리도 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두려워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뉴로어노크 시민들은 전과 같은 삶을 살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결말의 뉴로어노크처럼 해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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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관하여 ㅣ 수전 손택 더 텍스트
수전 손택 지음, 홍한별 옮김 / 윌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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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를 전부 모으고 있어요 번역도 좋아서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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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박물관이 세계를 구하는 법 - 대멸종의 시대, 자연의 기억보관소가 들려주는 전시실 너머의 이야기
잭 애슈비 지음, 제효영 옮김 / 김영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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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나와 같은 생각으로 이 책을 펼친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자연사박물관이 세계를 구하는 법'이라면 보통 생태계 연구와 교육을 통해 멸종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자연을 보호하는 내용이 떠오른다.


 놀랍게도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위에 언급한 내용이 우리가 보는 자연사박물관이라면 이 책은 철저히 자연사박물관의 ‘보이지 않는’ 부분만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부분은 우리의 생각보다 오래되었고 거대하다.


 자연사 박물관은 자연의 일부를 가져와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지만, 사실 중립적이지 않으며 실제 자연과 다르다.



 표본의 채취부터 선택, 만들어진 표본을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하기기 위해 표본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박물관의 편향과 정치가 들어있다. 우리는 자연사박물관이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게 되는 것이다.


 이 편향과 정치의 시작은 서구 열강이 식민지를 건설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서구 학자들이 학계에 남긴 큰 발자취의 이면에는 표본 채취에 힘쓴 이름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채취된 표본을 전시하는 과정에서도 편향은 계속된다. 표본의 위치와 자세에서조차 암컷과 수컷의 높낮이를 다르게 배치하는 등 시대의 선입견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케임브리지 자연사박물관에서 오랜 시간 재직 중인 저자 잭 애슈비는 이러한 한계를 정면으로 인정한다. 


 자연사박물관이 식민지배를 바탕으로 쌓아 올려진 결과물이라는 것, 정치적 편향이 반영된 공간이라는 것을 직시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말한다. 특히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의 화석, 표본 반환 문제를 다룬 점이 인상 깊었다. 각국의 자연사박물관이 표본의 자연사와 함께 식민지배라는 불편한 역사까지 다루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멸종을 막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자연사박물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표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누구의 손을 거쳤는지, 어떤 편향이 담겨 있는지 아는 것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더 이상 전과 같이 자연사박물관의 표본들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되었다.


 평생 눈앞에 두고도 보지 못할 내용들을 알게된 것에 큰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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