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을 준비하는 시간 - 세상을 바꾸는 위험한 생각은 어떻게 살아남고 확산되는가
갈 베커만 지음, 손성화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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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먼저 이 책이 재미있는 사례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주말 저녁 앉은 자리에서 6시간 넘게 읽어버렸다.


 우리에게 혁명의 결과는 잘 알려져 있으나 그 혁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혁명을 ‘준비하는’ 시간이라는 제목처럼 크게 타오르는 광장의 불꽃이 아니라 불을 지피기 위한 도화선이 된 사건들에 주목한다.



 편지로 연결한 각국의 학자 모임을 통해 지구의 경도를 측정한 17세기의 놀라운 사례부터 2020년 해시태그 BLM으로 확산된 흑인 인권 운동까지 우리가 몰랐던 혁명 직전의 드라마틱한 순간들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순간들을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 중간의 인터미션에서 SNS의 등장을 다루고 책 후반부는 혁명을 위해 사유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SNS가 끼치는 영향을 사례와 함께 고찰한다.

 SNS는 빠른 시간에 광장에 결집시키는 추진력이 있지만 지속력이 짧다.



 또한 논쟁과 이야기를 만드는 ‘소프트파워'는 있지만, 입법 로비나 정치 지도자를 뽑아 예산을 대의를 위해 쓰도록 이끄는 ‘하드파워'가 부족하다. 저자는 아랍의 봄과 BLM운동에서 나타난 SNS의 한계에 뚜렷한 회의감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이 책은 어떻게 행동하라는 구체적인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사실상 인터넷 외의 소통창구가 부재한 시점에 무작정 SNS를 끊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는 조용한 사유의 공간에서 의견을 모은 후 광장으로 나가자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숙성되기도 전에 성급히 SNS 광장에 던져진 생각들은 늘어나는 ‘좋아요'처럼 빠르게 불이 붙고 재가 된다. 작은 채팅방, 모임 등 폐쇄적인 작은 네트워크에서 생각을 먼저 숙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혁명의 결과가 아닌 시작의 순간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던 이 책은, 단순 흥미에 그치지 않고 SNS가 사회운동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사유하게 만든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불이 붙고 재가 되는 시대이다. 천천히 사유하며 나아갈 방법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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