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몬티셀로
조슬린 니콜 존슨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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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흔히 말하는 '쎄함'이 느껴지는 놀라운 데뷔작이다. 나는 한국인이라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체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독특하면서 어딘가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책의 큰 매력이었다.


 흑인 여성 작가 조슬린 니콜 존슨의 이 책은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표제작인 중편소설 *나의 몬티셀로*로 구성된다. 


 첫 번째 단편인 아들을 대상으로 인종차별에 관한 사회실험을 하는 *통제군 검둥이*부터 백인 민족주의자의 습격을 피해 정착한 몬티셀로 저택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현재를 맞서는 *나의 몬티셀로*까지, 모든 소설들은 독자를 행복한 결말로 이끌어주지 않는다.


 이 소설들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인종차별과 관련된 실제 사례들을 교묘하게 녹여냈기 때문이다. 차별 속에서 공부하여 사회적 지위를 얻었으나 아들을 대상으로 사회실험을 하는 교수, 이름을 바꾸려는 흑인 여성을 통해 차별과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학교에서 흑인 학생들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않는 것 또한 인종차별에 바탕을 둔 시스템을 보여준다. 이민 가족의 무너진 꿈, 흑인 여성이 집을 구매하고자 할 때 마주치는 구조적인 문제들 등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차별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표제작 *나의 몬티셀로*는 인종차별의 사례를 가장 극대화한 작품이다. 소설의 시작인 백인 민족주의자들이 흑인 거주지를 행진한 것도 실제 사례이고, 무엇보다 샐리 헤밍스의 후손인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토머스 제퍼슨과 흑인 노예 샐리 헤밍스의 관계도 역사적 사실이다. 실제를 더 극단적으로 확대한 근미래를 보여준 것이다.


 포르투갈에서 납치되어 버지니아에 도착한 흑인들은 북아메리카 흑인 노예제의 시작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버지니아가 네 집이 아닌" 이유이다. 흑인에게 미국은 집이면서도 집이 아니다. 온전히 자기의 땅이라 부를 수 없는 곳이다. 6편의 소설은 집이라고 부를 자격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지금도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소설의 형식을 빌려 보여준다.


 BLM 운동 이후로도 인종차별은 여전하다. 이 책의 소설들이 행복한 결말이 아닌 끝없는 모호함을 주는 이유도 같다. 그렇지만 *나의 몬티셀로*의 인물들은 저택에서 서로를 지탱한다. 차별과 폭력, 공포 속에서도 서로를 붙잡는 것, 그것이 이 책이 건네는 희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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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번역 일기
김정아 지음 / 샘터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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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오래전 처음으로 도스토옙스키에 도전했을 때 장렬히 실패했다.


일부러 비틀어 놓은 문장들로 가득한, 그야말로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두꺼운 분량과 많은 등장인물, 러시아식 애칭은 매치가 어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당시 내 기준 극단적인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술술 읽히지 않자 중간에 그만두었고 그 후로 펴보지 않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여전히 내 책장에 자리하고 있다.


 포기한 도스토옙스키 작품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이 책 때문이다. 나는 특정한 직업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은 4대 장편을 10년에 걸쳐 한 사람이 번역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읽다 포기한 도스토옙스키 장편을 학술 도서가 아닌 에세이로 다룬다는 것도 나에게는 큰 매력이었다.


 책은 각 작품의 인물과 주요 사건에 대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등장인물의 선택과 행동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도스토옙스키가 어떤 인물상을 그려냈는지 설명한다. 김정아 번역가는 이해되지 않는 인물이 있다는 솔직한 고백을 하면서, 오랜 시간 반복하고 곱씹으며 결국 그 인물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과정을 함께 나눈다.



 과거에 쓰인 작품과 현재를 비교하며 고찰하는 부분도 많았다. 작품 내 상황이 현재에도 비슷하게 반복되어 고전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었다. 


 저자는 도스토옙스키의 사유가 이동하는 순서를 따라 죄와 벌 - 백치 - 악령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로 구성하여 읽을 것을 권한다. 4대 장편이 길더라도 시대적 격랑의 흐름을 따라 읽으면 입문자도 그의 문학적 세계관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에세이라는 형식에 맞춰 딱딱하지 않게 다루었지만 작품 해설에서 보충할 부분,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까지 꼼꼼히 짚어준다. 번역하는 일상이 담긴 번역일기가 중간중간 곁들여져 읽는 재미도 있다.


 책의 앞부분, 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 도스토옙스키에 입문한다면 자신은 성공한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떠올랐다. 일단 내가 우리 집 책장의 먼지 쌓인 죄와 벌을 꺼내고 싶어졌으니 성공이다. 


나처럼 책장 펼치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함께 도스토옙스키에 빠져보자!




#도스토옙스키번역일기 #김정아번역가 #도스토옙스키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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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물건에 진심 - 오래된 것들을 고치는 동안, 나도 조금씩 고쳐졌다 ㅣ 진심 시리즈 1
박찬용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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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한동안 유행한 트위터 밈 중에 '고도로 발달한 거지는 환경운동가와 구분할 수 없다'가 있다.


질 좋은 옷을 사서 10년을 입으라는 말에 대해, 질 안 좋은 옷을 사도 10년을 입는다는 표현과 함께 창조된 밈이다. 거지라서 옷을 안 버리고 오래 입는다는 우스갯소리지만, 사실 10년 동안 함께한 옷에 대한 애착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 아닐까.



 헌 책방에 관한 글에서 저자는 어릴 때부터 시작된 책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한 부분이었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서점과 헌책방을 드나들었다. 현재는 기업형 헌책방인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어 자주 이용하고 있지만, 종종 아날로그식 헌책방을 찾는다. 낯선 여행지에서도 헌책방을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헌책방에 대한 향수는 어느새 내 삶을 구성하는 일부가 되었다. 삶 안에 풍성함과 굴곡이 있어도 나를 관통하는 메인 멜로디가 계속 맴돈다는 작가의 표현이 마음에 남는다.


저자는 오래된 물건을 모으고 수리한다. 나는 있는 물건 오래 쓰기가 기본이고,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종종 오래된 물건을 모은다. 헌책 외에 모으는 품목은 빈티지 옷이나 가방, 신발이다. 그리고 나 역시 수리한다. 뜯어진 책등을 붙이고 솔기가 터진 옷을 고치고 신발 밑창을 교체한다.




 오래된 물건을 수리하며 사용하는 경험은 단순한 애착을 넘어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유행이나 사회가 추구하는 효율성에서 한 발짝 벗어나게 해준다. 작가의 말처럼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위안을 준다.


 유행은 빠르게 바뀌고 그때마다 우리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처럼 구매한 물건을 오래 쓰고, 때로는 오래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래된 물건에 대해 진심인 마음을 조용히 공감한다.


 십 년도 전에 혼자서 처음 떠난 해외여행에서 구매한 백팩이 있다. 엄마는 가방 색상과 어울리는 인형 키링을 손수 만들어 주셨다. 그 가방은 천과 가죽으로 만들어져 십 년을 넘게 들자 가방과 지퍼가 분리되었다. 이 책을 읽고 오랜만에 꺼내 어떻게 고쳐 쓸지 고민해본다.


#오래된물건에진심 #진심시리즈 #박찬용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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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미풍 -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위화 지음, 백도라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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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피를 팔아 살아가는 인생, 함부로 슬픔을 입에 올리기에도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농담처럼 건네는 작가이다. 위화의 소설에 등장하는 삶의 목소리들은 유머러스하지만 나에게는 항상 더욱 슬프게 들린다.


 여름의 초입에 만난 산곡미풍은 소년 시절 위화가 찾아다니던 천당풍처럼 마음을 시원하게 환기시키는 산문집이다.


 부모님 몰래 수영을 익히고 바다에 놀러 다니던 소년 위화부터, 소설가가 되어 처음으로 프랑스에 방문한 청년 위화 그리고 아버지가 된 위화까지 -인간 위화의 개인적인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 같아 즐겁다.


 두 살 터울의 형과 아버지에게 혼나는 장면, 처음 먹은 캐러멜과 케이크 맛을 찬양하는 대목들은 너무도 인간적이라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읽고 책장을 덮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문득 느껴진다. 


 부모님이 일하던 병원을 형과 함께 뛰놀던 장면과, 새벽이면 영안실에서 들려오던 울음소리들. 개구쟁이 아이들의 배고픔과 가난함. 아들을 가진 아버지가 되어 누군가의 아들이었던 자신과 그 시절의 아버지를 돌아보는 시선. 


 순수한 시절의 위로와 함께 삶의 고통과 행복이 조용히 스며들어 있었다.


 위화의 산문도 위화의 글이라 읽고 나면 슬픔이 살짝 스쳐간다. 소설처럼 산문 또한 담담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위화는 이 책을 쓰며 마치 다시 한번 사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마지막 장을 덮고 현실로 돌아왔지만, 잠시나마 나도 그와 함께 살았음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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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바깥을 향한 열망 - 우정 예찬 ㅣ 계속읽기 2
조프루아 드 라갸느리 지음, 유재홍 옮김 / 글항아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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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저자 조프루아 드 라갸느리와 사회학자 디디에 에르봉, 소설가 에두아르 루이. 


 세대도 다르고 각자의 집도 따로 있는 이 셋은 거의 매일 저녁을 함께 나누며 사유와 창작의 시간을 공유한다. 사회가 인정하는 가족 대신 우정이라는 새로운 삶의 양식을 택한 것이다.


 라갸느리는 셋의 삶을 보여주며 질문을 던진다. 왜 가족은 사회적 인정과 보호를 받지만 우정은 그렇지 못한가. 


 사회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인정한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을 필연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가족을 중시하는 가치 자체가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다른 삶의 방식을 생각해볼 기회도 없이 그 산물에 이끌려 살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사회가 요구하는 삶의 형태가 자신과 맞지 않음을 깨닫기도 한다.



 가족은 구성원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지만 내부에만 한정된 폐쇄적 성격을 가진다. 가족적 삶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면 부모로서, 배우자로서의 역할에 종속된다. 오히려 전통적인 삶의 형태는 '나 자신'에게서 '나'를 분리한다.


 라갸느리가 말하는 우정은 '가족에 대한 대안'도 '선택적으로 만들어낸 가족'도 아니다. 관계망을 희소화하거나 정체성을 굳히는 원리가 아니다. 우정이라는 삶의 양식은 정체성을 가진 개인 간의 관계를 증식시키고 발명하며 서로와 접속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정은 가족화에 반대하는 개념이다. 결혼과 가족이라는 제도의 틀에서 벗어나면서도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식이기도 하다.


 우정을 고전적 규범이 아닌 독자적인 삶의 형식으로 재조명한 이 관점이 인상 깊었다. 나 역시 결혼으로 가족을 만들 생각이 없기에 전통적이지 않은 삶의 형태에 대해 오래 고심해왔다.



 이 책을 읽고 우정이 단순한 가족의 대안이 아닌, 정체성을 구축하고 창조적 삶을 만들어가는 개념임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삶의 형태가 다원화된 지금, 이 책은 나처럼 다르게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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