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곡미풍 -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위화 지음, 백도라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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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피를 팔아 살아가는 인생, 함부로 슬픔을 입에 올리기에도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농담처럼 건네는 작가이다. 위화의 소설에 등장하는 삶의 목소리들은 유머러스하지만 나에게는 항상 더욱 슬프게 들린다.


 여름의 초입에 만난 산곡미풍은 소년 시절 위화가 찾아다니던 천당풍처럼 마음을 시원하게 환기시키는 산문집이다.


 부모님 몰래 수영을 익히고 바다에 놀러 다니던 소년 위화부터, 소설가가 되어 처음으로 프랑스에 방문한 청년 위화 그리고 아버지가 된 위화까지 -인간 위화의 개인적인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 같아 즐겁다.


 두 살 터울의 형과 아버지에게 혼나는 장면, 처음 먹은 캐러멜과 케이크 맛을 찬양하는 대목들은 너무도 인간적이라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읽고 책장을 덮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문득 느껴진다. 


 부모님이 일하던 병원을 형과 함께 뛰놀던 장면과, 새벽이면 영안실에서 들려오던 울음소리들. 개구쟁이 아이들의 배고픔과 가난함. 아들을 가진 아버지가 되어 누군가의 아들이었던 자신과 그 시절의 아버지를 돌아보는 시선. 


 순수한 시절의 위로와 함께 삶의 고통과 행복이 조용히 스며들어 있었다.


 위화의 산문도 위화의 글이라 읽고 나면 슬픔이 살짝 스쳐간다. 소설처럼 산문 또한 담담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위화는 이 책을 쓰며 마치 다시 한번 사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마지막 장을 덮고 현실로 돌아왔지만, 잠시나마 나도 그와 함께 살았음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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