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치에 대한 선명성을 선으로 여겨온 저를 책은 차이에 관대해질것을 설파하며 보듬습니다.이해가 발아하고,연대의 싹이 움트기 때문이랍니다.소설의 형식을 빌린 훌륭한 인간관계론에 다름아닌 보석같은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색다른 소설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접하기 힘든 은행원간의 갈등을 큰 줄기로 가지면서, 은행 대출제도의 맹점과 분식회계의 만연, 정부 경제정책의 허실에 하청업체 약탈과 기업 CEO의 타락 등 후기 자본주의 제도가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사회파소설입니다.

일반 독자들에게 생소한 ‘금융’을 다룬데다, 시종일관 박진감 넘치는 속도로 전개되는 특성을 가지는데도, 독자가 어렵지 않게 소설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와 놀라우리만큼 빼닮은 일본 사회문화 - 특히 기업풍토 - 에 기인합니다.

물론 은행원 근무경력이 있는 저자 이케이도 준의 친절한 설명도 한 몫하죠.

경제성장의 기울기가 하강하고, 정리해고가 만연한 자본주의 끝에서 은행은 오직 적자생존의 약육강식 논리만 득세하는 정글에 다름 아닙니다.

소설이 happy ending으로 마무리되면서도 전체적인 인상은 암울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최고의 인재만이 선택받을 수 있는 은행도 예외일 수 없고, 소설을 이끌어가는 아사노와 직속부하 한자와(주인공)가 각각 은행조직 내 갑과 을을 대표하게 됩니다.

여기에 이들이 근무하는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계획적으로 도산해 대출금을 횡령하려는 노회한 중소기업 사주 히가시다 사장이 추가됩니다.

이렇게 세 사람을 큰 축으로 소설은 나아가는 데 본사 인사부란 핵심부서 근무경력이 있는 지점장 아사노는 주식에 손을 댔다가 실패로 거금을 잃고 마침 학교선배인데다 돈이 궁한 지역기업 사장 히가시다와 결탁해 계획도산을 획책하고 대출금을 떼인 책임을 모두 부하인 한자와에게 전가하는 비겁함의 화신입니다.

주인공인 한자와는 정의감과 야망이 큰 시원시원한 성격의 지방은행 지점 융자과장입니다. 아사노와 히가시다가 쳐놓은 덫으로 인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는데, 그가 문제를 해결하며 이 들 두 악인을 압박하는 과정이 소설의 줄거리를 이룹니다.

실력도 없으면서 거만한 태도로 가끔 등장하는 국세청 직원은 동명의 우리나라 행정 관료와 오버랩 되어 묘하게 읽는 맛을 자극하고, 한자와의 유일한 정신적 버팀목 동기들의 대화는 애이불비의 분위기속에서 원대한 꿈이 사라져버리고 한낱 부속품으로 변한 청춘들의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합니다.

“여기서 꿈을 실현시킨 녀석이 있어”

끈질긴 추적 끝에 꼼짝달싹할 수 없는 증거로 아사노의 마각이 드러나고 마침내 무릎을 꿇고 한자와에 사과하는 장면은 갑질로 유명한 H그룹의 저열한 최고위층을 후려친 것 마냥 통쾌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동료를 구렁텅이로 내모면서도, 자신의 가족을 걱정하며 노심초사하는 아사노의 모습은 생뚱맞게 한나 아렌트의 유명한 ‘악의 평범성’을 떠오르게 합니다.

‘염병할 은행원’ 한자와 아버지의 표현입니다.

이처럼 은행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상당히 시니컬해 “날씨가 좋아지면 우산을 내밀고, 비가 쏟아지면 우산을 뺏는다”란 표현까지 확대됩니다.

데쟈뷰를 느끼시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IMF, 리먼 브라더스 사태 당시, 또 지금도 심심찮게 매스컴에서 목격할 수 있는 우리네 은행의 모습을 빼다 박았습니다.

저자 이케이도는 친절하게 자본주의 조직에서 구성원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을 두 가지로 제시합니다.

첫째는 주인공 한자와식의 방법으로 기술, 지식, 용기를 무기로 기존 체제에의 도전입니다.

둘째는 어디 가서라도 자신이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자족하는 소극적인 달관의 처세술입니다. 곤도식이죠!

독자들에게 한 가지 나침반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케이도 준의 ‘여성관’에 관심이 갑니다. 앞으로 등장할 연작소설에 여성들이 어떤 식으로 등장할지가 말이죠.

그 단서는 아사노의 부인과 한자와 와의 조우에서 발견했습니다. 한자와의 사무친 원한을 한순간에 흔들리게 한 여성의 힘이 잠깐 등장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냉철하고 남자다운 한자와의 유일한 옥에 티 바로 아내 ‘하나’입니다. 남편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을 때에도 세속적 욕심에 전혀 반려자의 역할을 제공하지 못하는 하나의 존재는 의문입니다.

금융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개인적 경험이 얹혀 소설에 대한 저 개인적 몰입도는 최고였습니다. 최고의 기지로 본사 핵심부서에 오른 한자와의 행보가 상당히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거대조직의 톱니바퀴 앞의 선 작은 존재의 앞날에 걱정이 앞섭니다.

소설 말미에 “가끔은 정의도 이긴다”란 문장이 나옵니다.

정의가 승리할 확률이 높은 사회가 빨리 오기를 고대하며 소설 <한자와 나오키>의 2편을 기다리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덧 청계천의 상징물이 된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 조형물 앞, 흑인 모녀가 정겹게 사진을 찍는 모습에 오늘 따라 유난히 시선이 오래 머뭅니다.

이 책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읽은 탓일 겁니다.

  책은 노예제도가 극성을 부린 19세기 초 미국 남부지역에서 태어난 흑인 노예 소녀 코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소설입니다.

이해를 돕자면 코라는 4050세대라면 기억하실 70년대 온 가족을 TV앞으로 모이게 한 드라마 뿌리의 주인공 ‘쿤타킨테’의 여자 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월 탓이겠지만 자유를 향해 농장을 탈출한 쿤타킨테를 발가락을 자르는 벌로 응징하는 장면만 희미하게 남은 뿌리에 비해,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미국 남부의 역사와 지역적 특성, 노예제도의 잔혹성과 그 속에 실낱같이 존재하는 사랑과 인류애를 상징하는 등장인물들의 전형이 선명하게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엮어진데다, 노예탈출을 위해 노예해방조직이 운영하는 지하열차가 존재한다는 발칙한 상상력이 더해진 수작입니다.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고, 엄마 메이블 마저 딸을 내버려두고 도망가 사고무친한 코라는 다행히 할머니, 엄마의 성정을 빼닮아 씩씩하고 강인합니다. 할머니가 물려준 작은 땅을 뺏으려는 만딩고족의 개집을 도끼를 박살내면서 코라가 던지는 말은 이런 코라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죠!

 

“내가 나를 이길지는 모르지만,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어느 날 노예 농장의 개구쟁이 체스터가 사소한 실수로 가혹한 채찍질에 고통 받고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을 때, 여인 코라는 체스터를 감싸며 모진 형벌을 감내합니다.

각자도생 분위기가 팽배한 당시에 이질적인 인간애의 발로였으나, 농장주에 ‘찍히는’ 계기, 심려 깊은 또 다른 남자 노예 시저에겐 농장 탈출의 동지로 선택받는 이유가 됩니다.

주저하던 코라는 시저의 진중함에 이끌려 탈출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겁탈하려던 백인 소년을 죽이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조직원인 플레처와 비밀역장 럼블리의 도움을 받고,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도착하나 노예사냥꾼 리지웨이의 등장으로 잠시 허니문이었던 그 곳은 이내 시저가 죽는 비터문으로 변해버립니다.

  리지웨이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단발머리 청부 살인자 하비에르 바르뎀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캐릭터의 노예 사냥꾼입니다. 끝내 잡지 못해 자신의 경력에 흠집을 낸 코라의 엄마 메이블에 대한 증오를 코라에 투사시키면서 소설의 마지막까지 코라와 대비되는 악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합니다.

  그 후 오랫동안 코라의 고단한 여정은 끝없이 반복됩니다.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인디애나를 거쳐 북부에 이르는…….

가로수 가지마다 탈출하다 잡힌 노예들의 목매달린 시체가 즐비하고, 민병대, 순찰대 등 공적조직은 하나같이 탈출 노예 체포에 혈안이 된 그 곳은 지옥이지, 적을 두고 살 만한 안식처가 아니었던 것이죠!

  그래서인지 백인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대체로 냉소적입니다.

리지웨이나 농장주 랜들 부자는 물론이거니와 자신에게 비교적 친절했던 의사 스티븐스, 사감 미스 루시에 더해 탈출을 도와주었다가 죽음을 당하는 마틴 부부에게도 우생학, 배금주의, 왜곡된 종교관의 굴레를 씌워 비틀어버립니다. 그 클라이맥스는 12세 어린 백인 소년이 성폭행을 저지르는 도덕적 무감각과 백인이 그토록 신성시하던 독립선언서 철학과 판이한 그들의 실제 행동을 통해서요.

 한 편 이런 와중에서도 코라는 엄마 메이블에 대한 소식을 지속적으로 탐문하는 모습을 보여 그녀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노출합니다.

마침내 코라가 리지웨이에 체포됨으로써 소설은 위기로 치닫고, 흑인 청년 로열에 의해 구조되어 테네시로 다시 도피하는 반전이 나타납니다.

흑인에 우호적인 농장주로 인해 생애 단 한 번 편히 지내는 코라에게 연감을 선물하며 로열은 핑크빛 마음을 표현합니다.

그러나 탈출노예 수용여부를 놓고 토론회가 열리는 날, 백인들의 급습으로 연인 로열이 사망하는 거듭되는 불행이 다시 코라를 옥죄이고, 설상가상으로 리지웨이에게 다시 체포되어 비밀 역의 위치를 자백하라는 협박에 처하게 됩니다.

 연기 속에서 잡힐 듯 말 듯 한 메이블의 최후는 충격적이었지만, 따뜻해서 좋았습니다. 열린 결말도 괜찮았고요!

인간성의 회복에 더하여 저자 화이트헤드는 약한 자의 연대와 자각도 강조하는 듯합니다. 소설 말미 도서관이 자주 출현하고 글 읽기를 강조하는 대목이 많이 나타나면서, 마침내는

 

“아름답고 귀한 무엇인가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으로 자유를 정의내립니다.

 

마지막까지 리지웨이에 기생하는 흑인 소년 호머는 저자의 충고를 따르지 않는 핍박받은 자의 표상입니다.

  200년이 지난 소설의 배경에 아직 울림이 작지 않다는 사실은 곤혹스럽습니다.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무려 24개 단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 책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영광 뒤엔 아직도 다름이 차별로 이어지는 구별 짓기가 상존한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얼마 전 손흥민 선수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영국 축구팬에게 벌금이 부과됐다는 뉴스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인류 문명의 상징인 유럽의회를 인종차별을 공공연하게 표방하는 극우정당이 휩쓸었다는 소식이 들리네요.

노예해방선언이 있은 지 150여 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안타까운 죽음으로부터 50년이 흘렀는데도요…….

  그 러고 보니 흑인인 저자의 이름이 “화이트헤드‘입니다.

흑인으로 사는 게 힘들어서일까요? 아니면 위악적으로 그렇게 작명함으로써 백인 주류사회를 조소하고자 함일까요?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자유를 위해 탈출한 코라의 여정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가시밭길이었습니다.

코라의 고된 여정이 부디 끝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힘들다면 최소한 밝은 빛이 함께 하는 ground railroad로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왕의 위엄 - 상 민들레 왕조 연대기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흡인력이 상당한 책입니다.

초한지에 근거한 동양사에 더하여 스타워즈의 미래전쟁이 붙고,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인간사가 버무려진 SF/판타지 문학상의 트리플 위너 켄 리우의 작품입니다.

  1,000년간 이어져오던 다라 제도 7국의 평화는 자나 국의 영웅 마피데레 황제의 무자비한 침범에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6국은 마침내 치욕스런 속국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자나 국의 영화는 마피데레 황제의 사후 어린황제의 등극과 섭정체제하 신하들의 반목으로 동요하게 되고, 이 틈을 타 우후죽순으로 나타난 각 국의 영웅들이 ‘타도 자나’를 기치로 할거하게 되면서, 자나와 6국간의 물고 물리는 전쟁, 각국 간의 미묘한 갈등이 <민들레 왕조 연대기 1편-제왕의 위엄(상권)>의 줄거리를 이룹니다,

  전개를 이끌어가는 영웅 중엔 특히 코크루 국의 ‘쿠니 가루’와 ‘마타 진두’ 그리고 하안 국의 ‘루안 지아’가 돋보이는 데 각각의 캐릭터는 유연하고 소탈함, 높은 자존심과 엄격함, 기술에 정통한 치밀한 지략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초한지의 유방, 항우, 한신의 현신입니다. 그렇기에 등장인물의 캐릭터로 초한지의 인물을 유추하는 - 예를 들어 마피데레=진시황, 뮌 시크리=번쾌 - 작업은 이 책의 숨은 묘미입니다.

  같은 문화권이라서 일까요? <베오울프>나 <황금 나침반> 등의 서양신화에 근거한 판타지 문학에 비해 이 책의 가독성은 월등합니다.

퓰리처나 공쿠르, 맨부커 상 수상작보다 나오키나 일본서점대상의 이력이 있는 책들이 더 환영받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러나 코즈모폴리턴으로서 인류 공통의 보편성에 호소하는 저자의 노력도 자주 눈에 띄입니다. 평화로운 7국의 정립 상태를 묘사한 다소 장황한 페이지에서 중앙집권보다는 자율속의 책임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여성을 빗대 적을 공격하는 아군의 행태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쿠니 가루를 통해 저는 여성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비판하는 저자의 메시지를 읽었습니다.

판타지 문학도 저자의 역량에 따라 충분히 울림 있는 장르일 수 있음을 여기서 목격하며, 더불어 켄 리우의 포스를 느낍니다.

개 인적으론 페이지가 많이 할당되는 위의 3인보다는 굴 따는 어린 소년이 얼떨결에 지주 국의 왕이 되었지만, 제국군의 칼날 아래 백성을 위해 분연히 죽음으로 맞선 지주 국의 어린 왕이 마음이 갑니다.

물론 경국지색의 미녀인 아무 국의 키코미 공주의 안타까운 요절은 상당히 아쉽구요!

  앞서 책의 가독성이 동일 문화권에 연유한 바가 크다 단언했지만, 상당부분 유려한 번역과 책 뒷장, 다라 제도의 지도와 등장인물 소개를 삽입해 놓은 출판사의 배려도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지도를 펴두고 왔다갔다 읽다 보면 내용에 현실감이 더해진다는 먼저 읽은 이의 tip을 전합니다.

곱 씹을 만한 좋은 문장도 책은 많이 저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 불화는 말이지, 집의 토대를 갉아먹는 흰개미 같은 거야. 다 함께 무너지지 않으려면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전염병이지.”란 문장이 좋았습니다.

 쿠니 가루는 거만 떨지 않고, 실용적이면서도, 희생적이고, 흙에 뿌리를 박고 살면서 하늘을 꿈꾸는 민들레가 사랑스럽답니다.

최후의 승자를 암시하는 복선이겠죠!

그러나 자세를 표현하는 ‘게위파’, ‘미파 라리’ 등의 단어가 계속 등장하는 연유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제 머리를 아프게 하는 군요…….

아무래도 하권을 주문해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우석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발간소식을 듣는 순간 퇴사 때의 아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책에 대한 호기심도 일었지요.

대한민국 유수의 재벌그룹, 그것도 나름 스마트한 사람들이 근무한다는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나는 사내 셀 수도 없이 많은 ‘또라이’들과 조우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 무너지지 않고 버텨나갈 수 있는지, 항상 궁금했고, 그만큼 대마불사의 관성은 대단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또라이는 9.11테러 직후 회사 사옥을 알 카에다가 공격할 수 있다며 도피경로를 강구하라는 어찌 보면 코미디 수준의 지시를 남발하던 상사였습니다.

결국 아기가 메르스에 걸려 출근 못한 여직원을 출근하라 다그치는 상사와의 다툼 끝에 저는 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꽤 시간이 지났건만, 아직 우리 기업의 민주주의는 요원한가 봅니다.

한진 3총사를 위시해 잊을 만하면 나오는 재벌의 갑질, 최고의 직장으로 추앙받는 강원랜드와 하나은행의 엽기적 채용비리, 덩그렇게 놓인 컵라면으로 기억되는 안타까운 김용균씨의 죽음은 봄이 오지 않은 직장민주주의를 가리키는 바로미터입니다.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는 ‘88만원 세대’란 신조어로 누란에 처한 청년세대를 정확히 묘사한 진보경제학자 우석훈 대표의 책입니다.

저의 예상과는 달리 -로버트 서튼 교수의 <또라이 제로 조직>처럼 직장 내 또라이의 존재로 인한 폐해 서술과는 결을 달리하며- 우 대표는 문 앞에서 직장 민주주의를 멈추게 한 요인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되, 팀장, 젠더, 오너 등으로 영역을 구분해 각 차원에 숨어 민주주의로의 진행에 발목을 잡는 ‘민주주의의 적’들을 고발하고, 대안을 조심스레 제시합니다.

저자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살아 움직이는 조직으로 군대와 더불어 회사를 꼽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일부 꼰대들은 상명하복=효율성의 등식을 과신하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저자의 다음과 같은 충고는 그들이 반드시 경청해야할 좋은 인사이트입니다.

“직장 민주주의는 조직내부의 경쟁게임을 협력게임으로 전환시키는 장치 중 하나다”

저자의 처방은 마침내 조직 내 제도, 구조의 문제로 승화되며, 특히 직장 민주주의의 빠른 정착을 위해 저자는 ‘직장 민주주의 인증제’ 실시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ISO인증제처럼 공신력 있는 단체가 직장 민주주의 수준을 척도화 해 서열을 매기고, 이를 공시하여 전 기업으로 하여금 도입 필요성을 재촉하자는 취지입니다.

괜찮은 아이디어이지 않습니까?

책 곳곳에 여성, 비정규직, 기업체 하급직원들에 대한 저자의 사랑과 애틋함이 묻어납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읽은 일간 신문과 경제신문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논지가 전개되어 읽는 이의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이 그만큼 필요합니다.

다만 이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인간적으로 사람들을 너무 막 대해왔다. 먹고사느라고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왔다. 모멸감을 참으면서 돈을 버는 시대가 너무 길었다…….직장 민주주의는 다음 세대에게 좀 더 인간다운 직장을 주는 일,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사족! 오늘도 자그마한 권력의 완장을 차고 갑질을 일삼는 일부 꼰대들에게 강준만 교수가 쓴 다음 글의 일독을 권합니다.

“기업은 비민주적일때 더 효율적이라는 미신을 믿으면서 직장 내 괴롭힘을 일종의 노무관리 기법으로 생각한다. 더불어 그런 미신의 연장선상에서 복종과 상명하복을 자신의 지위를 만끽하는 기쁨으로 간주해 너무도 사랑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