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문 닫고 떠난 한 달 살기 - 열여섯 명과 여덟 도시 그리고 여덟 가지 버킷리스트
여행에미치다 지음 / 그루벌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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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한 달쯤 살아보는 것이 요즘 무슨 유행처럼 로망처럼 되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돈많은 부자거나 직업이 최소한 프리랜서정도라면 모를까 평범한 직장인으로서는 한 달이라는 시간을 외국에서 마냥 살다오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책제목처럼 회사 문 닫고 외국으로 떠나서 한 달 살기란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설레고 솔깃한지요. 

그런데 정말로 회사 문 닫아걸고 떠나서 외국에서 한 달 살다온 이야기가 바로 이 책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여행업종사자인 여행회사직원들이 회사를 한달 스톱하고 2명씩 팀을 짜서 동시다발로 8개 도시로 떠난 것이죠. 그들이 향한 곳은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일본, 미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아아..이름만 들어도 침이 고이네요..ㅋ.

그런데 이 책은 흔한 여행에세이와는 확실히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일단 책 크기 사이즈부터가 화보집입니다. 그리고 보통은 여행에세이가 주로 자신의 느낌, 경험담, 어디어디 다녀왔다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관적으로 서술하고있는데 반해 이 책은 지도와 경로를 표시해놓은 한 달 살기 일정표와 준비과정, 여행지, 먹거리,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 달 살았던 정산표까지 객관적으로 자세하게 보여주고있습니다. 항공권, 여행자보험, 통신비, 숙박비, 교통비, 식비같은 총경비며 숨은 명소며, 미리부터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갔기에 계획했던 목표를 이루었는지 어땠는지. 

정말이지 십인십색이라더니 각 팀이 정해진 나라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즐겼는지 다양하고 다채롭습니다. 프랑스의 프로방스에서는 여자 2명이 화가 반 고흐의 자취를 따라가는 예술기행을 하고, 인도네시아의 발리에 가서는 수영장이 있는 풀빌라와 서핑 즐기기를, 일본에서는 무려 50군데의 카페투어를,..아니 이건 제가 바라마지않는 여행이네요. 카페투어..ㅠㅠ..미국의 포틀랜드에서는 축제와 포트럭파티에 참가해보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서는 빈티지마켓을 체험하고 마요르카 풍경도 감상하고..(부럽네요. 빈티지마켓..), 아르헨티나하면 스페인과 더불어 탱고를 빼놓을 수 없죠.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서 탱고 배운 이야기, 대자연이 매혹적인 뉴질랜드 남섬에 간 2명의 사나이들은 대초원과 방목하는 양떼를 만나고..맥주로 유명한 독일의 베를린으로 향한 2명의 남자는 한 달동안 원없이 맥주에 취합니다. 비어가르텐, 수제맥주, 생맥주..병맥 마실때마다 모은 뚜껑이 152개나 된다네요. 

이렇게 이 책에는 이런 테마 저런 테마 다양한 여행주제가 함께 들어있기때문에 액티비티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도, 멋진 경치를 바라보며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싶다는 사람도, 먹거리 여행이 취향인 사람도, 취미여행을 하고싶다는 분도, 원조동네에 가서 뭔가를 배워오고싶다는 분도, 스포티한 여행을 계획하는 분도 모두 이 책에서 자신이 꿈꾸거나 계획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혹은 새롭거나 여태껏 몰랐던 부분에 매력을 느낄 수도 있을 거고요. 한달 살기 여행을 생각하는 분들은 꼭 한번 보면 좋을 책인것 같습니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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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감동이다 - 미래 청년 외교관들을 위한 전문 가이드, 개정판
유복근 지음 / 하다(HadA)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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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딱히 비밀스럽지않은데도 뭔가 약간은 베일에 싸인 듯한 그러면서도 화려한 듯한 느낌이 드는 직업이 있다면 그 중에 외교관이 들어가지않을까싶은데요. 그만큼 외교관은 선망되는 직업 중의 하나지만 일반인은 외교관의 실상이나 애환을 잘 알기 어려운데 오랜 실무와 경험을 바탕으로 외교와 외교관에 대해 특히 외교관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진로가이드 목적으로 새 옷을 입고 나온 책이 있습니다. 저자는 외무고시에 합격한 이후 오랫동안 외교부에서 근무한 분으로 본래는 2015년에 출간된 책인데 다시 내용을 추가보완해서 전면개정판으로 나온 것이 바로 이 <외교는 감동이다>랍니다.

 이 책은 처음에는 우리 민족의 외교역사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벽화에 남아있는 고구려 사신부터 특히 조선시대 외교와 그 당시 큰 이슈였던 종계변무 해결을 비롯하여 우리의 외교전통은 어떠했는가 그리고 그 다음에는 현대에 들어오면서 외교제도의 변화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외교는 분야도 다양해서 정무, 경제통상, 문화와 공공외교, 재외동포영사업무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외교부라는 조직과 재외공관, 외교관 직급, 인사제도는 물론이고 외교관이 지녀야할 자질과 자격도 언급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외국과 국내를 자주 번갈아다녀야하는만큼 해외생활을 할 수 있는 즐거움도 있지만 스트레스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암튼 외교관은 자국을 대표하므로 자기계발과 자기관리에 힘을 쏟아야하지만 국가대표로서 대외교섭과 협상, 재외국민 보호, 자국문화홍보, 국유재산관리와 운영 등 하는 업무가 참 책임이 무거운 일인듯 합니다. 특히 국가안보야말로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하네요. 

외교관의 근무와 생활은 국내와 국외를 순환근무하며 직업적으로는 여러 국가를 다니면서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장점이 크다고 하겠죠. 외교현장이 때로는 전쟁터가 되기도하고, 또 험지에 근무하면서 말라리아같은 열병에 노출되는 위험도 무릅써야하지만말입니다. 

제목과 같은 챕터인 '외교는 감동이다'에서는 여러가지 에피소드 중에서 미국 시애틀에서 한국전 참전용사와 함께했던 오찬 행사 이야기가 감명깊었습니다. 그리고 외교의 신경망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교전문 이야기도 흥미롭네요.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외교관의 어학실력이었는데 현지언어구사능력도 중요하다는 것이 뜻밖이었습니다. 물론 어학은 외교업무수행을 위한 기본적 자질이지 외교능력 자체는 아닙니다. 그 외에도 외교관이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하며 외교관시험이나 국제기구진출에 대한 언급도 있으니 외교관지망생에게 큰 도움이 될 것같습니다. 일반인에게도 외교와 외교관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넓힐 수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저자의 노고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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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역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7
한일동 지음 / 가람기획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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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대한 역사서는 많아도 영국의 서쪽에 위치한 섬나라 아일랜드에 관한 역사서는 찾아보기가 쉽지않은데 반가운 책이 나왔다. <아일랜드 역사 다이제스트 100>은 아일랜드의 자연환경과 문화, 예술, 역사를 100가지로 나누어 소개하고있다. 700년이 넘는 오랜 기간동안 이웃나라 영국ㅡ앵글로색슨과 노르만의 혼합민족이라할까ㅡ 아뭏든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았으나 20세기에 이르러 기어이 독립을 이루어낸 켈트족의 국가 아일랜드. 그러나 개인적으로 한가지 미리 말해두고싶은 것은 아일랜드는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와 그다지 닮은 국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아일랜드처럼 오랜 옛날부터 이민족이 침략 이주해와서 식민통치를 천년 가까이 행사한 일도 없거니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분리는 우리가 남북한이 분단된 것과는 그 내용에서도 역사적으로도 일치점은 전혀 없다. 일본이 근대에 들어와 서구 문물을 잽싸게 수용하면서 우리를 식민지로 삼고 잔혹하게 지배를 한 과거가 있지마는 그것은 근현대 들어서 잠시였을 뿐, 더구나 일본은 옛날 왜국시절부터 우리의 선진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성장한 변방국가라는 사실부터 확실히 인지해야할 것이다. 한의 정서 운운하는 것도 식민지 시대 일본의 주입으로 널리 퍼져있는데 이것을 마치 우리의 전통적 정서인 양 선전하는 것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교육과 예절을 중시하고 근면한 민족은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니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민족은 찾아보면 한두 민족에 국한된 것이 아닌데 이런 것으로 닮았느니 어쩌니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쨌든 이 책은 아일랜드의 자연환경인 국토, 지형, 기후, 인구, 국민성은 물론이고 아일랜드의 문학, 음악, 춤같은 문화와 언어, 종교, 생활방식 등을 전반적으로 설명한다. 예이츠의 시 '이니스프리의 호도', 켈트족 신화와 민담, 모허이 절벽 등은 익숙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5장부터는 아일랜드의 역사로 켈트족의 사회와 문화, 종교 특히 기독교의 보급과 수도원 문화에 이어 바이킹의 침략부터 시작되는 아일랜드의 수난사가 현대까지 펼쳐지고있다. 사실 아일랜드에 이민족이 침입해서 통치하게 되는 역사는 잉글랜드에 앵글로 색슨 용병이 들어와 켈트족을 스코틀랜드와 웨일즈로 내쫓은 역사와 비슷하게 닮았다. 앵글로 노르만 침입이후 존 왕이 아일랜드 군주가 된 이후부터 잉글랜드의 식민통치가 시작되었고 튜더왕조는 영국의 왕권을 아일랜드에서 강화시켰으며 스튜어트 왕조때는 토착화된 앵글로 노르만 세력을 쫓아내고 새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신교도가 이주하면서 토착 카톨릭 세력과 더욱 대립하게 된다. 크롬웰 통치기에는 아일랜드의 정치경제권력은 영국정부에 충성하는 신교도에게 넘어가 그 지배체제가 공고해졌으며 보인강 전투와 리메릭 조약으로 잉글랜드의 아일랜드 정복은 완전해졌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18세기 이후 아일랜드 민족주의가 대두하고 감자 대기근으로 잉글랜드에 대한 증오심은 더욱 커지게 된 가운데 잇단 문예부흥운동과 끈질긴 독립투쟁으로 아일랜드는 마침내 자유와 독립을 얻는다.

그러나 골치아픈 것은 북아일랜드다. 오늘날도 연합왕국에 남아있는 북아일랜드에서 폭력과 테러와 시위가 끊이지않았던 이유는 이 땅은 절반이 신교도 절반이 카톨릭이기 때문이다. 토착인과 이주민. 유니언과 공화파. 21세기에 간신히 공동자치정부가 출범하고 영국군은 아일랜드에서 철수하고 아일랜드 공화군은 무장해제를 선언하면서 평화가 왔지만 지금은 브렉시트가 또 말썽이다. 아일랜드 국경이 부활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EU와 영국이 backstop조항으로 영국이 한시적으로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어쨌든 정말 우여곡절이 많은 나라 아일랜드. 하지만 그럼에도 알게 모르게 매력이 풍부한 나라 아일랜드. 이 초록빛 섬나라의 영광과 좌절, 슬픔과 낭만,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아일랜드의 모든 것이 다이제스트하게 담겨있는 이 책으로 그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

279페이지 하단에 '여왕은 사촌 마운트배튼 경을 아일랜드 공화군의 테러로 잃었다..'고 되어있는데

루이스 마운트배튼 경은 여왕에게 칠촌숙부가 되고 남편인 에든버러 공작 필립쪽으로 해서는 시외숙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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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이야기 11 - 초한쟁패, 엇갈린 영웅의 꿈 춘추전국이야기 11
공원국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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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쟁패. 엇갈린 영웅의 꿈


공원국의 춘추전국이야기는 전부 11권이나 되는 방대한 역사서입니다. 다루는 시기는 중국 고대의 춘추와 전국시대인데, 마지막은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가 아니라 진의 가혹한 정치체제에 견디다못해 들고 일어난 농민의 난을 시발로 유방과 항우가 천하를 두고 다툼을 벌이다가 결국 유방이 승리하고 한나라가 건국되는 이야기로 끝을 맺고 있는데요. 흔히 초한지로도 잘 알려진 유방과 항우의 천하제패 싸움이 이 춘추전국이야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제 11권 '초한 쟁패. 엇갈린 영웅의 꿈'에서 저자 공원국의 시각으로 그의 탁월한 필력으로 그 전개과정과 의의를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불씨 하나가 광야를 다 불태워버릴 수 있는 것처럼 꼭 그렇게 진승과 오광도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며 기의했지요. 비록 토벌되었으나 그 뒤를 이어 들불처럼 일어난 세력 중에 유방이 있고 항우가 있었습니다. 평민이지만 협객의 성향을 띠고 있던 유방과 명문귀족 출신으로 전투에 능하고 힘이 장사인 항우. 이들은 군대를 모아 진나라에 대항하면서 세력을 형성해가는데 어떤 식으로 진이 차츰 멸망해가는지 그 과정이 흥미롭게 묘사되고있습니다. 진나라를 무너뜨린 주역은 항우였습니다. 거록에서 진군을 격파하는 대승을 거두었지요. 반면 이 때만해도 유방은 항우가 진의 주력부대를 상대하는 동안 조역역할에 충실했습니다만 약법삼장을 선포하면서 나름의 정치력을 선보입니다. 진의 기존지배세력층을 흡수하는 조치였지요. 그런 유방에 비해 항우는 정치의 성질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같습니다. 어쨌든 초반에 유방과 항우 간의 세력다툼은 대세가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니어서 이들은 3번에 걸쳐 치열하게 싸웠지요. 팽성에서, 형양에서. 그러나 이윽고 최후의 전투인 해하에서 운명은 결정됩니다. 한신, 장량, 소하, 팽월같은 훌륭한 참모를 많이 두고있던 유방이 항우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이제 혼란의 시대는 끝이 나고 유방이 세운 한나라가 중국을 재통일하게 됩니다. 이 책의 저자 공원국은 유방은 '평범한 비범성'을 갖추었고, 그런 유방이 한제국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의리와 협의 정신만이 아니라 바로 그 평범한 비범성 덕분이었으며, 그 이후 진나라와는 다른 느슨하고 유연한 법집행과 감세정책이 백성들의 민의를 얻어서 통일을 이룩하게 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그렇게 파악하고 평가하고있습니다. 한고조의 법치정책이나 부세와 요역책이 이전시대인 진과 어떻게 다르며 어떤 차이가 있는가하는 것은 이 책의 마지막 후반부에 잘 나와있습니다. 개혁은 과거의 잘못을 고치는 것이지요. 춘추전국시대는 차선을 추구하는 무수한 집단이 집단적으로 투쟁하고 노력하던 시대였고 한은 진이 시행했던 악법을 근본적으로 제거함으로써 개혁을 이룬 시대였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합니다. 그 개혁이란 것이 '겨우 그 정도'에 불과한 것이라해도말이지요. 한은 진과는 다른 전제왕국이었기에 이후의 통일시대를 이끌어나갈 수 있었고 따라서 제국의 시초는 진시황제가 아니라 평민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고자했던 진정한 영웅 한고조 유방부터 시작된 셈이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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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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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로 잘 알려진 미국작가 이디스 워튼의 단편소설집이다. 워튼은 여자로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자신이 상류층 출신이어서 그런지 뉴욕의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많이 발표했다. 이 단편소설집에서도 그녀의 그런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 4편이 실려있는데ㅡ 헛된 기대/ 노처녀/ 불꽃/ 새해 첫날 ㅡ 그 중에 인상깊었던 작품 노처녀. 아마 제목만으로도 독자들 특히 여성독자들의 시선과 흥미를 끌었을 법하다. 이름있는 가문 출신인 델리아는 연인을 저버리고 부유한 가문의 남자와 결혼해서 안락하고 유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여의치못한 사촌동생 샬롯은 델리아 남편의 친척인 청년과 약혼중이지만 실은 델리아의 옛 연인과의 사이에서 몰래 딸을 낳았었다. 샬롯의 고백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된 델리아는 샬롯의 병을 핑계로 두 사람이 파혼하도록한 뒤 샬롯의 딸 티나를 보살피고 나중에 남편이 사망한 뒤에는 샬롯까지 받아들여 함께 산다. 샬롯의 딸이면서도 델리아를 모친처럼 따르며 자란 티나, 티나에게 이모 역할을 하면서 깐깐한 노처녀로 변해버린 샬롯, 티나에게 묘한 애정을 느끼게 되는 델리아. 이 세 여인의 관계, 특히 티나를 사이에 두고 델리아와 샬롯 간의 미묘한 대립과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이 겪게되는 외면적 내면적 심리변화와 감정의 진폭이 그려져있는데 표면적으로는 얼크러져있는 그들의 관계요 내부적으로는 인간 내면의 심연에 도사리고있는 그 알 길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깊고 복잡한 감정이다. 평범하고 둔한 일반인과는 달리 예술가인 작가는 남달리 날카롭고 예민한 촉수를 지니고있기 마련인데 그들이 자신의 더듬이로 감지해낸 것들은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반인은 설령 안다고해도 이를 표현해내기 어렵지만 예술가인 작가들은 언어의 힘을 빌려 인생의 비의와 인간 내면의 모순을 그려내는 데 능하다. 작가로서 이디스 워튼의 수준과 솜씨를 이 단편소설에서도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다. 더구나 여기에 더해서 줄거리에 살을 붙인 것이 현실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개인적 사회적 위선과 허위, 정신적 때로는 물질적 욕구, 이기심, 타산..이런 요소와 어우러져있는데 특히 도입부 부분에서나 때로는 중간중간 드러나는 신랄한 묘사가 쓴웃음을 머금게한다. 표면적으로 이 단편의 제목은 노처녀고 샬롯이 주인공인 것 같다. 하지만 유부녀인 델리아의 충족되지못한 욕망과 환상은, 그래서 티나를 통해 대리만족을 추구하고 티나에게 젊은 날의 자신을 투영하는 델리아는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가? 

아쉬운 점은 단편이어서 등장인물의 심리 추이나 변동, 대립의 개연성이 충분히 설명되지못한 점이다. 특히 티나의 심리는 거의 그려져있지않은데 아마 장편이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마지막은 델리아가 티나에게 당부하는 말로 끝나는데 그야말로 전형적인 단편소설다운 여운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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