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수집가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윤시안 옮김 / 리드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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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수집가'의 정체는 무엇인지, 나이는, 이름은, 그 무엇도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밀실 살인이 벌어지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사건을 해결한다고 알려진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책에는 다섯 번의 다양한 밀실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살해되고,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집으로 들어간 소년과 소녀가 살해되고,

죽은 자가 자신의 집에서 추락하고, 범인 스스로 밀실을 만들기도 했으며 두 사람만 있던 공간에서 살인이 벌어진다.

다섯 번의 살인의 공통점은 밀폐된 공간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즉 '불가능한 범죄'가 일어난 것이다.

범인이 들어온 흔적이 없고 문은 모두 안으로 잠겨 있기에 닫힌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목격자와 형사들이 총동원되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지만 수사는 방향을 잃고 혼란 속에 빠져든다.

도무지 풀지 못하는 밀실 사건이 발생하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는 전설 속의 인물 '밀실수집가'

그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듣고 혹은 경찰의 사건 수사 진행사항을 들은 후

등장인물은 물론 독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사건을 풀어 나간다.

같은 사건을 대하면서도 사건의 내용만을 듣고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범인의 심리를 추측하고

추리하며 논리적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기존의 추리소설과 미스터리 소설과는 다르게

잘 짜인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방식이 흥미로운 소설이다.

또한 다섯 편의 단편이 시대가 변함에 따라 주변 환경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는 점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수수께끼의 답이 하나가 아니고 얽힌 매듭을 풀어나감에 따라

밝혀지는 범인의 윤곽을 찾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밀실수집가'와 같은 프로파일러가 존재한다면 범죄 없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며

미스터리한 밀실수집가의 정체 또한 누구인지 궁금하기에

다음 밀실 편을 기대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초저녁 어스름이 깔린 데라마치 거리에는 인적이 없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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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미치도록 걷다 - 방랑작가 박인식의 부처의 길 순례
박인식 지음 / 생각정거장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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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작가 박인식님은 육십을 앞둔 어느 날

지난 삶의 길 내내 지녀온 나침반이 고장 나 있다는 걸 깨닫고 걸어야겠다고 결심한 후 부처가 태어난 데서부터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부처의 길을 따라

100일 동안 1500킬로미터를 걸었다고 합니다.

네팔 룸비니에서 시작하여 이어지는 '부처의 길'을 오직 두 발로 따라 걷는 동안 그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담은 책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이 문명의 길이라면

네팔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부처의 길'은 여전히 흙먼지가 날리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 현대화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의, 식, 주 그 어느 하나도 만족스럽지 못한 곳이랍니다.

작가는 그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을 모두 기록합니다.

집에서 기르는 가축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사람들,

코뿔소에 받쳐 죽음을 맞이해도 다른 목숨 하나 구했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며 코뿔소를 기다리는 사람들,

'부처의 발자취가 어찌 이 마을에 있소?라고 묻자 '나는 늦잠을 자느라고 그를 보지 못해 잘 모르겠소.'라고 대답하는 사람,

처음 만난 외국인을 위해 잠자리를 서로 제공하려 하고 유미죽까지 끓여 주는 사람들,

갠지스 강에 줄 선 태워질 시신들, 여자들은 접근금지, 남자들만이 장례의식을 치르는 사람들~~

작가는 부처의 길에서 만난 네팔의 오지 마을 사람들, 인도의 불가촉천민들과의 만남으로 도시 사람이 잃어버리고 가질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그들은 가진 것을 발견합니다.

그들을 통해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생각하며 부처에서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인연의 끈을 떠올리고, 어린 시절 함께한 동무들과의 추억 부모님 등 가까운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하지요.

열반을 위해 고향 카피라바스투로 향하던 부처의 마음을 느끼며 '부처의 길 순례'를 마무리합니다.

부처가 대중 속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면

작가 역시 100일 동안 걸으면서 만난 사람들이 그에게는 부처 즉 '생불'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인 '나에게 미치도록 걷고자 했으나 너에게 미치도록 걷게 된 발걸음'을 되풀이하며 긴 여운을 남기는 책입니다.

바쁜 일상에 지쳐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고 싶은 사람,

걷기를 통해 무언가를 알아가고 싶은 사람,

불교를 처음 접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라면 좋은 길잡이가 되는 책이기에 추천합니다.



***

몸은 걷는 것!

마음은 걸으며 내디딘 발을 받쳐주는 땅의 탄력!

영혼은 걸을 때마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

그 몸과 마음과 혼을 하나로 섞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걷는다.(p46)



***

걸음은 끝나도 길은 끝나지 않았다.

길은 영원했다.

길은 불멸을 기약했다.

길은 자유였다.

그런데 '그'는? (p364)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부처가 죽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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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피는 병원, 아즈사가와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최주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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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나쓰카와 소스케는 나가노현에 있는 병원에서 지역 의료에 종사하고 있기에 병원에서의 생생한 의료 현장을 사실적으로 그렸으며 현재 처한 고령 의료의 현실을 냉기 가득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병원 응급실의 모습에 따뜻함을 더해 감동을 준다.

📕📙

일본의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규모가 크지 않은 아즈사가와 병원,

규모는 작기에 환자와 의료진들은 친밀함을 유지하는 듯하지만 고령의 환자들을 매일 대하는 의료진들은 환자를 대하는 각각의 다른 신념으로 의견이 분분하고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난다.

그곳에는 환자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불합리한 것에 참지 못하는 3년 차 간호사 미코토와

꽃집 아들이면서 1년 차 수련의인 가쓰라,

그는 서툴고 어렵지만 환자를 위하는 길이 무엇이 우선인지 늘 고민하며

지도의들의 의견에 대립하기도 하며 그 가르침을 끊임없이 생각하며 자신만의 신념을 만들어 간다.

이렇게 두 사람을 중심으로 병원의 이야기는 진행되는데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는 두 사람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착을 보이고

진정으로 사람을 위하는 마음들을

꽃과 연결시켜 보여주므로 따뜻하고 행복한 마음을 전달받을 수 있어

감동과 힐링이 함께 한다.

💬💬💬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병원이기에 의사도 부족하고 또 다른 문제점들을 여러 가지 보여주며

고령 환자의 연명치료와 치료 중단의 문제들을 심각하게 다루기도 한다.

'현재 의료는 '생'이 아니라 '사'와 마주한 한계점이며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어 갑자기 늘어난 고령자들을

어떻게 살리느냐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죽게 할 것이냐가 문제'라는 미시마 지도의의 의견에 현실에서의 심각성이 와닿았다.

모든 사람의 목숨은 소중하기에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야 한다지만

현실에서의 문제점들과 환자 본인의 의지 혹은 단순한 생명 연장에 관하여서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에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누군가와 연결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으며 동시에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다. 지금 야에씨와 아들은 서로를 돌보며 서로에게 돌봄을 받는 것이다. 누군가의 등에 업히는 동시에 누군가를 등에 업고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p296~297)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수로 옆 들길에 자전거를 세운 쓰키오카 미코토는 손그늘을 만들며 실눈을 떴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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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마지막 7일 서사원 일본 소설 4
마쓰사키 마호 지음, 이유라 옮김 / 서사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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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너무도 소중한 사람이 갑자기 내 곁을 떠났을 때

그런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많은 후회로 뒤를 돌아 보게 될 때

다시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그 사람을 살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무쓰키는 어린 시절 병원에서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첫사랑 고키를 사고로 잃게 되고

충격적인 소식에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지내는 어느 날

고키의 이름으로 택배 상자가 도착합니다.

일곱 개의 별사탕이 담긴 병과 짧은 손 편지

하루에 하나씩만 먹고 약속 장소로 오라는

죽은 사람이 보낸 기이한 선물 앞에서 무쓰키는 혼란스러워하지만

별사탕 한 알을 먹은 날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된답니다.

현재의 기억을 지닌 채 과거로 돌아가 고키를 만나게 되는 시간여행...

시간 여행을 통해 무쓰키는 과거의 추억을 되짚으며 전하지 못한 말들을 다정히 건네기도 하지요.

무쓰키는 일곱 개의 사탕이 다 없어지기 전에 과거로 돌아가 고키를 살려 보려고까지 하는데~~

첫사랑의 풋풋함과 애틋함이 눈물겨운 이야기입니다.

고키를 잃고 세상의 색채가 사라져 모든 것이 칙칙하게만 느껴지는 무쓰키

미처 전하지 못한 진심과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

끝내 하지 못한 고백과 이별의 순간들을

시간 여행을 통하여 현실과 기억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마음을 전할 기회를 마련합니다.

남아 있는 사람을 위해 먼저 떠난 사람이 이런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사실에 눈물짓지 않을 수 없네요.

자신이 떠난 후를 걱정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꿋꿋이 살아가도록 길을 마련해 주는 사람,

진실한 사랑의 감동을 예쁜 첫사랑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내 곁의 소중한 사람을 돌아보며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에 담은 따뜻한 말을 건네는 용기를 내게도 해주는 책입니다.








*본 리뷰는 서사원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어느새 한낮이 지났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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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날들
조 앤 비어드 지음, 장현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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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축제'의 의미는 어떤 일을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를 많이 생각하지요. 하지만 '축제'라는 말은 축하와 제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하답니다.

에세이와 소설로 이루어진 총 9편의 단편이 들어 있는 [축제의 날들]은

모두 실화를 기반으로 창작되었다고 하네요.

소설 같은 이야기는 실화였고

에세이 같은 이야기는 소설 같은 느낌이 드는 이 책은

삶에서 바라보는 고통과 죽음을 다루기에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반려견의 죽음, 화재 현장에서 반려묘를 잃고 혼자만 살아남은 남자,

말기암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떠날 날을 결정하는 사람,

임종을 앞둔 친구와의 여행 기억 그리고 남편의 배신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

폭력을 견뎌온 여성이 폭력을 휘두르는 트라우마 등

9편의 이야기는 현실, 회상, 상상, 추억의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책을 읽으며 과거인지 현재인지 상상인지 실제인지 생각이 조금은 얽히기도 했지만

꿈처럼 아름답고 무서운 고통들이 섬세하게 진행되기에

담담하지만 강력한 야릇한 감정이 드는 책이기도 하네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행복과 기쁨도 옆에 있겠지만

질병, 재난, 상실, 폭력, 배신 그리고 최후의 죽음까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것들을 마주하지 않을 수 없음을 실감하며

좋은 삶과 죽음, 사랑과 우정, 반려 동 · 식물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알고,

진정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어떤 방식으로 충만하게 보내야만

소멸되는 그날까지 축제의 날은 이어질 것인지를 생각해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식사 중, 아니면 식사 직후였던가.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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