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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미치도록 걷다 - 방랑작가 박인식의 부처의 길 순례
박인식 지음 / 생각정거장 / 2025년 9월
평점 :
방랑작가 박인식님은 육십을 앞둔 어느 날
지난 삶의 길 내내 지녀온 나침반이 고장 나 있다는 걸 깨닫고 걸어야겠다고 결심한 후 부처가 태어난 데서부터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부처의 길을 따라
100일 동안 1500킬로미터를 걸었다고 합니다.
네팔 룸비니에서 시작하여 이어지는 '부처의 길'을 오직 두 발로 따라 걷는 동안 그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담은 책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이 문명의 길이라면
네팔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부처의 길'은 여전히 흙먼지가 날리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 현대화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의, 식, 주 그 어느 하나도 만족스럽지 못한 곳이랍니다.
작가는 그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을 모두 기록합니다.
집에서 기르는 가축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사람들,
코뿔소에 받쳐 죽음을 맞이해도 다른 목숨 하나 구했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며 코뿔소를 기다리는 사람들,
'부처의 발자취가 어찌 이 마을에 있소?라고 묻자 '나는 늦잠을 자느라고 그를 보지 못해 잘 모르겠소.'라고 대답하는 사람,
처음 만난 외국인을 위해 잠자리를 서로 제공하려 하고 유미죽까지 끓여 주는 사람들,
갠지스 강에 줄 선 태워질 시신들, 여자들은 접근금지, 남자들만이 장례의식을 치르는 사람들~~
작가는 부처의 길에서 만난 네팔의 오지 마을 사람들, 인도의 불가촉천민들과의 만남으로 도시 사람이 잃어버리고 가질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그들은 가진 것을 발견합니다.
그들을 통해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생각하며 부처에서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인연의 끈을 떠올리고, 어린 시절 함께한 동무들과의 추억 부모님 등 가까운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하지요.
열반을 위해 고향 카피라바스투로 향하던 부처의 마음을 느끼며 '부처의 길 순례'를 마무리합니다.
부처가 대중 속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면
작가 역시 100일 동안 걸으면서 만난 사람들이 그에게는 부처 즉 '생불'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인 '나에게 미치도록 걷고자 했으나 너에게 미치도록 걷게 된 발걸음'을 되풀이하며 긴 여운을 남기는 책입니다.
바쁜 일상에 지쳐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고 싶은 사람,
걷기를 통해 무언가를 알아가고 싶은 사람,
불교를 처음 접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라면 좋은 길잡이가 되는 책이기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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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걷는 것!
마음은 걸으며 내디딘 발을 받쳐주는 땅의 탄력!
영혼은 걸을 때마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
그 몸과 마음과 혼을 하나로 섞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걷는다.(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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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은 끝나도 길은 끝나지 않았다.
길은 영원했다.
길은 불멸을 기약했다.
길은 자유였다.
그런데 '그'는? (p364)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