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송지성 지음 / 로코코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 이 섬에 딱 20일만 있다가 가라. 날 찾지 않아도 된다. '

절대 돌아오지 않으리라, 이 섬에 배에 모든걸 걸었던 아버지가 보기 싫어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곳.
정윤기는 아버지의 부음으로 10년만에 섬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닷새후엔 이 섬을 나가리라 매몰차게 다짐했지만 , 배를 타지 못하고 섬에 남게 되고, 그 20일 동안의 이야기 입니다.

장례식장에서 마주친 여자.
문상객들 사이에 쟁반을 들고 나르는 여자. 상주인 저보다도 슬퍼 보이는 여자를 마주쳐요.
상주가 모르는 조용한 여자, 어쩐지 이 섬 만큼이나 우울해 보이는여자. 주제넘고 말 많은 윤애희.
이여자는 왜 우는 걸까? 왜 여자의 처연한 눈물에 동요되고 전염이 되는걸까. 왜 애희에게 위안을 받는 걸까...

언젠가 어느 블로거의 작가님 전작 <우연과인연>에 대한 짧은 감상을 본 적이 있어요.
에세이같은 담담한 문체가 매력적이라는 리뷰였는데요. 그래서 신작소식에 반갑더라구요.

정말 수필같은 담담한 문장이네요. 담담을 넘어 덤덤한 문장이라 일반소설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면에서는 취향을 많이 탈 것 같고, 대중적일 순 없겠다...싶네요~?
작가님이 이러저러 경험을 많이 한건지, 책을 통해 깊은 간접경험을 많이 한건지 문장에서 깊은 장 맛 같은 느낌이 났어요.
엄청 덤덤한데 그 속에 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뜨거운 휴머니즘이나 애증같은 걸 느꼈거든요.
오랜 세월이 지나 느낄수 있을 법한 인생의 회한이라던가, 쓴 맛이라던가. 하는 느낌 말이죠. 아직은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남여간의 사랑이 있긴 있었나... ? 싶을정도로 푸석푸석한(?) 글입니다.
글쎄요...남여간의 사랑보다는 고인이 되신 아버지와 아들의 회한같은 이야기,
그리고 애희와 윤기를 통해 바라보는, 사람이 사람으로 치유받는 이야기. 그런 휴머니즘이 강했던 글이였어요.

아, 글이 거의 100% 사투리로 진행이 되서 중간중간 이해가 잘 안갔는데요,
대충 뭔 뉘앙스 인지는 알아챘지만 특유의 느낌을 이해하기엔 사투리를 정확히 몰라서 좀 답답한 마음이 들었어요.
특히, 어른들 사투리는 더 못 알아 듣겠더라구요. ' 이 노무 손 ' 이러는데 뭔 말이지? 한참 생각을..ㅎㅎ
책을 육성으로 따라해 읽기는 중고딩때 수업시간 이후론 처음 인 것 같아요~!  O.O

문득, 오래전에 읽었던 진양님 <메이드인아일랜드>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이 글에 비하면 진양님 글은 엄청 로맨스에 충실했던 글이였구나.... 싶기도 했네요. ㅎㅎ
구구절절 사연을 얘기하기 보담은 그냥 짐작하고 유추하는 글이예요.
곪은 상처를 터뜨려 아물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상처를 덮고 엷게 만드는것도 한 방법이구나..하는 그런 글이랄까요..?
그러니 뭔가 딱부러진 글을 원하시는분이라면 아마 취향과는 거리가 멀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후반부 가면서는 정윤기 이 남자의 박력미와 로맨티즘이 나와서 은근 놀랐어요~!
섬을 떠난 후 사투리 쓰지 않겠다 다짐했던 남자인데, 중간에 봉인해제~~!!

" 그것만 말해라. 쓸데없이 고해성사 하지 말고.
  내가 좋나, 안 좋나. "


정윤기씨. 확실히 이 남자도 경상도 싸나이 라는거죠?!!ㅎㅎ
암튼, 정말 수필같이 담담한 문장이예요. 가만히 상처를 어루만지며 감싸안는 글이라 꽤 인상적이였어요.
달달함이나 격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기에, 로맨스로 환영받기엔 힘들것 같지만,
다음 작품도 기대를 해 보게 되네요~ 그땐 좀만 덜 푸석푸석해도 좋을 듯 합니다.
조금 더 밝은 색도 보고 싶네요. 충분히 밝아질 수 있는 단서들을 분명 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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