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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획자들 - 불가능한 시장을 만들어낸 사람들
서영교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전쟁기획자들 – 서영교 / 글항아리
어쩌면 지금 우리 현실도 가려진 이권 싸움 속에 휘말리고 있는지 모른다.
22년간 전쟁을 지속했던 광개토대왕. “그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어떻게 전비를 마련할 수 있었을까” 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이 책은 집필되었다. 하지만 이 책, 전쟁기획자들은 지나간 역사 속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들춰가면서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시카고 폭력조직 두목 알카포네. 술과 도박, 매춘과 마약 등 언제나 (금지된) 법에서 악은 배태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서를 보더라도 금단의 사과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유혹과 원죄로 이어지고 사건들이 있지 않았던가. 돈과 관련된 이권 싸움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에도 진행 중 이다. 사람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주색잡기 관련 사업은 불황이 없어서 큰 돈벌이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돈벌이가 되는 가장 큰 사업은 바로 전쟁이었다.
적으로써 적을 물리친다는 뜻에 이이제이(以夷制夷) 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교전중인 상대국에서 전쟁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어불성설의 경우를 보게 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영국과 전쟁 중인 탈레반이 바로 그 경우다. 전쟁비용을 원조 받기 힘든 그들은 세계 아편의 90%를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가장 큰 고객은 거대한 마약 시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 이라는 것이다. 탈레반은 아편을 헤로인으로 정제해 미국과 유럽에 판매하여 전비를 마련한다. 웃기지 않는가? 전쟁중인 두 나라가 서로의 이권으로 인해 총을 겨누면서도 웃고 있는 형국이라니.
아직도 반환 받지 못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1993년 한국 고속철도 공사 수주를 둘러싼 프랑스 미테랑과의 일화는 여지없는 그 한 예이다.
전쟁을 배태할 만큼 강력한 시장이 있는 곳이면 크고 작은 전쟁의 조건은 성립된다. 우리나라 축산업을 뒤흔들었던 사료값 폭등과 미국산 쇠고기 반입은 보이지 않는 창 끝을 겨누고 덤벼드는 전쟁이었다.
사료값 상승으로 인한 한우 값 폭등. 그 후에 저가 수입 소고기를 유통시키면서 우리나라 축산업을 붕괴시킨 후 수입 소 값 폭등으로 이어지는 수순. 어떤 협상과 전략으로 방어?해 나갈지 걱정이 앞선다.
걱정이 ‘두고 보자’ 라는 감정보다 앞서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가 협상 능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인수설이 나도는 동안 중국 화공 집단에 알짜배기 정보를 고스란히 넘겨준 일이 있었다. 중국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들을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죄다 빼먹은 후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요즘 전쟁이란 “시장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 인데 대규모 내수시장을 보유한 그들에게 옥석 같은 노하우를 뺏기고 말았으니 뒤 따라오는 일이야 쉽지 않겠는가.
이 책은 전쟁이 배태되는 이유를 알게 함과 동시에 역사 속 인물과 현재의 인물을 비교함으로써 교훈을 주고 있다.
장수왕과 삼성 이건희 회장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활로 개척사, 대우 김우중과 의자왕에 무리한 영토 확장 폐인의 예. 로버트 김과 우로 부인 사건을 통해 이기적이고 폐쇄적이었던 우리의 과거사를 보게 된다.
당 진출을 꿈꿨던 신라인 설계두와 경찰 공무원이 되길 바랬던 이라크 전사자 23세 김정진 씨, 애석한 그들의 결말이 어두웠던 시대에 한 개인의 쓸쓸한 일화로 남지 않길 바란다.
오히려 대공항에 활로를 찾아야만 했던 일본이 만주를 시작으로 미국과 영국, 러시아를 차례로 혼내 주었던 때. 오만 방자 했던 영국 거함 웨일스호를 침몰시킨 일본의 미쓰비시 제로기처럼 빠른 수용과 적응, 반복되는 시행착오가 없도록 자신을 개발시키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외에 신라와 고구려, 일본 금관가야에 철을 둘러싼 전쟁. 한국에도 탈레반 손길이 미쳤다는 이야기. 한국이 방위산업 세계 10위.
미국과 동아시아 사이에 공멸의 두려움, 그것이 ‘금융 공포의 균형’을 이룬다는 것. 미군 철수 문제가 국가 신용도와 연관된다는 이야기는 놀라웠다
세상을 깨금발로 살고 있었나 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나만 모르고 있었던 이야기를 만난 듯 읽는 내내 놀라웠다.
[전쟁기획자들]은 내가 살고 있는 세상, 그 이면을 볼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누군가 이런 류의 책을 알고 있다면 내게 추천해주었으면 한다. 그 만큼 이 책 역시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