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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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소설과 다르게 구분된 청소년소설이나 성장소설의 시작은 가볍지만 읽을수록 깊이 빠져 문제의식에 스며든다. <꼬리와 파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면서 읽게 된 열다섯, 열여섯의 학창시절, 친구들과 학교선생님들, 그리고 믿었던 주변 사람들에게 받게되는 상처들
어리고 약하기 때문에 당당하게 말할 곳이 없고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학생이지만, 철저히 혼자이기에 견딜 수 없는 상처때문에 숨죽이며 아파해야 하는 시간들이 주어진다.
피해자는 더 고통스럽고 가해자는 당당해지는 사회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누구든 듣고 싶던 말, 하고 싶던 말, 만나고 싶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용히 들려오는 소설이다.
우리가 지켜주어야 하고 기다려주어야 할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긴 아이들의 성장이 봄날의 벚꽃처럼 아름답다.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말하고 위로받을 곳이 없어서 방황한다. 안전하게 보호해 주어야 할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과연 얼마나 안전한 사람들이었을까?


소설 속의 무경과 지선, 현정과 미란, 예찬과 종률, 서연이의 사연들이 엮어져 생생한 소설
그들 곁에서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고 진심으로 귀기울여 주는 어른들이 있었고, 함께 나누는 친구들이 있었다.

누구나 겪는 청소년기에 생각은 했지만 말하지 못했던 말,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일방적인 교육, 일관된 행정절차에 어떤 정의는 무시받던 시절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의 학교는, 지금의 사회는, 지금의 어른들은 얼마나 성숙해졌을까?


힘든 싸움을 견디는 사람들의 아픔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지만, 곁을 지키는 사람들과 친구들의 사랑때문에 살아갈 힘을 얻는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지만, 누군가의 목소리 덕분에 사회는 아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친구의 아픔을 자신의 탓으로 여겨 자유롭지 못했던 무경이에게 전해진 지선의 편지는 약자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지선은 자신의 방식대로 일어서고 있었다. 그렇다면 무경이 자신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이겨내야 한다.

열다섯, 열여섯의 나이에 느끼는 삶의 무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기억이기도 하다. 어른의 힘과 압력에 의해 휩쓸려가는 시간에 자신의 목소리를 힘껏 내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되는 사회적 약자의 모습이다.
그런 그들의 곁에 서로가 힘이 되어 용기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힘을 실어주었다.


읽으면서 응원을 하게 되고,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하며 함께 분노하는 시점도 생겼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관행들, 없어져야 할 사회의 어두운 뿌리들을 뽑기 위한 노력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바꾸진 못했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건 아니었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 그냥 없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주변 사람들을 지나갔던 수많은 물리적 정신적인 폭력의 시간이 쌓였다.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했을까
왜 그런 구타를 당해야 했을까
왜 그런 모욕을 겪어야 했을까

잘못은 우리에게 있지 않기에 떳떳해야 하지만 그렇게 살도록 사회는 두지 않는다. 피해자를 색출하고 샅샅이 공개되어 오해려 피해자를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조용해진다. 그 이후에 남겨진 피해자들은 더욱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처벌은 너무도 미약할 뿐이다.

우리가 알면 알수록, 목소리를 내어 힘을 보탤수록 음지에 숨은 사람들이 용기를 낼 수 있다
작은 물결이 파도가 되어 세상의 상처를 덮어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것, 희망을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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