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 가고 있다면
김준 지음 / 부크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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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뿐하게 살아가기 ​
꼭 잘 쓰려고 마음 먹으면 연필심이 부러진다. 먼 산 보듯 조금 더 가벼워 져야지. 애써도 안되는 일은 제쳐두고 어찌할 수 없는 일에는 신경을 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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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았다는 흔적​
좋은 글을 만났을 때 다음에 볼 수 있도록 모서리를 살며시 접어 두듯이, 살아가면서 귀퉁이를 곱접어 둘 수 있는 순간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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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줄도 모르고 지치지는 않았는지,
고마운 사람들에게 관심이 모자라진 않았는지, 내가 나에게 못해 주지는 않았는지, 추억 거리가 될 수 있는 순간들을 바쁘다는 핑계로 멀리 미루지는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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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실 위를 걷는 사람처럼
관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면 자주 다정한 동시에 때로 까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깊이 공감할 줄 알면서도 거절에 능숙한 사람.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조언하는 사람. 자기 색깔을 확고하게 가져가면서도 사회에 잘 스며드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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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수명​
우리는 종종 표현을 감춘다. 어떤 이유로 표현을 유보했건 그 말들은 곧장 무덤으로 간다. 그곳엔 아주 많은 단어들이 잠들어 있다. 모든 말에는 수명이 있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어떤 경우는 그 말을 들을 사람이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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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시인은 전했다.
여행자가 아닌 마치 심부름꾼처럼 우리는 너무 서둘러 지나쳐 왔다고. 후회섞인 그의 태도가 얼마나 소중한지 나는 늦게나마 실감한다. 그리고 이내 결심한다. 매번 혼자여도 새 하루가 붉어지면 거듭거듭 털고 일어서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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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껏 유연해져야겠다.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끄덕여 넘기는 것. 실패는 끝없는 추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한 시절 가녀린 낙화다. 떨어져 떨어져 우리 쌓인 곳에 다시 움트는 초록이 있을 거라고 나는 아주 믿고 있다.


*가벼운 책 속의 글밥들이
봄날의 꽃비처럼 흩날리고 어지러운 마음에 전해지는 말의 다정함.
작은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에세이.
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가고 있지는 않은지
나부터 살펴보자.
오늘도 가뿐하게 살며 내 삶의 흔적들을 남기는 일.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의연히 나를 지키며 사는 일이 때로는 버겁지만 누군가의 심부름꾼이 아닌 내 삶의 주인으로 여유롭고 즐거운 여행을 시작하는 하루, 홀가분하게 거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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