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 The Old Man and the Sea 원서 전문 수록 한정판 새움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바다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살아서인지
그저 바다가 좋아서인지는 모르지만
바다에 대한 알 수 없는 동경과 환상을 늘 갖고 살아왔다. 자주 갈 기회가 없었기에 상상력을 동원하고 나만의 바닷가를 만들어 갔는지도 모르겠다.

<노인과 바다>라는 소설의 바다 역시 나에게는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며 소재였다. 물론, 낚시를 주업으로 하는 어부들이 갖는 <바다>의 의미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불후의 명작 헤밍웨이의 작품<노인과 바다>는 길이도 짧은 편이지만 줄거리 자체도 아주 간단하다.

주인공 산티아고 노인은 84일이나 고기를 못 잡다가 마침내 바다 멀리 나가서 굉장히 큰 청새치 한마리를 낚는다. 그는 이틀 낮과 밤을 꼬박 물고기와 싸운 끝에 길이가 5.5미터 가까이 되고 무게가 700킬로그램 가량 되는 엄청나게 큰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배 옆에 물고기를 매달고 돌아오던 중 상어들의 연이은 공격을 받아 물고기는 뼈와 머리만 앙상하게 남았을 뿐이다. 노인은 결국 상어들에게 물고기의 살점을 내어주고 빈손과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깊은 잠에 빠져든다.​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고 생각보다 커다란 물고기 덕분에 행복한 밤과 낮을 버틴다. 노인의 경험에서 온 노련함과 노장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것은 잠시였을 뿐이다.

커다란 물고기 청새치에 끌려가며 먼 바다에서 고통을 견디는 과정, 이윽고 얻은 성공에도 아랑곳없이 배 옆에 매달고 돌아오는 길에 상어들의 공격으로 맥없이 물고기의 살점을 내어줄 수 밖에 없다.

별다른 사건도 없고, 등장인물 역시 초반과 마지막에 소년이 잠시 나오는 것 외에는 노인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노인이 배 위에서 하는 생각과 독백 혹은 혼자하는 말들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단순한 줄거리와 다소 밋밋한 구성의 <노인과 바다>는 작가 헤밍웨이가 겪은 경험을 토대로 한 소설로서 노인의 작은 독백 속에 깃든 인간미와 인생관으로 잔잔한 감동이 스민다.

복잡한 감정이나 심리 묘사도 없이 사실적인 문장으로만 전달하는 형식이 오히려 이야기를 명쾌하게 이끌어간다. 나머지는 고스란히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바다로 나갔지만 84일동안 물고기를 허탕친
주인공 산티아고는 불운에 이른 상황에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이고 도전하는 자세로 다음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고기를 잡으러 나간다. 또한 자신의 경험과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으며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꼬박 이틀 밤낮에 걸쳐 고통스러운 사투를 벌이지만 인내와 용기와 그동안의 경험들로 물고기를 잡는데 그치지 않고 몰아치는 상어들의 공격에도 끝까지 싸운다.

커다란 물고기가 점점 상어들의 밥이 되어 사라질 때 얼마나 허망했을까? 노인 산티아고는 집으로 가는 배의 무게가 가벼워졌다고 지친 자신을 위로한다.
이런 삶의 태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진정한 삶의 승자에게서 풍기는 여유로움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
사람들의 눈에는 큰 물고기의 실체가 보이지 않아 불운이나 실패로 보일지 모르지만 노인은 그조차 담담히 받아들이고 평안하다.

낚시하며 죽여야하는 청새치와 상어들에 대해서도 노인은 자연의 생존법칙 안에서 서로 죽이고 공격하도록 창조되었지만 나름대로 존재 이유와 가치를 두고 모든 것을 친구와 형제로 바라보는 장면들도 꽤 인상적이다.

홀로 외로운 삶 속에서 소박한 것에서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한 인간의 모습도 나타난다. 혼자임을 느끼고 힘이 부족할 때마다 소년을 그리워하며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아쉬워하는 마음도 담겨있다.

힘들게 잡은 물고기가 상어들의 밥이 되어 사라지는 상황조차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텅빈 배로 돌아와 잠이 드는 노인의 모습은 인생의 달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전 삶의 고수가 되고 싶다는 글을 썼는데 아런 삶의 태도가 바로 인생의 고수가 되는 것이 아닐까.
패배를 인정하고 결코 용기를 잃지 않으며 힘든 일에도 용기와 의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나이를 핑계로 게을러지고 나약해지는 것들을 말끔하게 지워준다.

자연과 인생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과정을 즐기는 노인의 모습이 참으로 인간적인, 그래서 담담하면서도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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