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와 108유희
일취 지음 / 코치커뮤니케이션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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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책을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는 드물었다. 지금이야 자유로운 종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모태신앙이라는 그늘 아래 기독교의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환경이 지배적이었다. 폐쇄적인 종교관에서 벗어나 성경이 아닌 다른 책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더욱 풍성해지는 요즘이다.

막연히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한문이 어렵고 번역을 해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전문용어가 많아서 공부를 해야할 것 같은 선입견도 있었다.

이 책은 108편의 경문을 한편 한편을 시와 에세이처럼 잔잔하게 풀어서 이해하기 쉽게 해설을 해주셨다. 더구나 산 속의 여러가지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아서 마음과 눈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친절한 설명 덕분에 어렵지 않게 부처님의 말씀과 가르침에 귀기울가며 며칠 동안 잔잔하게 읽어내리며 마음의 평안을 느꼈다. 올 한해 다사다난하고 마음이 시끄럽게 요동쳐서 여러가지로 정리가 필요했는데 고요한 말씀으로 심오함과 비움의 가벼움 등의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신 책으로 위안을 받았다.

"이대로 살 것인가

향을 쌌던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묶었던 새끼줄에서는 비린내가 나는 것처럼
본래는 깨끗하지만 차츰 물들어 친해지면서
본인이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불설 비유경>

사랑의 실천
사랑하는 대상은 설사 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모두 평등하다.
사랑에는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본생경>

부처님의 말씀은 큰 배를 운항하는 사공과 같아서
그 말씀을 잘 지키고 잘 따르면 삶의 고통을 잘 견딘다고 한다. 스님들은 그런 말씀을 항상 맑은 물로 닦아내고 씻어내며 꺠끗한 마음으로 수행하므로 인생의 길잡이를 삼아내고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세상을 홀로 살아가지 못한다.
좋은 친구와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 올바른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스승과 사공같은 길잡이가 필요하다.
어떤 이는 책에서, 어떤 이는 종교에서
또 어떤이는 사람으로 힘을 얻으며 살아간다.

살다보니, 많은 친구도 필요치않고 곁에 있어서 서로가 소중한 존재로서 외로울때나 슬플 때, 즐거울 때 함께 인생을 이야기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족하다. 한명도 좋고 두 명도 좋다.
한해를 뒤돌아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친구와 진실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있는지 살펴볼 때이다.

그러면서, 이전과 달리 누가 내 곁에 있기를 바라기 보다는 내가 먼저 아낌없이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발전한 내 모습을 만나는 것 같아 스스로 위안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의 소중함이 더 커진다.

"진실한 친구
친구 간에 네 가지 품격이 있는데
첫째는, 꽃과 같은 친구
둘째, 저울과 같은 친구
셋째, 산과 같은 친구
넷째, 대지와 같은 친구이다.
<불설패경초>


사람관계와 더불어 생각하는 것이 말과 글에 대한 공해이다. 너무 많은 글들이 올라오는 시대에 살면서 하고 싶은 말들이 넘쳐나고 있는 반면에 들어주는 사람은 적다. 좋은 말도 지나치면 해가 되는데 하물며 한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수많은 글들과 비수에 꽂히는 말들이 있다.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항상 조심스럽게 나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가르침을 준다. 말과 글을 내뱉기 전에 남에게 독이 될 만한 것들은 걸러내며 한마디의 말이라도 사람을 살리는 말과 글을 쓰고 싶다.


"말의 공해

자기가 내뱉은 말이 자신을 번민하게 만들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으면
그 말은 좋은 말이요,
또한 그 말을 듣는 사람이 기쁘고 즐거우면 유쾌한 말이다. 항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선에서 유쾌한 말을 하라.
<잡아함경>

자기 마음을 다스리며 가장 소중한 나를 발견하고, 탐욕에서 오는 번민을 내려놓고 좋은 씨앗을 뿌려놓고 바람처럼 살며 잠시 머물다 가는 세상에 욕심버리는 대신 좋은 마음을 챙기고 살아가려는 스님의 말씀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산사에서 함께 기도를 하는 마음이 든다.
번민을 고요하게 잠재우고 싶을 때 책장에서 종종 꺼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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