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받는 물체만이 색깔을 가진다. 서점의 빛은 독자들의 발걸음이 만들어준다. 독자들의 다정한 입소문도 서점의 빛이 되어준다.p30」동네서점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잠시나마 추억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시간을 허락해 준 에세이다. 동네 서점에서 책냄새를 맡으며 책을 고르던 시절의 낭만을 잃고 사는 시대, 인터넷 주문을 하고 집에서 책을 받아본다. 내가 읽고 싶어서 사려는 책뿐 아니라 그 옆에 꽂힌 책까지 기웃거리며 고르는 재미도 사라져간다. 올해 동네책방 투어를 빌미삼아 여행을 하고 싶었던 소망이 다시 스멀거리며 올라온다. 동네 책방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전에 가까운 곳부터 둘러보고 나의 올해 소망을 실천해 보아야겠다.군산에는 녹두서점으로 시작해 한길문고로 이름을 바꾼 상점 이상의 그 무엇으로 여기는 사랑받는 서점이 있다. 모두가 나서서 지켜주는 서점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꽤나 흥미롭다.「저마다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분야가 있다. 어떤 사람은 식당에 가서 혼자 밥을 먹는게 힘들다. 보고 싶은 영화를 상영해도 혼자서는 극장에 가지 못한다. 상점에 들어가서 혼자 옷을 고르는 걸 주저하고, 여기 아닌 다른 데로 혼자 떠나는 건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없다.--p58」내가 혼자서 하기 어려운 일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혼자서 하는 일을 워낙 좋아하는 터에 그다지 혼자서 못할 일이 없었다. 좋은 영화가 있으면 영화도 혼자보고, 배고프면 어쩔 수없이 혼자 식당에도 들어가고, 산책도 혼자 쇼핑도 혼자가 익숙했다. 혼자 먹는 밥은 제일 하기 싫은 일이고, 혼자 나서기 두려운 일은 여행이다. 아마도 길치에 방향치라서 낯선 곳에 가는 것이 막막하고 자주 떠나보지 않아서 호기심과 두려움이 함께 공존하는 것 같다. 홀로 떠나는 여행도 언젠가는 꼭 도전해 보고 싶다.사람이 하는 일 중에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용기를 갖고 도전하는 마음과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독서도 그렇다.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으려고 하면 다른 할 일이 끼어든다. 완독하는 것이 어렵던 아이 키우던 시절에는 짤막한 에세이나 시집을 한 편씩 읽었다. 긴 호흡의 소설 속에 빠지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던 시간도 있었기에 독서 시간이 간절했는 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무 것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땐 설거지도 쌓아두고 책 읽는 행위에 사로잡힐 때가 행복하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해서 읽다가 현실에 돌아와서 아직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헛웃음을 지으며 현실을 부정하기도 한다. 잠을 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책읽는 것이 좋았던 시간이 아직 내게 남아있다.군산의 한길문고에서 상주작가로 일하며 글을 쓰는 배지영 작가가 그동안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잔잔하게 풀어놓은 에세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책을 가까이하고 글을 쓰고 작가와 만나는 일상들을 소소한 재미와 함께 읽으며 동네책방이 사랑방처럼 화기애애한 모습을 상상해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