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간 스파이
이은소 지음 / 새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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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억제 훈련으로 단련된 북한 최정예 간첩이 중학교 2학년의 선생이 되어 잠입한다. 소설의 소개만 읽고 최정예 요원이라고 해서 당연히 남자 주인공인 줄 알았다.
역시나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었다.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아이리스>의 김소연이나
<사랑의 불시착>의 현빈,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등이 떠올랐다.

아이들과 생활하며 선생으로서 언니같이 아이들을 돌보게 되면서 훈련받아왔던 감정들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공화국 최고 혁명 전사에게 감독은 독이다..라고 되뇌이며 학교 생활을 해 나가며 임무를 수행하지만 규칙도 예의도 본분도 협동도 모르는 학생, 민원 발생 예방이 제일 목적인 듯한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환멸을 그대로 드러낸다.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어도 좋을 만큼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나 친구 문제가 주를 이루기도 한다. 분단의 아픔과 평생을 지배했던 사상과 신념의 문제에 직면하는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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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만 생각하며 하루빨리 임무를 완수하고 감옥같은 학교를 떠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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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조선은 분명 게습사회이다. 조상의 토대에 따라 계급이 정해진다. 아주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계습 상승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북조선 아이들은 처음부터 포기할 건 포기한다. 하지만 남한은 다르다고 들었다. 공부만 잘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고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고 군인도 간부도 될 수 있다고 했다.
남한은 부모의 자산 여부에 따라 계습이 나뉜다. 자본주의가 결국 계습을 나누고, 아이들을 박탈감에 찌들게 하고 , 고은지처럼 SNS에서 가짜 인생을 사는 가짜 인간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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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돈이 넘쳐나서 병드는 아이들. 사회에 돈이 없어서 병드는 아이들. 둘 다 희망은 없다. 모두 불행하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생각을 멈춘다. 나도 모르게 자본주의에 스며들어 사상도 정신도 병들어가게 둘 순 없다. 정신을 차린다. 항상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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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좀 편해질 때가 있는데 교감이 출장을 갔을 때이다. 그때는 모여서 차도 마시고 대회도 나누곤 한다. 남한의 교감은 우리 조선의 부교장이자 당 세포 비서인 셈이다.
남한이 자유주주의 국가라지만 직장생활은 자유롭지 못하다. 근무시간 동안은 모두 철자에 갇힌 새 같다. 어쩌면 이 철창에서 제일 자유로운 사람은 나일지도 모르겠다.
남한 인민은 우리더러 수령의 노예. 당의 노예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진짜 노예는 이들이다. 이들은 자본의 노예이다. 남한에서는 욕심 없는 삶이 가장 자유롭다.


학교생활과 남북한의 사상문제, 깊은 관계는 아니지만 애정으로 대하는 남자과 여자. 그리고 남과 북. 댜립과 배신. 희생과 정의 등..
이런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우리는 과연 이념의 통일이 가능할 지 의구심이 생긴다.
알지 못하는 사람의 속마음, 그리고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북한에서도 들리는 아름다운 시인에 얽힌 개인사가 묵직해서 결코 가벼운 소설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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