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1 대한민국 스토리DNA 27
김진명 지음 / 새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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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김진명

책을 읽으면서 머릿 속을 들락거렸던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역사의식이 부족하고 표출하는 것조차 억압당하던 시절에 이렇게 당당하고 멋진 이야기를 써냈다는 것에 이미 감명을 받았다. 언제나 새움 출판사는 기대 이상의 책으로 감동을 준다. 김진명 작가의 30년 전 첫 장편소설을 양장본 두 권으로 재출간했다. 읽는 재미외 깨닫는 기쁨을 함께 한다는 다짐으로 대한민국 스토리DNA라는 구성으로 문학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김진명 작가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아직도 읽지 못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새움 서포터즈 덕분에 얻은 좋은 기회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을 오롯이 마주하며 자신을 면면히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을 읽고 가슴이 요동친다. 현실인지 픽션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첨예한 정치적인 그의 필력은 우리 역사속에서 대립하고 은밀하게 거래하는 세계의 정보 전쟁에 가까운 듯 쉽지않은 갈등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여전히 한반도의 정세와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상황은 지금이나 그때나 변한 것이 없는 듯하면서도 급박하게 변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없이 오히려 가상의 소설의 세계보다 더 예측하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이 책에서 굵직하게 던지고 있는 내용은 결국 평화로운 통일로 가기 위한 노력과 그 이후에 북한을 어떻게 할 것이냐하는 것이다. 또한 언제까지 미국의 등에 기대어 정치적인 세력을 보장받지 못하고 살것이며, 우리 민족만의 중요한 생각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과 하나라는 사실을 잊고 불필요한 관계를 청산하고 우리만 잘 살고 싶은 이기적인 생각이 팽배해져 있는 세대이다. 오히려 통일이 되는 것을 꺼리고 세계 강국과의 충돌이나 외교적 불화를 두려워하는 안타까운 나라에 살고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작은 일에도 나라를 생각하며 내재된 통일에 대한 염원을 불태웠던 기억이 언제인지 가물거릴 정도로 잊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중요한 한반도의 정세에 대해 역사적 정치적 가치를 생각할 틈도 없이 하루하루 나의 삶에 지쳐 살아온 것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인생이란 상식적으로 즐기고 사는 거예요"
"인생이란, 상식적으로 지키고 살아야 할 것도 약간은 있는 법이지"
순범의 독백이 조명등 빛 사이에서 어지럽게 흩어졌다.」

「개인이든 국가든 힘을 가지려고 노력해야만 하고 이러한 노력만이 장기적인 안전의 기틀이 되는 것은 역사의 정한 이치이다. 지난 날의 역사 속에서도 같은 나라 혹은 민족이면서도 갈라져 있었던 경우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다시금 결합하여 강성해지는 국가는 비록 갈라져 있을 때라 하더라도 당장 눈앞의 상호 위협과 안전보장에 급급하여 주변의 강대국과 제휴하여 같은 민족에게 대응하는 경우는 없었다.」

「순범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말할 수 없는 울분이 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런 천재가 우리 땅에서 외국의 앞잡이들 손에 목숨을 잃도록 수수방관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는 미약한 민족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 그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면 우리는 무엇을 하면서 살아오고 있었던 것인가?」

정치적 음모 속에 희생당해야 했던 황망한 죽음이 얼마나 많았을지 참담한 자괴감이 느끼는 경우를 나도 역사책을 읽다가 대면한 적이 있다. 정조대왕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쓴 김훈 작가의 <흑산>을 시작으로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로 이어지는 역사책을 읽고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정치적 논란과 무능한 조정은 왕의 목숨도, 충신과 천재들의 목숨도 지켜주지 못했다. 정조가 더 오래 살아서 정약용의 형제들과 손을 잡고 계획대로 정치를 했었다면 어땠을까? 정치적 당파싸움으로 제대로 정치적 꿈을 펼치지 못하고 사라진 정조대왕의 역사를 마주할 때마다 이루말할 수 없는 참담함과 회의가 일어나곤 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았던 천재 물리학자 이용후 박사와 대통령의 긴밀한 핵발명에 관련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거대한 음모와 배후에 포진한 검은 세력 뒤엔 강대국과 손을 잡은 국가 정보기관이 있었고 그 하수인의 죽음을 캐던 권순범 형사 주변의 이야기들이 지루할 틈없이 긴박함을 더해간다.

힘이 없는 민족이기에 속에서 솟아나는 울분을 참기만 했고, 평화를 원하는 민족이지만 분명히 죄를 지은 상대에게는 죗값을 당당히 치르라고 요구하지 못했다. 죄지은 자들은 용서를 구하고 그에 합당한 일을 하도록 했어야 마땅하다. 숨겨서 되는 일이 아니었고 같은 민족의 아픔을 함께 나눠야 하는 일이었다. 힘이 없이 당했던 것은 민족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힘든 역사이다.

나의 경우에도 개인적으로 억울하고 힘든 일을 당했을 때 쉽게 용서를 했더니 다른 곳에서 불안감을 조성하고 다니는 일을 보았다. 쉽게 용서해주는 것이 착하고 평화로운 처사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미치자 후회가 일어났다. 좀 더 강하게 사과를 요구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여러 사람들의 고통을 보고서야 뒤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조국이란 뭐고 민족이란 또 뭐에요? 그런 걸 들먹이는 사람들은 언제나 바보들이죠. 세상에 그런 것들은 없는 거예요. 그런 것은 한때의 기분이고 환상이에요. 아버지는 있지도 않은 조국과 있지도 않은 민족의 환영에 사로잡혀 죽음의 땅으로 들어가신 거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단위는 국가 아닙니까?"
"국가가 국가다워야죠. 아무리 몽매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제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뿌리치고 들어간 사람을 죽인다는 게 말이나 되는 얘기예요?" 」

책장을 덮고 조국을 생각하는 애국자가 단숨에 될 수는 없었지만 30년 전에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치밀한 구성과 현실적인 외교 문제들이 속시원하게 풀리고 있었다.
역사는 재해석되기도 하고 후대에 의해 평가받게 된다. 이 소설은 오랜 시간 속에 가리워진 역사를 통째로 갖다놓은 것처럼 지금의 현실과도 동떨어지지 않아 현실감이 넘쳤다. 소설처럼 그대로만 현실에서 이루어졌다면 우리는 강대국이 떨만큼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었을까?
평화로운 통일로 가는 길에 북한이 좀 더 적극적인 수용을 하고 우리가 그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노력을 했을까?


지난 역사 속의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앞으로 나라의 흥망성쇠를 위해 육중한 책임감과 선명한 윤곽을 잡아나갔으면 좋겠다.
과연 누가 이것을 이루어야하는 것일까?
모두 함께 가야할 길을 정치하는 특정 사람들에게만 무거운 짐을 주고 있었는지도 생각해본다.
역량있고 능력있는 사람을 시기하고 무너뜨리는 역사를 반복하지 말고 함께 가는 나라가 되어 아름다운 무궁화 꽃을 피우고 가꾸는 민족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놀라운 작품 속에 함께 숨을 죽이며 몰입해서 읽었던 며칠 동안 다른 생각이 들어올 틈도 없었다. 멋진 무궁화꽃을 그려낸 처연하고 숙연해지는 후회없는 며칠이었다.
산책길에서 바라 본 무궁화 꽃이 다르게 보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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