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많은 사람이 슬픔도 많아서 - 가장자리에서의 고백
정용철 지음 / 좋은생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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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폭우처럼 쏟아져내리는 소리에 새벽부터 잠이 깼다. 장마.. 원없이 빗소리를 듣는 기간이라 빗소리는 내게 음악같다. 빗소리에 기대어 펑펑 울 수 있어 좋던 시절. 비인지 눈물인지 구분짓지 않아도 함께 흐르는 빗물과 닮은 눈물. 시원한 빗소리에 속이 뻥 뚫리는 통쾌함들이 버무려진 회한의 빗소리.
지금은 빗물에 떠밀려간 슬픔을 잠시 멀리에서 감상한다.
난 슬픔이 많은 사람이었나보다. 제목대로라면 사랑이 많아서??^^

좋은 글을 자주 대하는 사람이라면 살면서 한번쯤 읽어보았을 <좋은 생각>의 편집과 발행을 하신 정용철 님의 글이 소복히 담긴 책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생각을 마음에 담았다가 꺼내면 글이 된다. 그렇기에 좋은 글은 좋은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의 내어 놓기 위해 생각을 고치고 다듬어도 막상 꺼내기는 쉽지 않다. 몇 번을 꺼냈다가 담았다 반복하고 내 생각과 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애쓰게 된다. 생각과 마음과 글에 드러나지 않고 겉돌게 되면 곧 언어의 한계를 느낀다.

제목부터 아스라히 전해지는 애틋한 감정이 일었다.
사랑많은 사람이 슬픔도 많다는....

깊은 밤에 음악을 들으면 음악이 자신의 소리를 낮추고 조심스러워진다. 밤에는 모든 것이 조용하고 사위가 고요해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주로 책을 밤에 보게 되는 이유, 특히 여름 밤은 일찍 잠들기 아깝다. 무더위가 물러가고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시원하고 조용해서 내 시간으로 찜하기 좋다. 밤에 쓴 편지는 아침에 읽고 찢게 된다는 예전의 말을 떠올린다. 그만큼 밤은 모든 감성을 일깨우는 시간이다. 낮에 듣는 음악소리보다 작은 소리를 틀어도 더 또렷히 들리는 밤의 음악을 느끼며 주변에 따라 나의 소리를 줄이고 낮추는 겸손을 배운다.

"밤의 음악은 소리를 줄이지 않아도 스스로 낮아지고 부드러워진다. 이것이 밤에 대한 음악의 예의인 것 같다.--밤의 음악"

나는 주로 시를 읽거나 글을 읽으면서 나의 경험을 끌어올린다. 언젠가 류시화님의 시<소금인형>을 읽으며 아름다운 소멸을 떠올렸던 적이 있다. 우리의 죽음은 사라짐과 잊혀짐 속의 소멸을 말한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았지만 화초를 바라보며 소멸과 생명이 공존함. 미미하지만 존재에 대한 것을 생각한다. 언젠가 소멸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기쁨도 모두 함께 소멸하게 될 것이다. 사는 동안 누리는 것이 가장 소중한 것임을 마음으로 느낀다.

"살아있는 동안 죽음이나 허무를 걱정하기 보다 삶에 충실해야 한다. 삶이 선명해야 한다. 있음의 가치에 충실할수록 두려움과 불안은 힘을 잃는다.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아름다움의 극치다. 소멸의 이편에 있는 동안 우리, 있음의 기쁨을 최대한 누리자.
--있음"

기다림 속에 배어있는 그리움, 그 둘이 함께 모여 사랑이 아닐까..사랑의 다른 이름이라 생각했다. 작가님도 기대는 욕심이고 기다림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나와 같은 생각의 결을 가진 분의 글을 읽자니 너무 행복한 시간이다.
우리는 사람에게 기대를 더 많이 하며 살까?
기다림을 더 많이 하며 살까?
기대보다는 믿고 기다려주는 일.
알면서 실천이 쉽지 않지만 조심스럽게 소중한 것일수록 함부로 대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이 사랑일 것이다.​

"신은 그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태어날 때 다 가르쳐 주고 잠시 비밀로 해 둔다고 한다. 그 비밀의 문이 열리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때를 기다리면 된다.--기다림"

블로그라는 공간에 글을 쓰다보니 자꾸 쓸 말을 찾게 되고 듣는 것을 잊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적게 말하고 좀더 귀기울여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말과 글 속에 숨어있는 침묵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마침내 선명해질 때 그것이 나의 생각이 된다. 홀로 떠들어대는 언어라는 것이 나의 것인지 의심이 들 때 잠시 멈추고 침묵하는 시간이 자주 있기를 바란다. 내 마음에 보이지 않는 언어들이 빛나는 시간이 오래갔으면 좋겠다.

<좋은 생각>이라는 책을 읽을 때처럼 조용히 나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이었다. 누구보다 애쓰며 살아온 나 자신에게 슬며시 밀어주고 싶은 사랑스런 말들이 위로해주는 책이다.
사랑많은 사람이 슬픔이 많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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