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 과도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아름다운 지적 여정
나탈리 크납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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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의 설명처럼 삶에서 닥치는 여러 번의 과도기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지적인 글이다.
과도기는 쉽지 않은 시기로, 변화를 겪거나 혹은 익숙한 삶에서 잘 알지 못하는 삶으로 문턱을 넘어야 할때 긴장하고 불안해한다. 처음 만나는 시기를 어떻게 넘겨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과도기는 이러한 긴장감 속에서 예기치 못한 창조적인 잠재력이 솟구치기도하는 시기가 되기도 한다. 과연 인생의 과도기를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은 무척이나 달라진다.

특히나 지금은 인생의 어려움은 각자 다르지만 기후변화나 불안정한 금융시스템과 더불어 코로나라는 복병을 만나 모두가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하는 사회적인 위기 앞에 있다. 개인의 변화뿐 아니라 사회적인 변화 역시 우리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인지, 힘든 과정을 경험하고 불안정한 시기에 우리에게 내재된 창조성을 일깨우면서 살아가라고 용기를 심어주는 철학이 담긴 책이다.

제목부터 근사한 이 책은 아주 지적이고 아름다운 생각들로 가득한 시적인 매력과 철학이 담겨 매력적이다. 물론 내용이 쉽지는 않아서 천천히 곱씹어야 했지만 어려운 이론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과도기를 만나 자신의 실패를 뛰어넘고 인정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과 화해하는 지혜로운 일이라는 내용들이다. 불가피한 것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열린 사람이 되며 아직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서도 손을 내밀 수 있다. 인생의 결정적인 전환점에서 행복한 반환점을 돌기 위한 안내서 같아 잔잔하게 한편씩 읽기 좋았다.

"봄의 벚꽃을 보면서 우리는 과도기의 흔들리는 현재와 화해할 수 있다. 벚나무는 비바람이 몰아쳐도 굽히지 않고 여린 잎을 낸다.
이렇게 위험을 무릅써야만 그 아름다움을 펼칠 수 있다."

'옳고 그름'의 단순한 기준은 우리 이성의 제한된 능력에서 나온 것으로, 복합적인 실제 삶의 기준은 될 수 없다. 자연은 또한 우리 자신을 내용으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능력이 있지만 한계도 있으며 모순으로 가득 찬 존재다. 그것이 현실이고 그것이 자연이다. 그렇기에 인생에서 진정한 예술은 매 순간 성장을 신뢰하는 것이다.

"사춘기가 없으면 사회의 발달도 없을 것이다. 청소년들은 부모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참여할 수 없고, 그 때문에 판단할 수도 없는 삶을 발견한다. 그들의 반란과 반항이 없다면 우리는 같은 노래를 끝없이 돌려가며 들어야 할 것이고, 계속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이야기를 재생산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작품 속에 갇혀 있게 될 것이다."

"시간을 불행이 일어나기 이전 시점으로 되돌릴 수 있었으면 하고 애타게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한 우리는 불행하고 좌절할 수 밖에 없다. 진정한 성장은 늘 현실을 토대로,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결코 이전처럼 되지 않을 것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삶은 심지어 '더 좋아질수 있다'.
더 깊고, 더 충만하고, 더 생동감 넘치고, 더 가치있고, 더 공감적이며, 더 성숙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시대의 트라우마를 떠올린다.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종종 들을 때마다 아쉬워하고 안타까워 할수록 불행하고 좌절할 수 밖에 없다. 다시 지금 여기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받아들이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야 할 시기인 것이다. 이 코로나라는 경험이 주는 아픔이 사라질지,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내 인생의 과도기는 10년 주기로 오는 것 같다. 자잘한 일들을 배제하고 큼직한 사건들, 그러니까 무언가를 잃고 떠나고 죽음과 상실의 혼돈과 홀로 살아오며 겪어낸 인생의 전환기 그리고 앞으로도 겪을 과도기.
일순간 모든 것이 정지해 버리는 것같이 모든 것을 잃는 순간들이 그렇게 나에게 왔고 이겨내며 살아오는 동안 내적 성장을 이룬 것 같지만 치유는 진행 중이다.

성장과 치유의 과정이란 고유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그 시간 속에 무엇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을 신뢰하며 성장해 나가야 한다.

"기본 신뢰란 모든 것이 잘될 거라고 믿지만 잘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애써 자신이 생각했던 조건대로 삶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몸부림치는 힘든 시도보다 훨씬 더 믿을 만하다. 이런 면에서 기본 신뢰는 희망의 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희망을 신뢰하면서 미래를 가능케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성숙한 삶으로 나아가는 능력, 세상의 혼돈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용기를 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임을 느낄 수 있다. 아직은 불확실하고 몇 번의 과도기를 거쳐야할지 모르는 남은 인생을 자연과 더불어 열린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나만의 철학을 만들어가고 싶다.

"인생은 바로 이런 것
많은 절망 속에 몇몇 아름다운 순간도 있는 것
마치 음표들이 시간 속에서
틈새를 열어주는 것처럼
이곳 속의 다른 곳을 열어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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