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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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는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큰 사고를 당하고 한쪽 팔을 다친다. 접합수술을 받은 후 엄마의 지나친 간섭, 학교에서의 따돌림, 첫사랑의 실패 등 모든 상황은 애니를 실패한 인생, 혹은 실수투성이 인생으로 만들어 버린다. 간호사 생활을 하며 일상을 누리던 중 가장 행복한 순간에 죽음이 찾아온다.

사제간의 실제 대화를 바탕으로 죽음을 담담하게 그리며 삶의 소중함을 일깨운 소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처럼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조금 다르다

이 소설은 죽음 이후의 사후세계를 여행하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잔잔한 성찰의 소설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폐 한쪽을 떼어주려 수술실에 들어간 애니는 자신이 천국에 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파울로는 죽었을지 살았을지가 너무 궁금한 애니의 앞에 다섯 명의 인연이 차례로 다가온다. 애니의 인생을 돌아보며 풀지 못했던 질문들을 하나씩 대답하고 공감하며 모든 상처를 쏟아내고 보듬어준다.

'다친 사람은 나야'라고 생각했다.
무언의 분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래서 애니는 더 외로워졌고 괴로움도 커져갔다. 로레인이 울수록 딸은 점점 할 말을 잃었다.
한동안 모녀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

"아이들은 부모를 필요로 하면서 삶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모를 거부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부모가 된다."

온통 힘든 삶속에 상처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애니는 사실 그 이름 속에 '용기'가 숨어 있다. 엄마가 이름을 지었을 때 애니 에드슨 테일러라는 여자 이야기를 듣고 감동을 했다. 63세에 최초로 나무통을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건너 살아남은 여자였다.
"용기"라는 단어를 아주 희귀한 것처럼 여겼고, 자신도 딸도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애니라는 이름을 지었다.

"애니, 우린 외로움을 두려워하지만 외로움 자체는 존재하지 않아. 외로움은 형태가 없어. 그건 우리에게 내려않는 그림자에 불과해. 또 어둠이 찾아오면 그림자가 사라지듯 우리가 진실을 알면 슬픈 감정은 사라질 수 있어"
"진실이 뭔데"
"누군가 우리를 필요로 하면 외로움이 끝난다는 것. 세상에는 필요가 넘쳐나거든"

"비밀. 비밀을 지키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 비밀이 우리를 통제하는 거지"

"아기는 숨을 못 쉬었어요. 열기구 사고 후 파울로가 숨을 못 쉰다는 말을 듣자 다시 그 일이 고스란히 되살아났어요. 예전에 하고 싶었던 말을 했어요.
'내 폐를 가져가요. 내가 그를 위해 숨 쉴 수 있게 해줘요. 그의 목숨만 구해주세요"

애니의 사연을 따라 가다보면, 삶과 죽음에서 마주하게 되는 삶과 인연, 그리고 인생의 의미를 알아간다. 아는 것은 이해하게 되고, 그 마음은 곧 공감으로 이어진다. 그 공감은 또 다른 것을 사랑하게 되는 마음으로 풍요롭게 만든다.

한 군데 매듭이 지어지면 그 상처로 모든 것이 정체되어 결국 내 안의 모습이 기형처럼 틀어지게 된다. 메마른 인생살이지만 알게 모르게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다는 것을 천국에 가서야 알게 되는 것일까? 내 삶에 함께 했던 사람과 만나는 천국여정을 통해 작가는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사랑은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온다. 사랑은 가장 필요한 순간에 온다. 사랑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거나 더 거부하지 못할 때 온다. 이것들이 사랑에 대한 다양한 진실이다. 하지만 애니의 경우 10년가까이 오래도록 아무 기대도 없었고 아무것도 받지 않았던 게 사랑의 진실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다른 인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인생이 그 다음 인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든 끝은 시작이기도 하다는 것.
단지 그 끝을 지금 우리가 모르는 것일 뿐이다.

인생사는 베틀에 걸린 실처럼 얽혀서 우리도 모르는 방식으로 촘촘하고 어설프게 짜여간다.
이따금 어떤 일의 결과를 놓고 우리는 자신을 책망하며 후회를 늘어놓는다.
그 때 그러지 않았다면,
그 때 거기를 그 시간에 가지 않았다면,
그 때 도중에 멈추지 않았다면,
그때 그것을 했더라면, 안했더라면, 안만났더라면.....
우리의 인생은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나도 이따금 인생이 힘들 때 내가 그러지 않았더라면..
내 선택에 후회를 했던 적이 있었다. 자책감에 시달려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해져서 앞을 보고 희망을 가질 수 없었다. 지난 과거에 발목을 잡혀두지 않으려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내 탓이 아니다...
사람에게 속은 내가 잘못이 아니라 나를 속이려 했던 그 사람이 잘못이다. 용서를 하기 위해, 화해를 하기 위해, 나 자신을 덜 미워하고 멀리서 바라보기 위해, 바닥에서 제대로 일어나 걷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던 시간이 오래오래 계속 되었다.
결국, 용서할 사람을 용서하고 내 삶과 화해를 하는 순간 가슴에 응어리처럼 홧병처럼 나를 힘들게 하던 감정이 사라졌다.

사고 당시 애니의 남편이 자신의 잘못을 탓하는 애니에게 말하는 한마디가 감동이다.
애니는 자신이 졸라 신혼여행에서 열기구를 타기로 해서 사고가 났다고 자책이 심했다. 파울로는 말한다.
"바람이 불었어"라고...
그렇다.
아무도 미리 알 수 없는 때에
예기치 않았던 바람이 불었던 거다.
누구의 잘못이나 실수로 인생이 크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후회하고 자책할 시간에 더 사랑하고 더 이해하고 더 안아주고 공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것은 천국에서 이해될 것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매일 뭔가를 잃어.
때론 방금 내쉰 숨결처럼 작은 걸 잃고
때론 그걸 잃고는 못 살거 같은
큰 걸 잃기도 하지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아, 안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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