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안단테 - 여행이라기보다는 유목에 가까운
윤정욱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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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부럽다는 말로 이 기분을 설명할 수 있을까?
여행 에세이를 읽다보면 마냥 부럽다.
이번 몽골 여행 에세이는 알려진 곳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 낸 일상이다.
사막이 펼쳐진 곳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모래가 펼쳐진 사막에서 우주 속의 화성인 듯 느끼고, 유목민처럼 게르에서의 생활들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냥 멍하니 나태해져도 되는 그런 여행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물론 낭만적인 풍경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불편한 것들을 감수하고 문명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감내해야 할 것들이 있을지라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
"캐리어를 꺼내 굳이 짐을 풀 필요도 없었다. 다음날 해가 뜨면 떠날 여행자에게 캐리어를 열어 이것저것 짐을 푸는 일은 미련한 짓이었다.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 않는 유목민의 삶도 어쩌면 이와 비슷할 지도 모른다.
짧든 길든 언젠가는 떠날 땅에 정을 주지 않는 것.
짐은 단출하게, 삶은 단순하게.
미니멀 라이프의 진정한 고수는 아마 유목민들이 아닐까. "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꼭 한번 보고 싶은 풍경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건 특정한 도시나 장소일 수도 있고, 오로라 같은 자연 현상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사람일 수도 있다. 화려하고 유명한 대상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별것 아닌 평범한 풍경일수도 있다.
나에겐 사막이 그랬다." 작가의 말처럼 사람이 누구나 마음에 품고 사는 풍경이 있다면 내가 꼭 한번 보고 싶은 풍경은 무엇일까?
도시에서 살던 나는 어릴 시절, 시골 원두막에서 수박을 쪼개먹는 전원일기의 풍경이 너무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누워서 밤하늘을 보며 귀뚜라미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마음에 담은 풍경이다.

지금은 비행기 한번 타고 어디든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막연함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운 것이 여행이다. 자주 다녀보지 않은 사람이 느끼는 동경과 두려움이 동시에 있는 여행이라는 단어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같은 존재이다. "특정한 형태를 띠고 있지 않으며, 중력에 의해 아래로 흐르고, 사람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드는 것. 살아있다고 하기에도, 죽어있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존재지만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사람의 몸을 휘감아 오는 것.
언뜻 물에 대한 묘사 같지만, 이는 손바닥에서 바스러지며 흘러내리는 사막의 모래에 대한 얘기이기도 한다. 존재의 양극단에 놓인 것 같은 둘은 의외로 공통점이 많았다." 어린왕자를 읽고 난 이후 자주 사막 이야기나 어린왕자를 연상하게 하는 글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런 것도 맥락이 통하는 때가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더욱 반갑고 몽환적으로 다가왔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보다는 누구와 먹느냐가 더 중요한 것처럼, 여행도 어디를 가느냐보다는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하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의 완벽한 여행이 아니라면 혼자가 더 편할 수도 있다. 몽골 여행을 함께 떠난 6명의 완벽한 조합이 보기 좋아 읽는 내내 훌훌 가까운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어졌다.

살면서 오랜 시간 집을 떠나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언제나 여행은 로망일 뿐이다. 나는 못해 본 일이기에 딸에게는 늘 여행을 자주 가라고 적극 권장하고 싶다. 젊은 날에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의 기쁨과 함께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몽골의 하늘과 게르에서의 밤이 유독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즐겨가는 번화한 여행지는 아니지만 몽골이라는 곳에서의 한가로운 여행길에서 진정한 힐링을 하며 자연 그대로를 만나고 돌아온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고스란히 받는 셈이다.

피아노를 배울 때 악보를 보면 빠르게 연주하라는 악상기호는 악보를 따라가기에 벅찼던 기억이 난다.
알레그로, 비바체, 프레스토 등은 빠르게 건반을 달려야 한다.
반면에 안단테니 아다지오가 나오면 마음이 느긋해지고 편안해진다.

우리의 삶도 빠르게라는 악상기호보다는
편안하고 느리게 연주할수 있는 템포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일상을 뭐든지 빨리빨리를 외치며 조급하게 사는 삶 속에서 가끔은 자연스럽게 정당한 게으름과 이유있는 나태함이 공존하는 여행같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쌓인다.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들과 달리 작가의 글에서 내뿜는 감성적인 표현의 결이 돋보이는 여행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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