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예의
권석천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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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경건함은 무엇일까?
제목과 책을 더욱 귀하게 여기게 되는 것은 출판사의 배려덕분이다.
지난 번 책을 받을 때에도 정성스런 포장에 감동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한번 더 포장하고 마끈으로 묶었을 뿐인데
<사람에 대한 예의>가 드러나 존중받는 기분이 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하지만 크고 성대한 일이 아니라 작고 소소한 일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깨닫는다.

작가는 법학을 전공하고 경향신문과 중앙일보를 거쳐 JTBC 방송국 보도국장을 역임한 이력을 가졌다.
사회와 정치의 문제점을 저널리스트 특유의 예리함으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점이 탁월했다.
유독 내게 부족한 부분이라 부러운 마음과 경탄하는 심정을 담아 조금씩 조금씩 곱씹어 가며 읽은 책이다.
일상의 색다른 변화와 사회의 문제에 밋밋한 사람들에게 생각을 던져주는 다소 촘촘한 에세이다.


"인간이라는 한계, 인간이라는 구원
한없이 약한 인간도 악마가 갖지 못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가족, 친구, 사람에 대한 마음이다. 오롯이 인간으로서 살고자 하는 마음이다. 악에 무릎 꿇지도, 용서하지도 않겠다는 마음이다. 그리하여, 인간이란 한계는 오히려 구원이 된다."

인간으로 인해 피폐해지고 책임의 논리가 피해자보다 미끼를 물어버린 자의 책임으로 가해자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려는 음모들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한다.
사회적인 문제에 귀착되었을 때 개인적 윤리와 사회적 윤리의 잣대를 달리하며 피해자와 생존자의 경계에서 부당한 요구들은 교묘하게 은페되기도 한다.

막연하게 성폭행 책임을 피해자에게 묻는 현실들에 대해 가해자의 책임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려하는 음모와 모함이라고 속시원하게 이야기한다.

"밤늦게 다니지 마라"-밤늦게 다니니까 그런 일을 당한다는 책임전가
"짧은 치마 입고 다니지 마라"-너가 짧은 치마를 입어서 일을 당한 것이다라는 책임 떠넘기기
"인적이 드문 곳에 가지 마라"-인적이 드문 위험한 장소에 왜 갔느냐는 죄책감을 유발하는 등의 불행한 질문들이 지금 우리 사회의 오래된 우화이다.

"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느냐?"
"왜 세월호에 올랐느냐?"
"그 위험한 장소에 왜 갔느냐?"
이 물음들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가해자의 책임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음모다. 무고한 피해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모함이다. 인간을 성욕의 제물로 삼은 자의 잘못이고, 독성물질이 들어간 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자의 잘못이고, 바다에 떠서는 안될 배를 띄운자, 구조하지 않은 자의 잘못이고, 사람에게 흉기를 휘두른 자의 잘못이다.
피해자는 죄가 없다.
모두가 피해자의 얼굴을 궁금해하는 사이 가해자는 유유히 암흑 속으로 빠져나간다."


불행이 엄습했을 때, 범죄와 혐오의 대상이 됐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책하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를 혐오하는 것도 아니다.
불행과 범죄와 혐오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호해야 할 인권은 가해자의 인권이 아니라 피해자의 인권이 우선이라는 것을 망각하는 일들이 너무도 흔하게 일어난다.

더이상 범죄자일 뿐인 가해자들에게 서사를 부여하고 용서를 빌고 반성하는 말을 하도록 마이크를 주는 행위조차 멈춰야 한다는 가수 김윤아의 말에 박수를 치게 된다. 반성하고 사과할 기회를 주고 시민들에게 용서를 빌기 위한 발언권이라...
그따위의 행동과 한마디의 말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과연 그 기회를 얻어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다고 달라지는게 있는가.
상처가 치유되는가.
왜 그의 말을 듣고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그들을 향해 가는가...
그동안 당신은 어디 있었나....

"어둠 속, 갑자기 불이 켜지면"

우리 사회는 크건 작건 서열의 고리 속에 묶여서 살고 있다. 그 속에서 젊지만 나이 든 척 행동하는 '애늙은이'와 나이들었지만 철들지 않은 '늙은 애'들이 공생하고 있다.
어른을 구분짓는 것은 나이로도 행동으로도 함께 대접받을 수 있는 어른스러움이 병행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어른들이 살아가며 어른의 시선으로 어른답게 행동하는 것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당당한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일침도 잊지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한발 한발이 두렵고 떨린다. 그러나 어른이 되지 않으면 영원히 누군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남의 인생에 전세 사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어른으로 행동할 때 어른이 되는 거다. "

"사람에 대한 예의
인간의 어찌할 수 없는 한계들 속에서 주장으로, 반박으로, 재반박으로 공통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진실인 것이다. 우리가 계속해서 무언가를 쓰고 있는 그 순간, 무엇이 진실인지 고민하는 그 순간, 반딧불이처럼 작은 진실들이 깜빡거리며 캄캄한 밤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자기 기준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나만의 확고한 신념.
어떤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는 분명한 나만의 기준은 중요하다.
거창한 것도 아니고 그저 단순한 것.
어떤 유혹에도 흔들임이 없이 밀어부칠 수 있는 것이면 된다.
동백이 엄마의 말처럼 쫄지말고.
쪼니까 만만하게 보고 하찮게 보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동백이처럼 노 매너에 노 서비스 정신!!^^


몇 년전 딸과 함께 재밌고 유익하게 보았던 애니메이션
<쥬토피아>의 캐릭터 중에 가장 생각나는 건
나역시 나무늘보였다^^
행동과 말이 느린 특성을 가지고 있는 나무늘보에 대한 편견.
하지만, 차를 운전할 때는 기계가 움직이므로
나무늘보가 운전하는 차도 과속할 수 있다...ㅎㅎ
과속딱지를 떼는 반전에서 빵터졌던 엔딩.
나무늘보는 느리다는 우리의 편견을 보란듯이 뒤집어 놓는다.

사람에 대한 에의 안에는
편견이라는 먼지를 털어내고 걷어내야 한다


영화와 책을 넘나들며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다양한 형식으로 짜여진 책이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다니는 것들은 그들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혹은 계급이나 임무에 따라 다르다. 회사원이라면 노트북과 명함과 사원증, 지갑, ...등등
더 나은 사람, 더 높은 위치의 명함을 내밀고 싶어하는 사람의 심리와 인정욕구로 전하는 명함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유독 우리 나라 인사치레법인 명함주고 받기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 집에 있는 나는 지레짐작일 뿐이지만
어떤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명함 한장의 의미...

나의 경우에는 가지고 다니는 것이 단출하다.
에코가방 안에 작은 지갑과 카드 한장과 현금 조금이면 되거나 간단한 립밤과 핸드크림 정도이다.
종종 한두권의 책과 동행하기도 하고 요즘은 손수건을 챙겨 넣는 편이다.
외출의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데 독서모임이나 강의를 들으러 갈 때는 필기도구와 독서노트는 필수이다.
그러고 보면 아이를 키우거나 반려견과 생활하면 짐이 늘어난다.
아이를 위한 짐만으로도 가방이 한아름 가득 차고 넘치던 시절이 생각난다.
지저귀에 유윳병, 보온병과 간식 등등....
애를 키우는 엄마라는 정점을 찍게 되는 것이 기저귀 가방이었던 것 같다. 오로지 아이만을 위한 물품들.

가방 속에 도라에몽처럼 필요한 모든 것들을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일회용 밴드부터 시작해서 손톱깎기 등 말만하면 다 나오는 신기한 가방도 있다.
분명 필요함과 쓸모를 느끼고 챙겨 넣었을 것이다.
나를 위해 혹은 상대를 위해....
소지품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그것들의 쓸모를 생각해본다.
작가는 묻는다.

자, 지금 당신 가방엔 무엇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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