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 - 우울증과 번아웃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나에게
클라우스 베른하르트 지음, 추미란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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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제목이 딱 내 맘같은지 어려운 심리학적인 내용이지만 실생활에서 적용하고 점검해 볼 수 있어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 홀가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독일의 심리학자 클라우스 베른하르트가 전하는 우울증과 번아웃에 관한 책이다. 우울증과 번아웃이라는 정신과 심리학적인 경계를 구분지어 치료 역시 달리 해야하는 영역이지만 항우울제 처방을 모든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는 점을 안타깝게 여긴다. 우울증과 번아웃의 진짜 원인을 찾아내고 그 원인에 맞게 적절히 대처하는 법을 배웠으면 하는 것이 작가의 당부였다.

기본적으로 자가 치유를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출발이지만 당장 작은 의욕조차 내기 어려운 상태라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나의 직관을 믿고 나에게 맞는 진단을 내리고 적극적으로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해야 벗어날 수 있다.

우울증과 번아웃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성질인 것이므로 취미생활이나 여가생활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그런 활동 역시 충분히 쉬는 것이 아니므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열거된 우을증의 원인 10가지를 반대로 서술해본다면,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나가서 운동을 하며 무심코 먹는 무분별한 약을 조심하고, 영양은 골고루 섭취하고, 어떤 음식에 대하여 예민하지 않게 먹는 것이 좋은 습관이다. 또한 잘 먹고 잘자는 수면 관리와 적당한 인간 관계가 우울증을 멀리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나의 경우에는 운동 부족으로 인한 수면부족도 원인으로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요즘 아침산책도 느슨해지고 피곤함과 일상의 지루함을 체험 중이다.

굳이 어떤 음식에 대한 편견을 갖고 과민해진다면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결국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건강을 좌우하므로 자신의 원하는 것을 알맞게 먹되 설탕에 대한 경고는 하고 있다. 채식이든 육식이든 적당한 영양 섭취를 골고루 하는 것이 우울증을 예방하지만 소스, 음료수 등의 간식거리에 숨어 있는 설탕류의 과잉섭취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은 우려된다.

나도 면역력이 심하게 떨어져서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몸이 망가지면서 건강에 대한 공부를 했다.
원래부터 건강과 식습관에 대해 관심도 많아서 아이를 키울 때 모든 이유식과 간식은 시판용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서 먹일 정도로 첨가물에 대해 믿지 못했다. 지금도 파는 음료수나 식당 음식은 될 수 있음 배제하고 집밥 위주의 식단과 집에서 생과일을 갈아 마시거나 그냥 매실에 물을 타서 먹는 정도의 음료를 해주는 편이다.

어느 날 갑자기 눌러대던 우울증과 무기력이 찾아온다.
건강관리사 자격증 공부하다가 내 몸의 상태가 교통사고 후유증이겠거니 하고 방치했던 점을 발견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내 몸 구석구석을 마구 공격하고 생활을 빈곤하게 만들고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아플 때마다 소염진통제를 먹으며 버티고 살았는데 결국은 자가면역 질환으로 면역력과 영양의 빈곤에서 오는 질환이었다. 진통제가 아니라 영양을 제대로 섭취해서 바닥까지 내려간 면역력을 키우고 끌어올려야 했던 것이다.

이런 몸을 방치하며 노숙자들과 자폐 아이들, 그리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먹이고 감당하는 일을 20년 가까이 하다보니 내 몸이 아팠다. 몸이 아프니 마음도 피폐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번아웃과 함께 우울증의 신호였던 것이다.

힘든 일은 어떻게 알고 기다렸다는 듯이 한번에 몰아친다.
몸과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세상에 혼자 떨어져 살게 되는 일이 생겨났다.
나의 우을증과 불안증은 극도로 예민해서 심장은 100미터 달리기를 마친 사람처럼 늘 쉼없이 두근거렸고 밤이면 잠을 잘 수가 없었던 날이 많았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우울증이 올 수 밖에 없는 모든 상황이었다. 운동부족, 영양부족으로 인한 면역력의 결핍, 수면 부족, 만성염증으로 인한 무기력, 슬픔과 고민을 억누르고 참는 습관...

마음의 병이든 몸의 병이든 원인을 알아야 고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그저 몸이 곯았거니 하고 방치했을 뿐, 원인은 분명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감과 영양부족이었을 것이다. 아는데 혼자 추스르기가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나는 어둠의 터널을 지났다. 그 터널은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이 어둠만 있을 뿐 도무지 빛이 보일 기미가 없었다.

충분히 슬퍼해야 그 상실을 받아들이고 일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고 빠져나오는 시간도 다르다.
나의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주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병적으로 보이고 답답해 보이지만 나에겐 그 시간도 필요한 시간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불안과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 역시 원인과 해야할 일은 알고 있다. 다만 일어설 수 있는 힘조차 없는 무기력이 짓누르는 무게가 더 클 뿐이다.

일단 이런 경우 나역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잠만 자고 있었다. 일종의 회피였고 슬픔을 억누르는 기간이었다. 차츰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을 하게 되었다.
책이 무작정 좋아서 나섰던 곳이 도서관이었고, 그런 모습을 모두 보아 준 사람들.
그 시작점에 늘품 독서모임 가족들이 있었다.
웃어도 슬픔이 보인다는 나의 모습을 안타깝게 보아주고 응원해주고 묵묵히 함께 서로의 손을 잡아주었기에 지금처럼 내 자신이 예전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나 뿐아니라 다른 곳에서 말할 수 없는 고민들을 털어놓으며 이겨내고 진심어린 위로의 말들은 서로를 웃기고 또 울렸다. 6년의 시간 동안 점차 달라지고 변화하는 모습으로 함께 성장하고 있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찾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상승했다. 사람들을 만나 운동도 어울려서 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을 자연스레 체험헸다.
젊은 시절 뼈 마디마디가 염증으로 부어 오르면 소염 진통제를 먹으며 또 일을 하고 봉사와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혹사했다.
제대로 몸도 마음도 치료받지 못했던 시간과 내 마음에 스스로 용기를 주면서 다행히도 자가치료가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지나친 목의 사용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과다한 사용으로 인해 경추손상이 오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 교통사고로 목을 다치고 나서 고생했던 기억이 번뜩 떠올랐다. 지금도 목의 불편함으로 잠을 잘 못자고 어깨결림과 두통까지 동반한다.
때로는 일이 주는 부담보다 말 그대로 목을 짓누르는 스트레스 때문에 번아웃이 오기도 한다. 옛날부터 목은 우리 몸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었고 심각한 위험에 처할 때 목의 비유를 많이 쓰곤한다.
우리의 목은 생각과 행동을 연결한다. 목의 모든 것이 정상일 때만 우리 목과 정신 사이에 정보가 문제없이 교환된다.

누구나 한번쯤 걸리는 흔한 감기처럼 우울증과 번아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익숙한 마음이 병이다.
나는 우울증에 걸린 걸까, 번아웃에 걸린 걸까?
뇌가 우리 몸에 보내는 비상 경보기로서, 스스로는 도저히 쉴 생각을 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강제휴식을 주고자 우리 뇌가 보내는 SOS신호일지 모른다. 우울증과 번아웃이라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 긍정적인 기능과 적절한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함께 가야한다면 그것을 제대로 이용하고 극복하며 행복한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삶이 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우울증이나 번아웃은 더이상 숨기고 부끄러운 병이 아니다. 드러내 놓고 손을 내밀수 있는 사람에게 기대어 지치거나 시달리고, 고단한 마음을 이겨낼 수 있다.
힘들면 완벽하게 하려는 집착을 버리고 내려놓고 쉬어가는 거다. 갑작스런 무기력과 번아웃은 없다. 쌓아가고 있을 지도 모르는 마음의 짐과 감정을 즐겁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시간을 충분히 갖기로 한다.

"인생은 즐겁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며
감사함으로 살아가는 것."


행복은 당신이 누구고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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