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 할 일은 끝이 없고, 삶은 복잡할 때
에린남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나혼자 산다> 프로그램에서 박나래가 새로 이사한 집을 보여주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집을 꾸미기 위해 이것 저것 주문하고 가구 배치를 하는데 터무니없이 커다란 화분에 웃음이 났다. 아기자기하게 작은 화분을 거실 창문에 쪼르르 놓고 싶었다는데 실제로 영접한 화분은 거실 천장을 쓸고 다닐 만큼 키가 컸다. 내가 식물을 키워보니 다 자란 식물보다는 작은 아이를 키우는 재미가 더 크던데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집이 넓어도 덩치가 커다란 화분 몇 개가 자리를 꽤나 차지하고 있었다.

아마도 맥시멀리스트인 것 같아 우습기도 하고 짐으로 가득찬 집 안 풍경이 답답해 보였다.
무언가를 사서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필요한 것을 제대로 사거나 중요한 것들만 남기고 비우는 것은 마음을 비우는 자세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책은 결혼과 함께 호주에서 살게 된 작가가 생활에서 불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비우면서 시작하게 된 미니멀라이프에 대해 그림과 글로 기분 좋은 에너지를 선사해준다.

지난 번에 제로웨이스트 운동 역시 독일 여행이후 삶이 변화되었는데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외국이 환경을 위한 여러가지 운동 실천과 더불어 친환경 제품을 좀 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모양이다.
작가가 노력하는 것과 비슷한 나의 경험들을 하나씩 맞춰보는 재미도 있었다.

나도 맥시멀리스트는 아니고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편이라 불필요하거나 쌓아두지 않고 그때그때 버리거나 나눠주는 편이다.
물건을 살 때에는 몇 번을 생각하고 잘 쓸 것인지 꼼꼼하게 따지다 보면 충동구매를 피하고 뚫어져라 보던 물건도 시시해 보여 사지 않게 되기도 한다.
인터넷이나 홈쇼핑의 경우에도 바로 결제하가기 보다는 무통장입금으로 해놓고 결제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검하고 또 생각하고 지출을 한다.
화장품도 작가처럼 단순한 기초 화장만 하는 편이라 화장대에 화장품은 스킨 로션과 비비크림, 그리고 립밤과 눈썹 펜슬만 있다. 색조화장은 아예 하지 않아서 구매하지 않으니 쓰레기도 줄일 수 있고 쓰지 않아 뒹구는 제품들도 없다.

버릴 수 없는 것 중에 단연 으뜸은 추억이 담긴 물건이다.
이미 예전에 필요없다고 처분했던 일기와 편지들을 그리워하는 터라 웬만해서는 간직하고 싶다.
아이가 어릴때 입었던 우주복와 처음 신은 신발과 옷한벌 보관하고 유치원때부터 쓴 일기장과 앨범들은 아무 죽을 때까지 버리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2년이 넘어가도록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물건도 있는 걸 보면, 그것들은 분명 나에게 쓸모없는 존재였다. 그런데도 '언젠가'라는 막연한 미래를 위해 놔두었으니, 어쩌면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그놈의 '언젠가'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옷장이다. 젊은 시절부터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체형 덕분에 오래 된 옷도 다 입을 수 있기에 고물상에 가도 아깝지 않을 골동품 옷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멀쩡하다는 이유로 버리지 못하고 들락날락거린다.
게다가 나보다 훌쩍 자란 딸이 입지 않는 옷과 신발도 아까운 마음에 한번이라도, 일년이라도 더 내가 입게 된다. 늘어가는 것은 옷인데 외출하려면 마땅한게 없는 어이없고 대책없이 가득찬 옷장이다.
매번 버리고 정리를 해도 옷은 참 줄지않는 아이러니 중에 하나이다^^;;;

편한 옷과 자주 입는 옷은 정해져 있는데 혹시라도 외출하거나 모임에 나갈 때 입는다고 구색을 맞추어 채워두는 옷장을 또 한번 들여다본다.
스티브 잡스처럼 자신의 복장을 유니크하게 유니폼화 시킨 일이 존경스럽다. 우리가 한가지 복장만 입고 다닐 수는 없지만 단순하게 덜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살림을 하게 되면서 놀랐던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한 가정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쓰레기양이다.​
놀라움을 넘어 죄책감까지 느끼기 시작한 것은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이후였다.
처음에는 쓰레기가 우리 집, 내 공간,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만으로 할 일이 끝난 것 같았다. 하지만 곧 내다 버린 물건들의 행선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유리병을 재활용하는 일은 나도 일가견이 있다. 집에서 만든 피클이나 반찬을 나눠줄 때 유리병에 자주 주다보니 내가 다른 플라스틱 반찬통보다 유리병을 세척해서 쓴다는 것을 가까운 이웃은 알고 있다.
요긴하게 모아 둔 유리병은 소스병이나 반찬통이나 곡류 견과류 등을 보관할 때도 좋고 작은 물건을 담아 정리하기도 좋다.
요즘은 이쁘고 입구가 좁지 않은 아이들을 골라 수경재베 식물을 꽂아 두기까지 하고 있으니 너무 행복한 일이다.

물건을 무작정 사서 모으고 쟁여놓는 일도,
그렇다고 무작정 버리고 비워내는 일도 조심해야 한다.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 생활을 위해서 물건을 살 때부터 신중해지는 것이 생활과 마음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일이다.
더불어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지구에 사는 지구인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는 문장이 와닿는다.

무심코 늘어나는 쓰레기를 줄이기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
생수를 매일 한병을 마시면 한달에 30병이고 1년이면 360병이 쓰레기가 된다.
비닐 라벨을 분리해서 버리지 않는다면 재활용조차 되기 어려운 생활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
비닐 봉지보다는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플라스틱보다는 종이 가방이나 유리병을,
그리고 샴푸나 세제보다는 비누를 사용해서 용기를 줄이고, 화장지 대신 손수건 사용 등 돌아보면 작은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즐비하다.

물론, 그만큼을 위한 수고로움과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우리가 함께 건강해지고 덜 복잡해지는 일상이 될 것임에 틀림없으므로..
물건을 비우면서 나에게 꼭 필요하거나 가치있는 물건을 알게 된 것럼, 삶의 많은 것을 비우다보니 내게 남겨진 것들을 소중히 대할 수 있게 됐다.

정리가 안되는 삶의 부분들과 생각, 그리고 인간관계를 미련없이 비워내자 중요한 것들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내게 소중한 것들만 신경쓰고, 마음주며 살아가고 싶다.
물건을 채우는 것만큼 나에게 편안하고 소중한 것들을 남기고 비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노력인지 행복하고 여백이 있는 풍요로움을 선물로 줄 것같다.

옷장과 이불장, 그리고 씽크대와 서랍장 속에 숨은 것들을 정리하고 비워내는 소일거리를 만들어 봐야겠다.
하나씩 정리하다보면 정말 내게 필요한 것들을 만날 수도 있고, 정돈된 주변이 정돈되고 가지런한 나로 ,

물건보다 진정으로 채워야 할 것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