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사랑했던, 카렌 블릭센을 만나다
김해선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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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보았던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사실, 영화도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거린다. 기회가 되면 영화도 다시 보고 싶고, 소설까지 읽어보고 싶어졌다.

작가 김해선은 카렌 블릭센의 발자취를 따라 케냐와 덴마크로 찾아다녔다. 낯선 곳에서 혼자서 한 달, 두 달 살기를 하고 있다는 작가의 자유로운 삶에 짙은 향수가 배어나온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나 원작 소설을 쓴 작가 '카렌 블릭센'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덴마크 룽스테드에서 태어난 카렌 블릭센은 아프리카에서 17년 동안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책으로 썼다고 한다.

헤밍웨이가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니 영화와 함께 궁금해지는 소설이 아닐 수 없다.
1985년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이 책도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케냐에 있는 카렌 뮤지엄을 찾는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의 넓은 초원이 배경이 된 카렌 블릭센의 이국적인 삶이 모습과 데니스 핀치 해튼과의 러브 스토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카렌 블릭센과 데니스가 경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 창공을 날아가는 장면을 잊지 못한다.
경비행기가 나이뱌사 호수를 날아갈 때 호수 위를 덮고 있던 홍학떼들이 연분홍빛의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모습은 이 영화 외에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다. "

하지만 책에는 카렌 블릭센의 실제의 열정적인 삶이 담겨있다고 한다. 카렌 블릭센의 삶을 따라가면 그녀의 삶이 그녀의 문학이고, 그녀의 문학이 바로 삶임을 볼 수 있다.
삶과 문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한다. "우리는 때때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람의 손으로 대처할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한다.
카렌은 물심양면으로 원주민들을 돕고 자신의 농장이 잘 되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하지만 아프리카의 가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된다.
아프리카의 가뭄을 수없이 겪은 원주민들의 태도를 보면서 카렌 자신도 그들의 침묵을 배웠다고 한다. 원주민들의 침묵은 자연을 거수를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다시 회복되기를 소리 없이 기다리는 태도라고 했다." 가장 낭만적이며 사랑꾼의 모습으로 카렌과 함께 경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보는 이들 마음까지 설레게 하던 데니스, 어느 날 경비행기를타고 나간 후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카렌의 심정은 어땠을까?
다치고 불구가 되어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달라고 울부짖지 않았을까? "자신 안에서 끓어 오르는 에너지를 침묵으로만 소진할 수 없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저녁에 글을 쓰다가 아침에도 식탁에서 글을 썼다.
카렌에게 글쓰기는 자신을 위한 보호막이었으며 알 수 없는 미래를 그려보는 일이기도 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르는 모습만 어렴풋이 기억하는 영화.
작품은 낭만적이지만 그녀가 선택했던 아프리카의 삶은 빈곤하고 실패의 연속이었다. 남편과의 이혼, 커피농장의 어려움와 좌절, 서로 사랑했던 데니스의 갑작스런 사고와 죽음.. 농장이 힘들고 빚이 많다고 옹색하게 굴기보다는 베풀려는 모습에서 카렌의 선한 모습이 진실하게 다가온다.
작가 카렌의 일대기를 따라
그녀가 살아온 모습과 생전의 장소들을 살펴가며 케냐와 덴마크를 다닌 여정들이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담겨있다.

존경하는 작가의 삶 속으로 온전히 들어갔다가 나오는 잔잔한 서사가 한 사람의 인생을 비추고 있다.
사진 속의 푸른 잔디와 빈 나무, 그녀가 살던 집과 주방, 사용한 그릇들을 보면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기리는 일이라는 것이 얼마나 엄숙하고 진지한 모습인지 알게 되었다.

힘들고 어려움이 있을 때 더 나은 상황으로 나아가고자 애쓰고 굴복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세상을 마주보며 정면으로 살아온 카렌.
나라는 존재가 단 하나의 가치로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나 스스로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을 자유로움 속에서 단단함을 보았다.
"세상의 눈치를 보는 것과 세상을 마주 보는 것의 차이는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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